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업을 염가에 사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렇지만 ‘우량한 기업’을 염가에 사는 것이 더욱 대단한 일이다.
워런 버핏이 한 말이다. 이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안전마진’에서부터 출발한 아이디어에 우량한 기업이라는 기준을 첨가한 것으로, 소득을 계속해서 높은 수익률로 투자할 수 있는 사업체는 애초의 안전마진을 확대하는 것과 같다고 본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는 가치투자의 대가들이 강조한 대로 우량한 기업의 주식을 아주 싼 가격인 염가에 구입할 때, 장기적으로 그에 상응하는 투자 수익률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말 그대로 우리가 아는 아주 우량한 기업인 애플 같은 회사를 염가에 사면 될까?
‘안전마진’은 간단히 말해서 기업의 내재가치 대비 현재의 주가가 그보다 현저히 낮게 평가된다면 이는 매수해야 할 적정 가격대임과 동시에 미래의 주가 변동 대비 투자자들이 안전성을 확보하는 구간임을 뜻하는 개념이다.
지금, 애플 주가는 저렴한가?
일단 매수 여부는 미뤄두더라도, 애플 주가가 내재가치 대비 저렴한지 그 여부는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전체적인 시장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먼저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11월 테이퍼링을 추진하려 하고 동시에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계속 언급하면서 주식 시장의 추세가 하락 반전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미국 정부 부채 한도 조정안과 인프라 법안 통과에 대한 격한 대립으로 인해 정치적 리스크도 추가되면서 10월 1일 기준, 임시 예산안을 통과해 급하게 셧다운 사태를 막았다고는 해도 미 연방정부가 채무불이행·국가부도(Default)할 가능성은 남아 있어 시장의 불안 심리는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S&P 500 지수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 그리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까지 코로나 이후 상승하던 경향에서 벗어나 하락 추세로 전환하면서 올해 들어 가장 나쁜 성적을 기록했다. 다우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작년 10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이기도 해 앞으로의 추이를 눈여겨봐야 한다.
이런 전체적인 약세 추세에서 애플 또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악화한 시장은 물론 앱스토어 인앱 결제 리스크와 아이폰 13에 대한 기대 이하의 평가 등 자체 리스크 또한 더해진 점이다. 이에 따라 애플의 주가는 2021년 1월 고가인 145달러보다 낮은 142달러로 1달 만에 주가가 10달러 이상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애플도 시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시장은 결국…
지난 200년간 S&P 지수는 우상향해왔다. 물론 그 과정에서 대폭락을 겪기는 했지만 아무리 길어도 20년만(?) 버티면 원래 수치로 되돌아왔으며 최근에는 이 간격이 더욱 짧아져 3–4년 사이면 대부분 회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시장은 우상향 한다. 변동성이 있을지언정 성장을 멈추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모든 개별 주식에 적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나스닥 지수의 11.028%를 차지한 애플이 경영상의 중대한 문제가 없는 한 지속해서 성장할 것이라는 것은 지표들을 보면 확신할 수 있다.
특히 애플의 성장을 가장 단단히 지탱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높은 자본수익률(ROE)이다. 5년 이상 꾸준히 25%가 넘는 자본 수익률을 기록한 애플은 최근까지도 130%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달성하며 경쟁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워런 버핏의 경제적 해자라는 개념에서도 아주 긍정적인데 높은 자본수익률을 지속적으로 기록할수록 다른 기업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경쟁 우위가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은 기대 이하의 평가에도 예약 판매가 매진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충성 고객들의 지지가 아직 견고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켜주었다. 따라서 주가에 따른 수익률 지표(PER 등)들만 투자자 본인이 생각하기에 합리적인 수준에 다다른다면 애플은 분할 매수를 해도 좋은 우량주라고 생각한다. 단, 테이퍼링과 같은 시장의 추이와 기술적 분석 지표 등에 맞춰 매매 타이밍을 잡는 편이 무턱대고 매수하는 것보다는 현명할 것이다.
높은 자본 수익률을 내는 기업들은 어떤 종류의 특별한 우위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특별한 우위, 즉 경쟁 우위가 있기 때문에 경쟁사들이 생겨도 평균 이상의 수익을 내는 능력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 조엘 그린 블란트
마무리
투자 결정은 본인 책임!…이기는 하지만 한 가지 하고 싶은 말은 투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 리딩 방에서 주워듣고 덜컥 사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내 시간을 투자해서 알아보고 내가 납득한 이후에 사는 주식이 결과는 장담 못 해도 마음은 더 편할 것이다. 실제로 다양한 투자기법을 보면 수익이 보장되어 있지만 평균적으로 그 수익이 나기까지 짧게는 1개월 길게는 2–3년을 버티질 못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애플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성장할지는 알기 어렵지만 ‘성장할지 말지는’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가치투자 역시 기본적으로 염가에 산 주식이 내재가치에 상응할 때까지 버티는 힘이 필요하다. 누구든 자려고 누웠을 때 신경 쓰이는 주식보다는 20% 떨어져도 이 회사를 믿으니까 무덤덤해질 수 있는 주식이 낫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결국 아는 것이 힘이다.
원문: Life B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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