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니콘은 판교골에 살았다. 재건축만 노리는 썩빌이라 비바람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유니콘은 코딩만 좋아하고, 그의 처가 카드뉴스를 팔아서 입에 풀칠을 했다. 하루는 그 처가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취업(科擧)을 하지 않으니, 코딩을 하여 무엇합니까?
유니콘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C++을 마스터하지 못하였소.
그럼 SI 일이라도 못 하시나요?
SI는 본래 배우지 않았는 걸 어떻게 하겠소?
그럼 창업은 못 하시나요?
창업은 밑천이 없는 걸 어떻게 하겠소?
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코딩만 하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SI도 못한다, 창업도 못 한다면, 해킹이라도 못 하시나요?
유니콘은 읽던 책을 덮어 놓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코딩으로 10년을 기약했는데, 인제 7년인걸…….
그렇게 말하고 획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유니콘은 바로 테헤란로에 나가서 시중의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서울 성중에서 제일 부자요?
손씨(孫氏)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유니콘이 곧 손씨의 집을 찾아갔다. 유니콘은 손씨에 대하여 길게 읍(揖)하고 말했다.
내가 집이 가난해서 무얼 좀 해 보려나 하니, 10억을 투자해 주시기 바랍니다.
손씨는 “그러시오” 하고 당장 10억을 내주었다. 유니콘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손씨집의 자제들이 유니콘을 보니 거지였다.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이를 아시나요?
대체로 투자금을 받으러 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 뜻을 대단히 선전하고 신용을 자랑하면서도, 비굴한 빛이 얼굴에 나타나고 말을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말이 간단하고,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재물이 없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주면 모르되, 이왕 10억을 주는 바에 성명은 물어 무엇을 하겠느냐?
하지만 유니콘도 개념은 있다. 그는 초기투자금 10억을 손씨에게 어떻게 배정할지 고민하며 주주 시뮬레이션을 켰다.
그리하여 유니콘은 회사가치를 프리 100억 밸류로 하여 손씨에게 10%를 배정했다.
유니콘이 10억을 받았다는 기사가 ㅍㅍㅅㅅ, 비석세스, 플래텀을 통해 퍼졌다. 손씨(孫氏)가 투자했다는 소식에 바로 빌씨가 쌈짓돈 20억을 들고 나타났다.
빌씨는 손씨 이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이였다. 이런 투자자라면 다소 지분을 희석시키더라도, 그 명성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었다. 유니콘은 비록 사업을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밸류를 2배로 높이기로 했다. 시작부터 30%의 지분이 넘어가면 추가 투자에 장벽이 될 수 있어서다.
김유니콘은 30억을 입수하자, 바로 용산(龍山)으로 내려갔다. 용산은 AMD, NVIDIA가 마주치는 곳이요,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MSI, 아서스, 기가바이트 등의 그래픽카드를 팔았던 상인들이, 코인 채굴 열풍에 도리어 10배의 값을 주고 사 가게 되었다. 김유니콘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30억으로 온갖 그래픽카드의 값을 좌우했으니, 우리 나라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때 갑자기 ‘용팔이의 신’이 신용산역 던전을 뚫고 등장했다. 신께서는 용산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모습을 어여삐 여겨 300억을 추가 투자해주겠다 하였다. 김유니콘은 추가 투자를 받기로 결정한다. 다만 그리 큰 돈은 필요 없으니, 150억만 받고 지분을 방어하기로 한다.
그는 다시 그래픽 카드를 가지고, 기립도(起立島)로 건너가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죄다 사들이면서 말했다.
몇 해 지나면 나라 안의 사람들이 NFT를 사모으다 코인이 폭등할 것이다.
유니콘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코인 값이 열 배로 뛰어올랐다. 유니콘은 구로의 지식산업센터 옥상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보고 말했다.
SI업체마다 개발자가 가득하고, 큰 빌딩은 야근하기 좋겠구나.
이 때, SI업체에는 수천의 코딩 기계가 우글거리고 있었다. 갑들의 리베이트 내역을 징발하여 수색을 벌였으나 좀처럼 잡히지 않았고, SI업체 사장들은 집에 들어갈 생각도 못하고 배고프게 코딩만 하는 곤란한 판이었다. 유니콘이 코딩업체를 찾아가서 대표를 달래었다.
모두 여친이 있소?
없소.
코인은 있소?
개발자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코인이 있고 여친이 있는 놈이, 무엇 때문에 괴롭게 SI 개발자가 된단 말이오?
정말 그렇다면, 왜 여친을 얻고, 코인을 사서, 채굴을 하며 지내려 하지 않는가?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돈이 없어 못 할 뿐이지요.
유니콘은 웃으며 말했다.
개발을 하면서 어찌 돈을 걱정할까? 내가 흔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할 수 있소. 내 회사 밸류가 1조인데, 직원에게 10% 스톡옵션을 부여하도록 하겠소.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이튿날, 개발자들이 판교에 나가 보았더니, 과연 유니콘이 10%를 스톡옵션으로 싣고 온 것이었다. 모두들 대경(大警)해서 유니콘 앞에 줄지어 절했다.
오직 의장님의 명령을 따르겠소이다.
너희들, 힘껏 짊어지고 가거라.
유니콘은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난하고 의지 없는 사람들을 구제했다. 그러고도 100억이 남았다.
이건 손씨(孫氏)에게 갚을 것이다.
유니콘이 가서 손씨를 보고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손씨는 놀라 말했다.
그대의 안색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혹시 10억을 실패보지 않았소?
유니콘이 웃으며, “재물에 의해서 얼굴에 기름이 도는 것은 당신들 일이오. 10억이 어찌 도(道)를 살지게 하겠소?”하고, 1천억을 손씨에게 내놓았다.
내가 하루 아침의 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코딩을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10억을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손씨는 대경해서 일어나 절하여 사양하고, 십분의 일로 이자를 쳐서 받겠노라 했다.
유니콘은 잔뜩 역정을 내어, “당신은 나를 옐로모바일로 보는가?”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집이 텅 비어 있고, 유니콘은 간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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