한국과 일본을 강타한 혈액형 열풍
일제의 잔재인지는 몰라도, 특히 일본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집착하는 <가설>이 있는데, ‘혈액형별로 인간의 본성 내지 성격이 차이가 있다’는 굳은 신념이다. 더욱 더 황당한 것은, 그런 신념을 근거해서 주변사람들의 혈액형과 성격을 <혈액형 가설>에 꿰맞춰서, 스스로 가설검증을 끝낸 듯이 확증편향에 사로 잡혀있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목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확증편향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최근 혈액형별 성격론의 근원지인 일본에서,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이 가설이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재확인해 줬음에도, 여전히 근거없는 혈액형의 망상과 유령은 그 세력이 약화되지 않고 있다.
굳이 그 원인을 찾아보자면, 아직도 우리는 “혈액형이 왜 생기게 되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못해서일 것이다.
다시말해, 1900년에 오스트리아 칼 랜드스타이너(Karl Landsteiner) 박사가 혈액형을 밝혀낸 이래, ‘왜 A형이 서양백인들은 40%이고, 동양인은 27%인지’와 같은 단순한 의문부터, 도대체 ‘혈액형이 생존에 어떤 이익이 있었기에 이렇게 진화되어 왔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우리는 아직 갖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런 담론에는 초기에 ‘비과학적 설명’이 유명세를 타는 것도 어쩔 수 없긴 하다.
이미 무너진 혈액형 괴담들
일본에서는 1927년과 1971년 각각 ‘혈액형별 인성과 궁합’에 관한 책자가 그 역할을 했다고 알려지고 있고, 서양에서는 1996년 자연요법 전문가 피터 디아다모(Peter D’Adamo박사가 내놓은 ‘혈액형별 식이요법’에 관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한 차례 혈액형표 홍역앓이를 겪었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디아다모 박사는 마치 과학적 근거가 있는 듯이, 진화적 이유를 들어서 혈액형별로 식단을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O형은 ‘수렵채집시기’에 발현되었고, A형은 ‘농업초기’에 형성되었고, B형은 히말리아 고지에서 10,000-15,000년 사이에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AB형은 근래에 와서 A형과 B형이 합쳐진 것이란다.
따라서, A형은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하고, O형은 유제품와 곡류를 피하고, 고기를 많이 섭취해야 하며, B형은 유류제품을 많이 섭취하고 곡물을 피하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그 이후 행해진 과학적 검증에서 모두 근거없음이 밝혀졌다고 한다.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 혈액형 형성의 진실
반면, 최근에는 분자생물학의 도움으로 혈액형의 해독이 가능해져서, 점점 혈액형의 관한 미스테리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고는 한다.
ABO라는 단일유전자가 혈액형결정에 관여하는데, 긴팔원숭이와의 비교분석에서, 인간의 A형과 B형 혈액형이 2천만 년 전보다도 훨씬 오래전부터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침팬지는 혈액형이 A와 O형 뿐이고, 고릴라는 B형 뿐이라고 한다.
또한, 인간의 혈액형은 오래전에 영장류들의 공통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지만, 인도의 봄베이에서는 몇 몇 사람이 아예 혈액형 자체가 없이도 건강하게 생존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혈액형의 존재가 인간 생존의 필수요소는 아닐 수가 있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최근에 시도된 연구결과를 보면, 아마도 혈액형이 존재하는 것은 다양한 질병에 대처하기 위한 변이의 과정이 아니였나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향후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라니, 그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하여튼, A형은 백혈병, 췌장질환, 소아마비, 독성 말라리아 그리고 심장병 위험이 좀 더 높다고 하고, O형은 궤양과 아킬레스 파열위험이 더 높다고 하니, 참고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은 모양이니, 지나치게 집착하면, 이것도 혈액형 미신이 될 수 있음도 유의하고.
소심한 결론. 최소한 성격론과 식이요법은 무관하다
결론은 혈액형은 인간 본성과 성격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는 것이 오늘날까지의 과학적 결론이다. 다시 말해, 어떤 근거로도 혈액형별 성격이나 본성 그리고 식이요법이 따로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비교적 합리적으로 알려진 서양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증명할 수도 없으며, 확실히 존재하지도 않는 신을 믿고, 또한 그것 때문에 수 많은 갈등과 폭력을 일으키고 있지만, 적어도 그런 사람들 조차도, 혈액형으로 인간의 성격을 구분해서 파악하는 ‘우(愚)’를 범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참조 링크: http://mosaicscience.com/story/why-do-we-have-blood-ty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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