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는 사람 모셔오기, 돈 구해오기, 잘 이별하기를 반드시 해야 한다. 이 3가지를 하지 못하면 사업은 위대해질 수 없다.
1. 사람 모셔오기
사람을 구해오는 건 배의 선장인 대표이사의 필수업무이다. 신박한 비즈니스모델의 발굴이나 기깔난 시스템 개발은 대표이사의 업무가 아니라 CSO, CTO의 역할이다. 대표이사는 임원들이 성과를 잘 낼 수 있도록 구성원을 충원하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다.
‘좋은 사람’ 구하는 것이 아니다. 솔직히 이력서와 면접으로는 ‘좋은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면접 때 ‘싸한 느낌’만 없다면, 일단 직능에 맞으면 수습기간인 3개월간 합을 맞추면서 그 사람에 대해서 집중적인 판단을 하도록 임원들과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실 3개월 만으로도 판단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좋은 사람’을 구하려고 계속해서 사람을 안 뽑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대부분 3–4명 수준의 소기업으로 10년 이상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위기는 언제든지 올 수 있으며 사람을 섭외하는 능력이 없다고 평가되기 때문에, 10년 이상 작은 규모를 유지하는 기업에는 투자자들이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아무튼 대표이사가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사람 모셔오기’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자선 사업이 아닌 이상 일단 어느 정도의 능력이 있는 사람이 합류하면 자기 몫은 하게 되어 있다. 인건비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말자. (물론 3과 밀접하게 이어진다.)
2. 돈 구해오기
돈을 구해오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1) 돈 빌려오기(대출), 2) 돈 받아오기(투자 유치), 3) 돈 벌어오기(매출)이 그것이다.
1) 돈 빌려오기
대출은 많은 창업가가 거부감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사실 ‘지분의 상실’없이 돈을 융통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을 잘 서주기 때문에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만 있다면, 그리고 신용관리를 일반적인 수준으로만 해왔다면 대출받기가 어려운 일은 아니다.
2) 돈 받아오기
약 300개가 넘는 액셀러레이터, 200개 가까운 창업투자사(VC)가 있지만 ‘창업자의 가설’이 약간의 매출이나 트래픽으로 증명이 되어있지 않은 이상 사업계획서만으로는 투자유치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대회에서 수상하는 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투자자들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얼마나 당신의 사업 모델(가설)이 ‘검증’되었는지가 중요하다.
3) 돈 벌어오기
결국 매출이 최고다. 물론 장사와 사업의 구별이 쉬운 건 아니지만 소상공인 수준의 비즈니스 모델만 아니라면 매출에 의해서 2)도 쉽게 이루어질 수 있고, 1)도 쉬워진다. 몽상가 스타일의 사업가들에게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고객으로부터 받은 돈’만큼 정직한 ‘검증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3. 잘 이별하기
가장 중요한 미션이다. ‘1. 사람 모셔오기’는 ‘좋은 사람’ 모셔오기가 아니다. ‘좋은 사람’인지는 알 수가 없다. 사람들의 생각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완벽히 맞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노동의 유연성이 낮은 한국 노동법에 맞춰서 ‘자선사업가’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잘 이별하기’가 중요하다. 이별을 잘 못하는 대표 밑에는 좀비제국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별에는 이유가 있지만, 대부분 ‘성격 차이’가 이별의 원인이다. 조직에서 내보내야 하는 사람들의 경우도 비슷하다. 조직이 가려는 방향과 이별해야 하는 사람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표이사는 이별 대상자와 많은 공감대를 형성해보도록 하고, 변하지 않는 간극이 있을 경우, 이별을 통지해야 한다. 특히나 상대방의 ‘능력 미달’이 아닌 ‘생각 차이’가 더 이상 같이 할 수 없는 원인임을 잘 전달해야 한다.
특히 이별해야 하는 사람을 위해서, 그동안의 ‘우리 회사’에서의 경력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면서도 연봉이 오를 수 있는 회사를 추천해주면 더 좋다. 밸류체인(산업구조)상 우리 회사보다 높은 레이어에 위치한 회사에서 경력사원을 뽑는지 먼저 알아보고, 추천장을 써주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양자에게 만족스러운 이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 관계는 유한하지만, 인간관계는 서로 살아 있는 이상 계속된다. 대표이사는 누구보다 욕을 많이 먹는 자리다. 하지만 좋은 이별을 통해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가 될 수 있다면, 마음의 상처가 아닌 풍성한 인간관계의 확장이 될 수도 있다.
이상으로
대표이사의 3가지 미션을 살펴보았다. 대기업처럼 큰 조직에서는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중소기업에서는 반드시 통용됨을 지난 10년간 경험을 통해 알아왔다. 개발과 전략은 동료들에게 맡기고, 대표이사로서 해야 할 일들을 하자.
원문: 엄정한 변리사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