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1일, 만 8년 된 법인사업자의 창립기념일이다. 9년 차 법인 사업을 운영하지만, 실은 처음 사업 시작 연도는 2008년, 온갖 방황을 끝내고 제대로 다시 시작한 건 2012년이니 이제 곧 10년도 훌쩍 넘은 홀로서기가 이어진다. 거창한 제목으로 위기 극복이라고 써봤지만, 매 순간이 위기였고 매일매일 하루를 견뎌내며 살아가는 소시민이다. 그럼에도 오늘은 생각을 기록하고 싶었다. 몇 년 뒤 복기할 때 오늘의 생각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처음으로 사업자를 냈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있어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 살던 집을 그냥 빌딩이라 이름 붙여서 무슨무슨 빌딩 401호 이런 식으로 명함을 만들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 이후에도 항상 사무실은 건물/빌딩/센터 이런 이름을 붙여서 표기했다. ‘언젠간 꼭 이 정도 사이즈가 되어야지’라는 나만의 자기 암시 내지는 주문이라 생각한다. 그런 외형적 모습이 중요했다고 판단한지라 늘 사업에서 공간과 이동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 판단과 그 행동으로 인한 나비효과가 꽤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된다. 말이 사업이지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시절에도 일상과 업무 공간의 분리가 중요하다 생각했다. 무언가 계기를 만들어야 함은 물론, 누군가가 찾아와도 부담 없는 그런 곳이 항상 필요했다. 그렇기에 항상 위치와 공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본능적으로 사업보다 먼저 생각했던 것 같다.
사업하면서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도 많았고, 될 듯 말 듯 하면서 잘 안 돼 실패만 거듭하기도 했다. 정말 죽고 싶은 만큼 힘든 적도 있었고, 모든 걸 다 팔아버리고서야 겨우 급여와 외부 지출을 막아야 했던 상황도 겪었다. 배포 있는 통 큰 사업가가 아니라 매번 1,000원, 1만 원에 민감한 쪼잔한 사업가였고 넉넉하지 않았기에 유능한 인재도 유치하지 못해 매번 혼자서 해결해야 하기도 했다. 겨우겨우 버티고 버텨서야 한 단계 올라가는 그런 롤플레이 같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위기가 생길 때마다 늘 절망이었다. 이번 달은 어떻게 버티지, 다음 달은 과연 희망이 있을까? 이런 생각뿐이었다. 매년 사용하는 다이어리 1월 1일은 늘 불안과 긴장, 절망 속에서 시작해 희망찬 미래를 그리려고 애써 노력하는 내용뿐이었다. 즐겨하는 말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듯, 올해와 내년은 다를 것이다’인데 매년 희망을 가지려고 애써서 혼자 노력했던 흔적이었다.
멘토도, 네트워크도 좋은 학벌, 회사 출신도 아니기에 늘 맨땅에 헤딩으로 아무런 자본 없이 시작한 입장에서 내가 10년 넘는 시간 동안 위기를 극복했던 것에 대해서 한번 공유해본다.
1. 사무실을 옮겼다: 안 풀릴 때 이동하고, 잘 풀릴 때 확장하고
약간 풍수지리와 사주 그리고 운을 믿는 사람이라 조금은 부산을 떠는 걸지도 모르나, 해결책이 보이지 않거나 답답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공간을 옮기거나 이동했다. 그리고 불현듯 이동해야겠다는 생각과 직감 같은 것이 떠오른다. 실제로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도 그랬다. 우연히 만난 모임에서 알게 된 사장님의 도움으로 비어 있는 사무실 책상 하나를 빌려서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조직을 갖춰야겠다고 마음먹고, 조직을 갖추기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려 5개월 만에 작은 방한칸 사무실을 가졌다. 이렇게 이동한 사례는 꽤 빈번했다. 내부적 위기와 외부 변화가 감지될 때 항상 이동을 택했던 것 같다. 운이 다하거나 변화할 때 움직인달까? 갑자기 월 매출이 제로가 되거나 위기 상황이 될 때는 나의 문제인지 변화의 시작인지 생각해보다가 두 가지 모두 해당할 경우 사무실을 옮겼다.
1인 미디어가 시작될 것 같아 ‘여기에 승부를 걸어 보자’ 해서 2013년 말에 스튜디오를 얻었고, 본격적인 창작자 중심 시대가 될 것을 기대하고 신용보증기금 대출을 받아 방음이 되는 논현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논현 스튜디오가 인연이 되어 서울산업진흥원 스튜디오 운영과 용산 CGV 오픈 스튜디오 운영을 맡으면서 스튜디오 다변화와 함께 교육사업을 시작하고 라이브 콘텐츠를 만들었다.
생각해보니, 불현듯 사무실을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추진했던 것 같다. 운이 다가오는데 그것을 잡기 위해서 발버둥 친 흔적이라 생각한다. 위기와 기회가 교차할 때 이동하거나 확장했다.
여러 사업을 테스트하던 중 정말 위기상황을 겪고 모든 것을 간결하게 정리하니, 투자유치라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 이후 영상 시대를 위해 공간을 확장하고, 스튜디오 구축과 컨설팅을 맡으면서 위기가 생겼을 때마다 이동했다.
이동할 때는 항상 입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단 역과 5분 거리 내에 위치해야 하며, 월세 대비 공간은 항상 그 이상으로 넓어야 했다. 그리고 1개 층을 단독으로 쓰거나 간섭이 없어야 하고, 1층 혹은 아래층은 유해시설이 없고 사람이 모이는 곳이어야 했다. 나름의 이동 철학을 갖고 움직였던 게 상대적으로 도움이 된 것 같다.
합정 스튜디오는 지하 1층에는 목욕탕, 1층과 2층에는 은행이 있었다. 이를 보고 은행은 돈을 유동시키고, 목욕탕은 물을 채운다고 생각하며 나름 돈이 흘러 들어와서 모이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던 것도 생각난다. 그런 의미를 부여하며 매번 사업에 조짐이 있을 때마다 이동을 택했던 것 같다.
이번에도 나는 이동을 택했다. 더 큰 조직과 규모를 갖추기 위해 서울 중심가로 진입하며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의 전용 사무실을 매입했다. 10년에 걸친 잦은 이동을 잠시나마 뿌리를 내리고자 결심했기 때문이다. 이후의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1년 뒤 복기해본다면 나는 무슨 글을 써 내려갈지 궁금하다.
2. 유동자금이 가장 중요하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자
자금난을 경험한 사장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차도 팔고 카드론도 받고 마통도 뚫고 대출도 모두 당겨서 위기를 극복했던 적이 있다. 그때 이후 철저한 유동 자금 신봉자가 되었다. 그리고 고정소득이 생기는 것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투자로 이를 붙잡는 경향이 생겼다.
사업의 영역도 3등분에서 4등분으로 나누어서 가장 현금화가 빠르고, 경쟁력을 갖춘 영역 1, 간헐적이지만 큰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영역 2, 소액이지만 꾸준히 돈이 들어오는 영역 3, 현재는 투자가 매출보다 크지만 향후 성장 가능한 영역 4로 구분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포트폴리오 전략은 아무래도 안정적인 사업 구조와 지속성을 담보할 수는 있지만 초기 규모를 갖추기까지 오래 걸리고, 대내외적으로 이에 대해 알아주는 사람은 물론 아무도 이해 못하겠다는 반응이 컸다. 우리는 무슨 회사냐 라는 정채성의 혼동은 물론, 괘도에 오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돈이 소요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유동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정말 엄청난 노력과 많은 직원의 희생이 있었다. 덕분에 일정한 수준으로 궤도에 올리는 데 현재까지는 성공했다. 운영인력은 1 영역 중심으로 정말 최소로만 잡고, 2 영역으로 자금을 모아 4를 투자해 3을 유지시키는 방식으로 하나하나 만들어갔다. 그러면서 유동 자금을 운영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는 조금 뒤죽박죽 되었지만 그래도 버티는 구조가 만들어져서 다행이었다.
유동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정말 눈물겨웠다. 다음 기회가 되면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다.
3. 찾아가지 않는다, 오게 만들었다
개인적인 영업 철학이기도 한데, 어릴 때부터 수많은 거절을 당했던 입장이라 여기에 대해서 내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실은 나만의 개똥철학이지만, 나는 항상 누군가가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인내하고 힘들어도 기다리며 PR과 브랜딩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편이다.
광고대행사를 할 때 정말 너무나 많은 거절을 당했다. 100번 이상 연락을 할 경우 그중 1–5회 정도만 반응하고 그나마 1–2번 메이드가 됐다. 거절당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나는 고객이 필요한 것을 파는 것이 아니라 내가 파는 것을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설득했다. 그러다 보니 설득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을 알았다.
작은 규모의 조직일수록 먼저 움직이는 것보다 내가 갖춰 놓은 상태에서 찾아오게 만드는 게 결과적으로 성공확률을 높인다. 전쟁으로 비유하자면 내가 적진으로 뛰어들어가 일기토를 벌이는 것은 사실상 엄청난 내공이 아닌 이상 어렵지만, 상대방이 나의 진영으로 와서 협상을 할 때 홈 어드벤티지를 누리는 것과 비슷한 셈이다.
연락이 먼저 올 경우, 성사될 확률은 100회 중 절반 이상이다. 먼저 연락했을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성공률이다. 물론 이중에서도 옥석 가리기와 이익률은 따져야겠지만 나에게는 엄청나게 큰 도약이었다. 그러면서 나를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걸 갖춰야 할까 생각해보니, 사업의 실체와 명확한 사업모델, 그리고 적절한 가격이라는 것을 알았다.
스튜디오를 갖춰 실체를 만들었고, 렌털과 제작 그리고 교육이라는 사업모델을 갖춰 경쟁력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더불어 협상 가능한 수준의 가격으로 사업을 성사하면서 전년 대비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다. 어쨌든 나와 내 사업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면, 기꺼이 찾아올 것이고 이를 통해 성공률도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니 내가 먼저 갖춰나가야겠다.
4. 운을 믿는 편이다, 항상 자기 암시를 한다
매년 초 1월 1일, 다이어리에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적으면서도 올 한 해에 대한 희망을 기록한다. 아무리 힘든 날이어도 기록할 때는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면서 스스로 자기 암시를 한다. 실제로 이런 자기 암시가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몇 년 전에도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목표에 관한 생각을 주변에 말하고 글로 기록하며 희망찬 청사진을 그리면서 일했다. 어느 순간 그 그림과 꿈이 이루어진 것을 보면 스스로 놀랄 때가 많다. 자몽이라는 말 그대로 스스로 꿈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렵고 힘들지만 매번 자기 암시를 통해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스스로 긍정적인 미래를 암시하는 것은 좋은 운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고, 우리는 잘 될 것이다’를 항상 외친다. 입버릇처럼 잘된다, 이루어진다, 할 수 있다를 외치면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나가려고 한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기가 있다. 이를 극복하느냐, 버티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사업한 나는 이런 활동을 통해 한순간도 한 번도 급여와 월세, 세금을 밀려본 적이 없다. 정말 힘들었던 날 딱 한번 어렵사리 오후 6시 근무 마감전에 급여를 준 적이 있었다. 그날 제외하고는 한 번도 부끄럽게 사업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위기가 닥칠지는 모르지만, 늘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좋은 운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잘될 때가 항상 위기이며, 위기의 순간은 새로운 기회가 함께한다는 말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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