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콤 글래드웰이 강조한 건 환경과 전통이다
성공을 위해 노력이 미치는 영향은 재능에 비해 형편없이 떨어진다. 애초에 ‘1만 시간의 법칙’은 마술적 성공 공식으로 제시된 게 아니었다. 1990년대 초반 1만 시간의 법칙에 관해 읽을 때 그 전제 조건으로서의 재능에 대한 서술이 병기되어 있던 것을 기억한다.
심리학자들에게는 처음부터 이러한 균형 잡힌 인식이 있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에 기폭제가 된 『아웃라이어』의 작가 말콤 글래드웰 또한 이에 대해 모르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허나 그의 주장은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다.
『아웃라이어』는 1만 시간의 법칙을 마술적으로 강조하기는커녕 핵심 내용으로조차 다루지 않았다. 그가 정말로 강조하는 것은 환경과 전통이다. 그러나 대중과 언론은 이러한 측면을 간과하고 특정 부분만 자기 입맛에 맞게 비틀어서 읽고 있다.
나 자신은 여전히 말콤 글래드웰에게 비판적이나, 그래도 이만한 자기계발 작가도 드물다. 특히 개인은 구조의 산물이라는 점을 그만큼 강조한 자기계발 작가는 거의 없다. 그만큼 이 시장이 형편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좋은 작가(강사)를 찾기가 어렵다.
2. 자기 재능에 대한 이해 없는 노력은 시간 낭비다
삿된 마음을 버리고 1만 시간의 법칙을 본다면, 어디까지나 재능의 만개를 위한 노력의 기준(임계점)일 따름이다. 재능이라는 발판 없이 성공을 향해 도약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기존 논문(연구)들을 종합 했다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 그만큼 진실에 더 가깝다는 뜻이 되겠다.
나의 지인과 페친들, 또한 독자 및 청중의 상당수는 (재능과 노력에 대한) 내 지론을 알고 계실 게다.
- 노력은 재능을 이기지 못한다.
- 노력의 지속과 몰입의 즐거움은 재능 있는 이들의 몫이다.
- (특정 영역에서의) 경쟁은 이들 재능 있는 이들끼리 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계속 강조해왔다. 한동안 CBS 방송국에서 “이원석과 함께 읽는 자기계발서” 코너를 담당하면서 매회 분명히 강조한 바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자기를 알아야 한다. 애초에 자기 이해(재능) 없는 자기 계발(노력과 태도)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비슷하다.
3. 1만 시간의 법칙이 진짜로 의미하는 것
이제 1만 시간의 법칙과 더불어 성공에 관해 몇 마디를 덧붙이고 싶다. 앞에 했던 말들과 일부 겹치겠지만 양해 바란다.
- 1만 시간의 법칙은 재능 있는 자들을 위한 것이다. 조수미를 생각해보자. 그녀는 레슨 전에 잠깐 연습해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교수의 엄한 질책과 함께 그녀는 해외로 가서 본격적으로 연마하게 된다. 1만 시간의 법칙은 그때 필요한 것이다.
- 1만 시간이라는 수량을 기계적으로 맹신해서는 안 된다. 요는 재능의 발현을 위한 노력의 필요성이다. 1만 시간 법칙의 본질은 집중(몰입)과 반복과 임계점이다. 원칙적으로는 1만 시간을 온전히 집중해야 하지만 하루 서너 시간도 버겁다. 만개하기까지 끝없이 반복되고 지속되어야 한다.
- 1만 시간의 법칙이 세속적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약속하는 것은 재능의 만개까지일 뿐이다. 모두가 다 알듯 재능이 있다고 당연히 부와 명예를 얻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재능을 가진 이가 노력했다고 반드시 부와 명예를 얻는 것도 아니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그걸로 생존을 넘어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한국의 경우 재능이 있어도 아사할 수가 있다. 재능과 더불어 환경을 잘 만나야 한다. 운동도, 학업도, 예술도 모두 매한가지이다. 이 불편한 진실에서 눈을 돌려 자기계발서를 읽기보다 이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정치에 눈을 떠야 한다. 투표만으로는 부족하다. 자기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고, 구체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더라도 재능 없는 영역에 투신하거나 경쟁하지 않기를 바란다. 경쟁의 최소 전제는 재능이고 여기에 노력이 더해질 때 진정한 경쟁이 가능하다. 재능 있는 이들만큼 지속적으로 훈련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정도로 어렵다. 같은 시간을 노력해도 효율이 다르다.
노력하는 자가 재능 있는 자를 이긴다는 헛소리의 전제는 재능 있는 자가 노력하지 않고 자기 재능만을 의지할 때다. 남이 포기하거나 혹은 충분하다고 여기는 지점에서 재능 있는 이들은 더 나간다. 능력 없는 이들이 한 걸음 나갈 때 재능 있는 이들은 두세 걸음, 혹은 그 이상 앞서가게 마련이다. 노력으로 재능을 이길 거라고? 꿈 깨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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