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안드로이드폰의 점유율은 지난해 내내 애플 아이폰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는 시장에 새로 출하되는 기기의 수가 그렇단 것일 뿐, 누적돼 보급된 이후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기기의 수에선 아이폰이 여전히 우위다. 게다가 애플 사용자는 앱 사용률과 적극적인 구매율에서 안드로이드 사용자보다 훨씬 더 높은 비율을 갖고 있다. 돈 되는 고객이란 뜻.
구글은 최근 6개월간 로봇 업체 7개를 인수한 데 이어 4족 보행 로봇으로 유명한 보스턴 다이나믹스마저 인수했다. 작년 말에는 자동차 회사 네 곳과 함께 안드로이드 동맹을 결성했으며, 안드로이드의 창시자 앤디 루빈은 그동안 로봇 관련 업무를 하다가 최근 알려지지 않은 부서로 옮겼다. 이미 몇년 전부터 안드로이드 탑재 장치를 우주 개발에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중이며 엊그제는 무려 3조 원의 돈을 들여 사물 인터넷 업체를 인수했다.
이런 뉴스들을 볼 때마다 나는 궁금해진다: 10년 뒤, 나와 내 친구들은 어떤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을까? MS, 애플을 잇는 플랫폼의 지배자는 대체 누가 될까?
그러니까 그렇다고 애플이 최고냐, 그건 아니란 게 이 글의 요지다. 안드로이드는 개방형 OS라서 스마트폰에만 멈춰 있는 게 아니라, 자동차에도 들어가고, 구글 글래스에도 들어가고, 구글이 인수한 로봇회사들이 만들 로봇에도 들어가고, 구글이 인수한 네스트가 만드는 스마트 가전에도 들어갈 거란 얘기. 그러니까 안드로이드의 잠재력은 거기 있고, 애플은 아직 스마트폰/태블릿 시장에 갇혀 있단 얘기다.
하지만 여기서부턴 내 생각인데, 그렇게 쉽게 흘러가지 않을 것 같다. 구글이 웹을 기반으로 한 기술에서 세계 최고인 건 사실이지만 사용자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의 영역에서도 과연 구글이 애플보다 나을까. 이런 문제 탓에 기가 막힌 애플 제품을 만들던 사람들이 득시글거리는 전직 애플 직원들의 집합소였던 네스트를 인수한 것까진 이해도 가고, 좋은 선택 같다.(네스트는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만드는 회사인데, 창업자가 아이팟을 만든 토니 파델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가 그 자체로 썩 경쟁력 있는 OS가 아니란 게 걱정되는 지점이다. 개별 기기에 최적화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를 잘 돌리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하드웨어 사양을 가져와야 한다. 애플은 아이팟 터치에는 iOS를 쓰지만, 아이팟 셔플과 아이팟 나노에서는 iOS가 아닌 별도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쓴다. 그리고 아이튠즈에서 관리 가능하다.
반면 구글은 아직 안드로이드가 작동하지 않는 하드웨어를 통제할 방법을 찾지 못한 듯 싶다. 게다가 그 안드로이드마저 업그레이드 때마다 파트너인 제조사들이 자기들 기기에 맞춰 최적화를 못 시키기 때문에 중구난방에 난리법석이 된다. 이걸 가전의 영역까지 끌고 왔을 때 생길 복잡성과 장치간에서 서로 일으킬 충돌의 문제는 과연 어떻게 해결할는지.
애플이라면 그런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안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고 통제하는 이 회사에선 같은 회사에서 충분히 테스트해 내놓는 제품들이 서로 충돌을 일으킬 리가 없다. 그리고 애플 제품이 아닌 제품은 그저 신경쓰지 않으면 그만이다.
구글과는 아예 출발점에서의 사고가 다르다. 애플에게는 함께 기기를 제조한다거나, 함께 소프트웨어를 다듬어갈 동맹군이 필요없다. 그저 느슨한 연합세력이 필요할 뿐이다. 예를 들어 영화사나 음반사, 출판사 같은 콘텐츠 업체나 BMW, 벤츠, 포르셰 같은 자동차 회사,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기업, 로비오, 킹 같은 게임업체 말이다.
애초에 구글은 복잡성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면서(웹이야말로 복잡성의 극치) 성장해 온 회사다. 반면 애플은 복잡성을 혐오하면서 최대한 단순화시킨 덕분에 성장해 온 회사다. 둘 중 한 쪽이 지배적이 되어 다른 쪽을 거꾸러뜨리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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