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코치’라는 이름으로 불러주시는 분들이 있지만 코칭, 즉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중에서도 기본을 이야기하는 일은 몇 곱절 더 어렵다. 가급적 업력 3년을 채워야 코칭할 수 있다고 조건을 거는 이유도 스스로 훈련해 기본기를 갖추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믿어서다. 경험상 그 과정을 다 겪은 다음에야 자기 생각을 잣대로 일하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 같다.
3년이나 일했는데 내가 왜 남에게 배워야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에 대해 장사는, 사업은 다른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혼자일 때는 길을 잘못 들어도 다시 나와서 방향을 바꿔서 가면 되지만 다른 이들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면 가급적 시행착오를 줄이며 옳은 길로 이끌어야 한다. 그것이 리더의 역할이며 창업자의 책임이기에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고 해서 매번 새로운 것을 배우라는 뜻은 아니다. 어쩌면 기본을 지키는 것이 내가 강조하는 배움의 전부다. 기본을 지켜야 변화와 외부의 흐름을 활용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코칭을 하다 보면 의외로 기본을 지키지 않아서 경쟁력을 잃는 경우를 많이 본다. 어설픈 기교를 시도해서는 새로운 변화에 잘 적응하고 트렌드에 앞서가는 재기발랄한 사람들이 유리할 것 같지만, 정작 지식이나 기교가 부족해서 망한 경우는 없다.
가장 어려운 전투는 내 안에 존재하는 결심의 전투다. 나 역시 리더이자 코치로서 기본을 지키기 위해 평소 일하는 도중 생각난 것들을 적어두며 새롭게 다짐하곤 한다. 다음 목록은 그중 일부다.
1. 생각을 시각화하는 능력을 배워야 한다.
배워두면 회의에서나 사람을 설득할 때 그렇지 않은 사람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글, 포토샵, 그림, 영상, 사진 등 모두 중요한데 꼭 하나를 고르자면 그림을 추천한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나중에 툴을 다루더라도 금방 익힐 수 있다. 이커머스에서 예술적인 재능은 큰 경쟁력이다. 같은 상품을 팔아도 잘 파는 기업은 더 예쁘거나 더 맛있게 만들어낸다.
이커머스의 콘텐츠는 고객의 감성을 움직이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고객은 실제 제품을 보지 않고 구매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사람은 누구나 상상을 하기에 실제 제품을 보지 않아도 사진으로 맛을 느낄 수 있고 옷을 입어볼 수 있다. 이커머스 비즈니스는 실물이 없어도 판매 가능하며, 고객을 유혹하는 콘텐츠 유무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구매대행 방식도 사진과 설명으로만 구매가 이루어지지 않는가? 심지어 제품 없이, 재고 걱정도 없이 판매하는 것이니 고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잘 만든다면 그만큼 큰 이익을 볼 것이다.
2. 이커머스 창업은 정해진 자격이 없는 영역이다.
광고에는 일정 수준의 지식이 필요하지만, 그조차 툴이 계속 달라지기에 기존의 지식에 머물지 말고 미디어의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적응해야 한다. 이때 광고 툴에 매달리기보다 제품이 어떻게 생산되고 어떤 식으로 판매되는지 직접 현장에서 보고 느끼면 강의나 책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영감을 얻을 수 있다.
광고 툴을 잘 다루는 사람은 많은 반면 전체 흐름을 읽고 그 흐름에 맞게 처방을 내릴 줄 아는 이들은 드문데, 현장 경험은 전체 흐름을 읽고 왜 그것이 작동하는지에 대한 감각과 안목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할 수 있다면 흐름을 가져오는 것도 가능하다.
3. 직접 내 돈을 써서 광고를 돌려봐야 한다.
나 역시 직원으로 일하면서 월급을 털어 광고를 집행한 적이 있다. 한 클릭 한 클릭 돈이 나갈 때마다 피가 마른다. 상황과 처지가 절실함을 만든다. 벼랑 끝에 서봐야 필사적인 마음이 생긴다.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그러한 경험은 접객에 대한 기준을 높여준다. 비로소 고객 맞을 준비를 제대로 하게 된다. 철저한 준비는 높은 구매 전환과 매출로 이어지며, 뭐라도 더 준비할 것이 없는지 찾아보는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4.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야 한다.
뻔한 이야기 같지만, 직원이어도 사장의 마음으로 일해볼 것을 간곡히 권한다. 주인의식을 갖고 열심히 하라는 관념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남의 돈으로 사업을 해보라는 말이다. 내가 사장이라면 지금과 어떻게 다르게 할지 고민하다 보면 창업 아이템이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누구에게나 그런 경험이 주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장이나 상사가 마음으로 인정할 만큼 치열하게 일해야 일의 지혜도 얻고 실행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5. 책상 앞을 벗어나라.
이커머스 마케팅은 단순히 고객을 불러오는 데 그치지 않고 경영 전반의 모든 활동을 포괄한다. 판매처나 원가율, 디자인 등은 아이템의 태생 단계부터 결정되므로 그에 맞는 시나리오 설계가 필요하다. 예컨대 제품 원가율이 너무 높으면 제한된 채널에서 홍보와 판매를 할 수밖에 없다.
흔한 마케터가 되지 않으려면 책상 앞에만 있어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일하며 기획, 생산, 물류, 유통 전반을 이해해야 한다. 내가 판매하는 제품이 실제 어떻게 포장되고 고객에게 전달되는지를 알아야 고객에게 올바른 제안을 할 수 있다.
6. 좋은 콘텐츠가 광고를 이긴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놀라울 정도고, 광고 관리는 인공지능이 더 유능하다. 그러니 우리 인간은 소비자의 감정을 울리는, 보고 싶고 찾고 싶은 콘텐츠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1번에 말한 ‘시각화하는’ 능력이 그런 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
7. 실패에 연연하지 말자.
성공보다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 더 많다. 그러니 시도를 멈추지 말자. 작은 실패를 버텨내는 과정에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작은 실패를 내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는 직장에서 남의 사업을 내 것처럼 하는 것이다. 돈은 곧 사라지지만 내재화된 경험과 명성은 내 것으로 남는다.
8. 작은 회사라고 외면하지 말자.
어떤 관점에서는 장사가 잘 안되는 곳이 더 배울 게 많고 할 수 있는 게 많다. 잘못된 것을 고쳐볼 기회도 많다. 반면 이미 잘되는 곳은 내가 큰 성과를 올렸더라도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성장에도 시기와 속도와 타이밍이 있다. 견딜 각오가 돼 있다면 작은 곳에서 일을 배우는 것이 더 빠른 성장에 도움이 된다.
9. 상대가 원하는 걸 만족시킬 수 있는지 계속 고민하자.
고객 만족이라는 ‘정답’을 목표로 삼아도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상대방의 감정은 아랑곳없이 짝사랑하는 이에게 계속 프러포즈하면, 과거에는 낭만적이라 했지만 지금은 스토킹으로 처벌받는다. 이런 일이 이커머스 세계에서 실제로 많이 일어난다. 고객을 만족시키겠다면서 정작 고객이 뭘 원할지 혼자 결정한다. 고객에게 물어보고 개선하기를 멈추지 말자. 고객의 불만이 나에겐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10. 속도는 중요하지만 지속은 더 중요하다.
프로의 세계에서 실력은 기본이다. 금메달을 따러 온 최고의 선수들을 좌절에 빠뜨리는 것은 작은 실수다. 상대의 작은 실수로 거둔 승리에 취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운이다. 운과 실력을 정확하게 분별해야 한다. 남들보다 더 오래 할 수 있는 것만이 실력이 된다. 누구나 실력을 갖춘 프로의 세계에서, 나의 성공은 운이 더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자.
11. 마케팅은 실행보다 정신적 고행을 더 많이 동반한다.
프로들을 보면 멘탈 관리야말로 실력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때로는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재능이다. 몸으로 하는 일은 시간이 지나면 한계가 오는데, 정신력이 강하면 체력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다. 투정은 프로에게 있을 수 없다. 책임과 결과만, 그리고 행동만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12.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진정성이다.
고객을 속이는 행위는 결코 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진짜라고 믿지 않는다면 판매하지 않는 편이 좋다. 매출이야 반짝 상승하겠지만, 그게 다수의 고객 경험을 이길 수는 없다. 진정성 있는 상품과 스토리가 고객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도록 나다운 것들로 채워가자.
13. 관계 맺기의 알고리즘을 활용해라.
개인의 역량에는 반드시 한계가 있다. 그런데 이 한계를 초월하게 하는 힘이 있다. 바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능력이다. 이 관계 맺기의 알고리즘을 깊게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말한 종교나 네트워크 마케팅이 어떻게 사람을 끌어모으고 어떻게 확산되는지 보면 마케팅에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기억해두어야 할 점은 좋은 것과 위험한 것일수록 가까운 사람에게 먼저 알린다는 사실이다. 파급력과 확산을 목적으로 한다면 고객에게 내 상품이 좋다는 믿음을 주기보다 어느 정도 공포를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