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고민거리를 안고 찾아오는 분들과 상담하다 보면, 가장 좋지 않은 행동이 ‘잘못된 문제’를 찾아 해결하려는 것임을 실감하게 된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짚지 못하니 잘못된 솔루션을 찾게 되고, 자칫 아무것도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는다.
만일 홍대에서 40–50대 구매자의 신용카드 결제율이 높다는 데이터만 보고 그들을 대상으로 판매촉진 활동을 짠다면 어떨까? 조금만 현장 중심으로 생각해보면,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어려운 스무 살 안팎의 젊은 층이 부모님 카드를 받아서 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목적과 기준이 분명해야 데이터에 매몰되지 않는 분별력을 갖출 수 있다.
강점을 더 강화해야 할지 약한 상품군을 보완해야 할지 물어보는 분들도 많다. 둘 다 잘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러기 여의치 않으니 고민하다 전자에 힘을 실을 때가 많다. 가령 구매 전환율이 높은 키워드나 매체에 더 집중하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소셜커머스의 등장처럼 흐름 자체에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에는 상품 보완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이때에는 기존 고객이 좋아할 만한 상품 구성으로 낮은 객단가를 보완하기보다는 플랫폼 성격에 맞는 상품을 새로 구성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목적에 따라 요구되는 전략과 역량이 달라진다. 지금 당장 유행하는 제품을 팔거나 최저가를 확보하면 단발성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된다. 반면 희소한 아이템은 지속적인 성장에 도움이 된다. 시장을 확장하고자 한다면 새로운 플랫폼에서 신규고객을 지속적으로 데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뚜렷해야만 그에 맞는 전략이 나온다.
나는 늘 기획 의도가 명확해야 꾸준한 매출이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잘 팔리는 환경은 누가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어느 사장님이 디자인은 다소 떨어지지만 수십억 매출을 올리는 웹사이트를 보면서 “이 업체는 왜 잘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것이라 정중하게 말씀드렸다. 사이트의 디자인이 중요하긴 하나 그렇게 덜 예쁘게(?) 기획한 데는 이유가 있을 테고, 잘나가는 원인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나는 이를 ‘목적 있는 기획’이라 부른다.
웹사이트는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언제든 구조와 배치를 수정할 수 있다. 만약 손해가 난다면 디자인을 즉시 되돌릴 수 있다. 즉 많이 시도해도 된다. 그럼에도 기획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어야 하고, 마케팅에도 이유가 있어야 한다. 실패한 기획은 원인을 파헤쳐 개선하고 학습해야 하며, 좋은 안을 찾아냈다면 지속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도록 구조적 걸림돌을 해결해야 한다.
2000년대 중반, 1위를 달리던 여성의류 쇼핑몰에서 ‘5만 원 이상 무료배송’이라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실로 파격적인 혜택이어서 몇 달 만에 너도나도 그 프로모션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어느 누구도 그 이유를 알려고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마 적당한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했을 것이다.
1위 업체가 5만 원 이상 무료배송을 시행한 것은 정확한 목적이 있었다. 객단가를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5만 원에 약간 못 미치는 금액을 구입한 고객이라면 돈을 조금 더 써서 무료배송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손해 보고 싶지 않은 심리를 활용해 객단가를 높이려는 전략이었다. 그 결과 객단가를 5,000원 높여 매출을 수천만 원 올린다면? 더욱이 고객에게 5만 원 이상 무료배송해주는 최초 업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면?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게다가 이 업체는 1위답게 배송량이 많아 1,500원이라는 낮은 가격으로 택배를 계약했으므로 무료배송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런데 택배비 2,500원을 지불하던 후발업체들은 무료배송의 목적과 가능한 배경을 파악하지도 않은 채 원인 모를 출혈을 감수하며 따라 하기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물론 그동안 1위의 기획을 따라 하며 성장도 어느 정도 맛보았을 테니 이해는 된다. 실제로 ‘5만 원 결제 시 무료배송’은 이후 이커머스의 암묵적 룰로 정착할 만큼 성공적인 프로모션이었다. 따라 한 사업자들도 성과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운 좋게 얻은 기회로 갑자기 또는 잠깐 잘 되는 창업자는 스스로 왜 잘되는지 모를 때가 많다.
실제로 사이트의 경쟁력은 잘 짜인 구조와 친절한 상담인데 느닷없이 챗봇 상담으로 개편하는 바람에 매출이 급격히 하락하는 곳도 있고, 1위 남성의류 업체가 경쟁자들이 따라 하지 못할 구조를 만들겠다고 보기엔 멋지지만 불편한 시스템을 만들어 단기간에 매출이 10분의 1로 토막이 난 사례도 있다. 평소 그 업체를 모방하던 후발업체들이 이것마저 따라 하는 바람에 매출이 동반 하락한 웃지 못할 상황도 보았다.
이처럼 목적을 알지 못하고 단순히 경쟁사 프로모션을 벤치마킹하다가는 단발성 매출 상승에 그치거나 오히려 실패하기 쉽다. 왜 실패했는지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신상품 10% 할인의 의미를 찾아라
목적 있는 기획을 끊임없이 시도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특별함’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신선한 기획도 시간이 흘러 당연한 것이 되어버리면 특별함이 사라지고 시스템 비용만 계속 발생하게 된다. 모두가 5만 원 이상 무료배송을 할 때는 그 혜택이 당연시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고객과 시장을 상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성공한 기획이 될 것이고, 계속 흐름을 만들어갈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
신상품을 10% 할인하는 이커머스를 간혹 보았을 것이다. 어떤 이유일까? 이커머스 사업자는 판매가격을 매입가의 1.4배, 1.7배, 3.5배 등으로 책정하며 마진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왜 이 가격을 책정했는지, 마진율을 왜 이렇게 정했는지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남을 따라 하다가는 수익구조에 문제가 생긴다.
신상품을 할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이유는 물량확보다. 도매시장에서는 처음부터 제품을 대량생산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다양한 거래처에서 샘플을 소량으로 제공하고 반응을 보며 그 후에 생산량을 늘려가는 안전한 방식을 택한다. 물건을 가져와 파는 쪽에서는 고객의 반응을 빠르게 캐치해 경쟁사보다 한발 먼저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이때 신상품 판매량을 확인하면 고객들의 리뷰나 구매를 좀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알 수 있다.
물량확보는 당일배송으로도 이어진다. 우리 사이트에서 잘 팔리는 제품은 다른 데서도 잘 팔린다. 자체제작 상품이 아닌 다음에야 출고 예상 수량을 확보해야만 당일배송 서비스를 할 수 있고, 고객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신상품 할인은 상품 진열 위치와도 연관이 있다. 베스트 상품은 잘 팔린다는 뜻도 있지만 이미 많이 팔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자리를 이어받을 상품을 점찍어서 확실히 밀어줘야 하는데, 신상품 업데이트 후 제품 관련 문의가 하루 3건 이상 달린다면 히트할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다. 기존의 베스트 상품보다 신상품이 잘 팔릴 가능성이 높으면 빠르게 진열 위치를 바꾸어야 한다.
게다가 업데이트 당일만 할인해준다면 즐겨찾기를 해두고 매일 제품 업데이트를 확인하러 오는 재방문 고객을 붙잡아둘 강력한 요인이 된다. 매일 신상품이 업데이트되는 패션 이커머스 특성상, 출석체크는 꽤 효율이 높은 홍보 전략이다.
막 출시한 신상품을 할인한다는 것은 당시에는 기존의 인식을 뒤바꾼 파격적인 이벤트였다. 그 배경에는 이처럼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반면 목표가 없으면 기대효과를 측정할 수 없고,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고객이 평균적으로 구매하는 금액을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올리면 무엇이 달라질까? 이익의 차이가 엄청날 것 같지만, 구매 빈도가 하락해 정작 매출에는 큰 차이가 없다.
손님 없는 집의 사장이 동네의 다른 매장을 돌아다니며 무엇을 어떻게 잘하는지 보고 배우는 것은 매우 당연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경쟁상대가 하는 것을 무작정 따라 하기 전에 왜 하는 것인지 묻고, 이유를 제대로 알고 실행하자.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지만 반드시 스스로 답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데이터 분석과 고객 모니터링을 반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