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돈을 버는 방법
길 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디즈니가 어떻게 돈 버는 회사야?’라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영화 만들거나 테마파크 운영해서 돌아가는 기업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디즈니가 원래 영위하던 사업이 IT와는 거리가 멀었던 만큼, 우리는 일반적으로 디즈니가 혁신을 추구하거나 신사업과는 거리가 먼 회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제 디즈니는 더 이상 매출 비중 상 미디어·테마파크 기업이 아니다. 2021년 현재, 디즈니가 테마파크보다 돈을 더 많이 쓸어 담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 이제는 스트리밍 회사?
디즈니가 속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Communication Services) 섹터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디즈니의 경쟁사들은 인터넷, OTT, 통신, 게임회사로서 현재 신사업인 디즈니 플러스를 앞세워 벌이는 넷플릭스와의 경쟁이 돋보인다. 특히 CEO가 디즈니 플러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
디즈니의 사업 영역은 구체적으로 4가지로 분류된다. 미디어, 스트리밍, 테마파크, 스튜디오 부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스트리밍(Disney DTC) 부문이다. 이 부문은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와 훌루, ESPN 플러스가 해당하는데, 앞으로 디즈니의 주요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을 정도로 성장이 빠르다.
특히 2019년도 기준 매출의 52%를 차지하는 테마파크 부문과 스튜디오 부문이 코로나 19로 인해 타격을 받았지만 디즈니의 발 빠른 대처로 서비스 출시 초기에만 해도 5%였던 스트리밍 부문이 디즈니의 주력 사업인 테마파크의 매출을 넘어서서 2020년 총매출의 24%를 기록했다.
시도는 좋은데, 아직 매출 추이가 아쉬운 시점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위기를 피한 듯 보이는 디즈니도 리스크를 감수하길 꺼려하는 투자자가 재무제표를 본다면 코로나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어 투자를 망설여할지도 모른다. 디즈니의 재무제표에서 과연 투자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보자.
기업을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매출 추이는 투자자가 기업을 분석할 때 가장 먼저 챙겨봐야 할 지표이다. 적어도 생존에 필요한 돈조차 벌지 못한다면 아까운 돈을 투자한 순간 날릴 게 뻔하기 때문에, 미래에 반등할 가능성이 확실하다고 판단하지 않는 이상, 냉정하게 말해서 더 잘하는 기업에게 투자하는 게 맞다.
디즈니의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까지 매출과 순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다가 2020년 코로나 19의 영향 때문에 매출과 순이익이 꺾인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주 수입원인 디즈니랜드의 폐장과 대다수 극장이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도 전년도에 비해 매출이 6%밖에 감소하지 않았다. 이에 더해, 2021년 2분기에는 매출이 떨어지긴 했지만 이익이 조금씩 올라 반등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디즈니의 PER, 투자하기 좋은 시기일까?
PER은 주가/EPS(주당순이익)으로 주당순이익에 비해 현재 주가를 판단하는 지표이다. 따라서 PER가 높을수록 주가가 높게 평가되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즉 기업이 현재 벌어들이는 순이익보다 주식의 가치가 더 클 때, 쉽게 말해 고평가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흔히 저평가된 주식이 투자하기 좋다고 말한다.
디즈니는 TTM(지난 12개월) 기준 -71.7배로 섹터 평균인 -3.9배에 비해 저평가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이때, 디즈니가 코로나 19 때문에 일시적으로 저평가받을 뿐이고, 근본적인 경쟁력 약화인 가치 함정(Value Trap)에 빠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은 당시에 주식을 매수했을 것이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2021년 8월 14일에 공개된 월트 디즈니 2분기(자체 Q3) Earning Results 결과, 테마파크 재개장과 스트리밍 호조 덕에 5분기 만에 당기순이익 흑자를 기록하며, 주당 순이익도 80센트를 기록해 월스트리트 예상치였던 55센트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2분기 이전에 매수했던 투자자들에게는 호재임은 물론, 시장 환경이 호전된다면 향후 매출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디즈니는 전년 동기 대비 PER가 212.5배로 급증하였다.
손익계산서
손익 계산서는 기업의 매출, 비용, 수익을 보여주는 회계보고서이다. 매출 증가율, 영업 이익률, 순이익률이 중요한 지표이며, 같은 섹터의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경쟁사 대비 기본적으로 매출액이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순이익률을 유지하는 회사가 괜찮은 회사라고 한다.
디즈니의 손익계산서를 토대로 지표를 계산한 결과, 2021 Q2에 코로나 19로 인해 저조한 성적을 대부분 회복한 것을 볼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경쟁사 대비 높은 증가세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9.4% 증가하고, 영업 이익은 36% 증가한 넷플릭스에 비해 극적인 성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지표가 실제보다 부풀려진 것처럼 보이는 기저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인 것은 분명하다.
대차대조표
대차대조표에서는 기본적으로 자산, 부채, 자본으로부터 산출한 여러 비율을 보아야 한다. 먼저 자산 현황을 살펴보면 자산이 3%, 유동 자산은 25%씩 증가해 종합하면 지난 3년간 꾸준히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자산이 많은 기업이 꼭 좋은 기업은 아니다. 자산은 부채와 자본의 합이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더라도 부채가 많다면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부채를 중심으로 기업을 분석해야 한다. 디즈니의 부채비율은 56%로 자본이 부채보다 많아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다. 특히 전년도보다 유동부채가 줄어들어 유동비율이 100%를 넘었고, 이는 1년 이내 만기가 다가오는 부채를 모두 갚을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현금성 자산과 재고자산으로 이루어진 유동자산에서 즉시 현금화가 어려운 재고자산을 뺀 현금성 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값인 당좌비율 역시 114%로 보수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부채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본이 꾸준히 늘어날수록 훌륭한 기업이라고 하는데, 이는 곧 자본도 중요하지만 자본을 늘리는 데 대표적인 역할을 하는 잉여자본인 이익잉여금의 증가 여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디즈니의 이익잉여금은 2년간 꾸준히 줄어왔다. 기업의 입장에서 내부 조달 가능한 돈이 준다는 것은, 성장을 위해 필요한 돈을 부채 등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디즈니의 ROE(자본 수익률)와 ROA(자산 수익률)는 각각 -3%와 -1%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섹터의 평균인 -8.6%보다는 높지만 당기순이익이 적자였던 것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는 현재 부채 비율은 56%로 고정 비형과 변동 비형 기업의 중간 정도에 발을 걸쳤다. 넷플릭스처럼 수익률이 좋은 회사가 400%가량으로 부채비율을 높여 레버리지 효과를 보는 것과는 달리 디즈니는 레버리지보다는 수익성의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현금흐름표
현금흐름표에서는 기업이 사업에 대해서 어떠한 자세를 취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때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플러스, 투자 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가 되는 편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 영업으로 현금을 많이 벌어들이고 이 돈을 투자하는 데 사용한다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디즈니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비중은 76억 달러 중 감가상각이 53억 달러로 7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유형자산을 보유한 기업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테마파크가 주력 사업이었던 기업인 만큼 자산의 82%가 유형자산이다.
투자 활동 현금흐름은 해마다 줄어들어 디즈니가 투자 지출을 줄인다는 걸 알 수 있다. 디즈니는 콘텐츠 제작이나 마블, 폭스 인수 등의 M&A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PPE(Property, Plant, Equipment; 부동산, 공장, 시설)에 투자하는 편인데 테마파크 재개장 전까지는 무의미한 지출이 일부분 있다고 판단한 건지 전년보다 5억 달러 정도 줄어든 -36억 달러로 투자 금액을 줄였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을 보면, 2020년에 84억 달러로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채권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로 부채의 순 발행 지불을 본다면 14억 달러로 상환한 부채보다 채권 발행액이 더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현금 보유액은 179억 달러로 이전 연도보다 늘어났지만, 돈을 벌어서 늘어난 것이 아니라 투자를 줄이고 사채를 발행해 안정성을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성장하지 못하는 점에서 좋은 회사의 현금흐름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따라서 디즈니가 분위기를 바꿔 반등하기 위해서는 매출과 수익성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마무리
전문 분석가의 의견을 모은 사이트 팁랭크스(Tipranks)는 디즈니를 “Strong Buy” 항목으로 추천, 타깃 가격을 212달러로 잡으며 이번 2분기의 실적 개선을 반영했다. 디즈니가 가진 잠재력은 분명히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무시하기에는 너무 큰 부분이었던 테마파크가 뒤에서 매출을 받쳐주거나, 디즈니 플러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이상 디즈니의 주가는 안정적으로 상승할 수 없을 것이다.
투자자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이번 실적 발표에서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디즈니 플러스가 과연 넷플릭스에 견줄 만큼 성장할 것인지 그리고 델타 변이의 영향에서 벗어나 디즈니 월드가 붐빌 수 있을 것인지에 따라 디즈니의 미래가 결정될 것임은 분명하다.
코로나 19의 재확산이 진행되면서 8월 10일부로 디즈니 월드의 개장 시간이 단축되기는 했지만, 디즈니 플러스가 11월 중순 한국 등 8개국 진출을 표명했다. 디즈니가 다가올 3–4분기의 실적 발표에서도 성장할 가능성이 큰 만큼, 길게 보고 투자한다면 디즈니는 고려해볼 만하다. 과연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구일지 기대해보자.
원문: 김형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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