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유치원생 학대…CCTV 본 학부모가 신고
얼마전 부산의 한 유치원에서 있었던 아동학대사건 기억하십니까? 유치원 교사가 아이들을 마주 앉혀 서로 때리게 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방송에 공개된 영상에는 이것 외에도 아이들을 밀어서 앉히거나 식판을 줬다뺐는 등의 장면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유치원 측은 7세 반을 맡던 교사가 5세 반을 맡아 버거워했다거나 훈육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식의 해명을 해서 우리를 한 번 더 놀라게 했습니다.
현재 이 사건은 경찰이 유치원의 최근 두 달 동안의 CCTV 영상을 압수해 수사 중에 있는데 공개된 영상 속 아이들 말고도 피해 아동이 더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부모들은 교사 한 두 명의 문제가 아니라 유치원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아동학대를 가능하게 하지 않았나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심은 이 사건을 계기로 모인 부모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간 유치원 적응과정이라고 넘겼던 아이의 행동장애를 말하는 부모가 한 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아침마다 유치원에 가기 싫어했고 선생님이 무섭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폭력적인 행동을 하고 심한 경우에는 바지에 오줌을 싸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행동장애는 유치원 입학하기 전까진 없었다고 합니다. 한 두 달 뒤 아이들의 행동장애는 사라졌는데 부모들은 아이들이 유치원 생활에 적응한 걸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지난 21일 이 유치원의 부모들을 만나봤습니다. 부모들이 가장 먼저 보여준 것은 자책이었습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절박하게 보낸 구조신호를 자신들이 외면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유치원과 선생님에 대한 거부감을 분명하게 보였고 온몸으로 신호도 보냈는데 이걸 적응과정으로만 생각하고 무시한 것입니다. 결국 아이들이 부모들의 도움을 포기하게 된 것에 부모들은 가슴아파 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유치원은 원생이 400명이 넘는 아주 큰 규모의 유치원입니다. 만약 이 사건이 일부 교사가 아닌 아동학대에 둔감한 유치원의 전반적인 문제라면 400명이나 되는 아이들에겐 큰 상처로 남을 것입니다. 지금 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신의 아이가 학대당했다는 사실을 모르게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학대를 당했다면 그에 맞게 조치를 취하고 아이를 보듬어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고 유아 시기를 넘어간다는 것에 대해 부모들은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부모들과 나눈 대화들을 정리해봤습니다. 대화를 나눈 부모들은 10여명이었습니다. 부모들의 목소리는 구분없이 적었습니다.
처음 아동학대가 있었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되었습니까?
5세반 아이의 부모가 아이의 행동에서 학대로 의심되는 행동을 목격하고 부모들과 함께 유치원을 찾아가서 CCTV를 확인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학대 당하는 CCTV 영상을 직접 보셨는데 직접 본 유치원 교사의 행동은 어땠습니까? 그외 다른 행동은 없었습니까?
그냥 팔을 잡고 때리는 시늉을 한 정도가 아니예요. 아이의 팔이 빠져라 힘껏 휘둘러댔어요. 꽤 오랫동안 그랬어요. 그리고 나중에 그 중 한 아이를 10초 정도 안더라고요. 그거 보고 솔직히 소름끼쳤어요. 그 직전의 장면을 보면 애가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니예요. 애들이 서로 툭 건드리고 장난친 정도였는데 그걸 혼낸 거예요. 식판을 대고 아이 입에 음식을 집어넣은 것도 있었고요.
유치원에 드나들면서 학대로 의심되는 장면을 실제로 본 경우는 없었나요?
의심이 아니라 분명하게 봤습니다. 일이 일찍 끝나 유치원에 찾아갔는데 바로 그 때 교사가 제 아이에게 “치워”라고 고함을 치는 장면을 목격한 거예요. 부원장 사과받고 끝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던 거 같아요.
아이들이 비슷한 행동장애를 보인다고 했는데 어떤 식의 행동장애입니까?
일단 애들이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무슨 요일이야?” 물어봐요. 토, 일요일엔 유치원에 안 가니 물어보는 거죠. 유치원에 안 간다면 신나해요.
선생님이 무섭다고 하고 혼난 얘기도 많이 했어요. 왜 혼났냐고 물어보면 “우리가 잘못해서” 그랬데요.
유치원에 입학한 후 바지에 오줌을 몇차례 씩 쌌어요. 폭력적 행동도 보이고. 그래서 제가 많이 안아줬어요.
제가 애 유치원 보낼 때 항상 차가 떠날 때까지 서 있었어요. 애가 유치원 차에 오르면 제가 안 보일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어서 같이 손 흔들어 주느라고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유치원 가기 싫다는 신호였던 거예요.
미술학원에 보냈는데 유치원 갈 때랑 판이하게 달라요. 유치원은 가기 싫다고 했는데 미술학원 간다고 하면 “오예” 환호성을 지르면서 가요.
유치원이 아니라 어린이집 가고싶다고 했어요. 처음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착각하는줄 알았어요.
입학한지 4개월이 지났는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오줌 싸는 건 4월 지나니까 사라졌어요. 그런데 그게 더 가슴이 아파요. 부모가 신호를 무시하니까 포기한 거죠. 애들 스스로 유치원을 벗어날 수 없구나 느끼고 유치원에 대한 저항을 멈춘 거예요. 부모가 유치원 생활 물어보면 “몰라”하고 말을 안해요. 그런 거 묻지말라고도 하고.
사건 후 유치원 측 대응은 어떻습니까?
폐원 얘기가 나와요. 부모들에겐 휴원하겠단 얘기를 하기도 했고요. 부모들에겐 그 말이 협박처럼 들리거든요. 여긴 신도시라 유아가 아주 많아요. 그런데 400명 넘는 유아들이 갑자기 쏟아지면 어떻게 되겠어요. 부모들은 대책이 없어요. 교육청에 알아보니 이런 경우 폐원이나 휴원 안 받아준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그것도 한계가 있다고 해요. 사설유치원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끝까지 운영 못하겠다고 나오면 교육청도 방법은 없다고 해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보십니까?
유치원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아동학대에 대해 둔감했던 것 같아요. 이번에 밝혀진 아동학대가 그 교사의 특출난 행동이라기 보다는 그 유치원에서 어느 정도 통용되는 수준의 행동이 아닌가 하는 거죠. 이 지역이 신도시라 인구가 빠르게 유입되면서 유아들이 급속히 늘어났는데 유치원이 아이들을 수용하는데만 급급했던 거 아닌가 생각도 들고요. 이건 부산시의 도시정책에도 문제가 있죠.
선생 인성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구조적인 것도 있어요. 이런 아동학대가 사설유치원에서 주로 일어난다 하거든요. 선생들이 박봉에 시달리면서 20명 넘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먹이고, 씻기고 하니 그 스트레스도 일부 작용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바라는게 있다면
부산교육감님을 만나보고 싶어요. 이번 사건에 대해 직접 얘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우리 젊은 부모들이 느끼는 육아 불안에 대해 말씀 드리고 계속 인구가 증가하는 이 지역 대책도 들어보고 싶고요. 젊은 부모들이 애를 믿고 맡길 데가 없다는 건 사회적으로 큰 문제거든요.
그리고 유치원 CCTV영상 부모들이 직접 확인하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가 학대를 당했는지 안 당했는지, 당했다면 어떤 학대를 당했는지 부모는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를 보듬어주고 학대에 대한 치유도 할 수 있습니다. CCTV영상을 부모들이 꼭 확인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현재 피해 아동 부모 뿐 아니라 유치원의 다른 부모들도 거의 매일 저녁 모여 이번 사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터지면서 개설한 밴드에도 200명이 넘는 부모들이 가입했습니다. 부모들은 직접 교육청과 경찰서 등을 뛰어다니며 사건 관련 정보도 알아내서 공유하는 등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이번 사건 진행에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그 불안감엔 이 유치원 이사장에 대한 의구심이 한 몫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이사장은 유명 클럽의 회장이며 지역 국회의원들과도 친분이 많다고 합니다. 이사장이 정치적인 힘으로 사건의 진상규명을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것입니다.
현재 유치원 아동학대 사건은 CCTV 영상을 확인하며 수사 중에 있습니다. 수사 범위나 진행되는 양상으로 볼 때 피해아동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한 교사의 일탈이 아닌 유아 교육계의 구조적 문제로까지 비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피해아동의 규모에 따라 한국 유아 교육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부모들은 처음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런데 점점 이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자신들 아이만을 지키는 일이 아님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의 행동이 우리나라 유아 교육계의 고질적이고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면서 다른 아이들도 아동학대로부터 지킬 수 있다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부모들은 이 지역 다른 아이들, 나아가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이런 일을 겪지 않게 하고 싶다고 합니다. 아이에게 용서받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밴드에 올라온 피해 부모의 글을 보면 이런 바램이 절실함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엄마로써 내 아이에게 씻지 못할 잘못을 했습니다. 잠든 얼굴을 볼때마다 그 죄책감으로 눈물만 흘렸습니다. 이제 저는 제가 할일을 알고 있습니다. 더이상 제 아이처럼 다른 아이들도 이런 학대를 당하면 안 될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만이라도 뿌리를 뽑아야 할 것입니다. 제 아이에게 용서 받을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 유치원 부모 모임 밴드 펌.
원문: 거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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