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홈런 더비에 참가했던 타자가 후반기에 전반기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여줄 경우 언론이든 팬들 사이에서던 홈런 더비 후유증이라는 말을 가져다 붙이면서 이 모든게 다 홈런 더비 때문이라고 하는 모습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홈런 더비를 나가면 안된다고 하거나 하는 모습들이 매년 보이는 모습이죠.
뭐, 부상이 있는 선수라면 당연히 홈런 더비에 나가는 것 보다 휴식을 취하는 것이 낫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런 징크스 때문에 홈런 더비 출전을 고사하는 것이 맞는 걸까요? 아니 어쩌면 그건 단순한 징크스가 아니면 실제 타격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사실일까요?
아무튼 그래서 좀 더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먼저 여러번 홈런 더비에 참가한 선수들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딱 한 번 나갔는데 전후반기 성적이 달라지는 경우보다는 기왕이면 여러번 나간 선수를 참조하는게 더 나을테니까요. 만약 여러번 나갔는데, 나갈때마다 후반기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라면 홈런 더비의 영향이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을테니까요.
2회 이상 홈런 더비에 참가한 선수들의 기록을 살펴 봤습니다. 여기서의 홈런 페이스 기준은 홈런이 하나 나오는데 필요한 AB(타수)입니다. 단 전반기나 후반기 도중 부상으로 인해 경기 출장을 많이 못한 경우는 아예 제외했습니다. 홈런 더비에 나가서 부상을 당한게 아닌 이상 부상을 당한걸 가지고 평가하는건 불합리하다고 보기 때문이고, 전반기에 부상을 당한 경우에는 홈런 더비와 아예 관련도 없는데 그걸 넣는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니까요.
아드리안 곤잘레스: 2009, 2011년 모두 후반기 홈런 페이스가 떨어짐.
알버트 푸홀스: 2003년, 2009년에는 후반기 홈런 페이스가 떨어졌지만, 2007년에는 오히려 훔런 페이스가 좋아짐.
알렉스 로드리게스: 2001, 2002년 모두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 홈런 페이스가 더 좋아짐.
배리 본즈: 2001년에는 오히려 홈런 페이스가 좋아짐, 2002, 2004년에는 떨어짐.
브렛 분: 2001, 2003년 모두 후반기 홈런 페이스가 떨어짐.
카를로스 델가도: 2000년, 2003년 모두 후반기 홈런 페이스가 떨어짐.
데이빗 오티즈: 2004, 2005, 2006년에는 홈런 페이스가 좋아짐, 2010, 2011년에는 홈런 페이스가 떨어짐.
제이슨 지암비: 2001, 2002년에는 홈런 페이스가 좋아졌다가, 2003년에는 떨어짐.
저스틴 모노: 2007, 2008년 모두 홈런 페이스가 떨어짐.
랜스 버크만: 2002, 2004, 2008년엔 홈런 페이스가 떨어짐, 2006년엔 홈런 페이스가 좋아짐.
맷 홀리데이: 2007년에는 홈런 페이스가 좋아짐, 2010, 2011년에는 홈런 페이스가 떨어짐.
미구엘 카브레라: 2006년에는 홈런 페이스가 떨어짐, 2010년에는 홈런 페이스가 좋아짐.
미구엘 테하다: 2004년에는 홈런 페이스가 좋아짐, 2006년에는 홈런 페이스가 떨어짐.
프린스 필더: 2007, 2011년에는 홈런 페이스가 떨어짐, 2009년에는 홈런 페이스가 좋아짐.
리치 섹슨: 2002년에는 홈런 페이스가 떨어짐, 2003년에는 홈런 페이스가 좋아짐.
로빈손 카노: 2011년에는 홈런 페이스가 좋아짐, 2012년에는 홈런 페이스가 떨어짐.
라이언 하워드: 2006, 2007, 2009년 모두 홈런 페이스가 좋아짐.
새미 소사: 2000, 2001년에는 홈런 페이스가 좋아짐, 2004년에는 홈런 페이스가 떨어짐.
트로이 글로스: 2001년에는 홈런 페이스가 좋아짐, 2006년에는 홈런 페이스가 떨어짐.
블라디미르 게레로: 2000, 2007년 모두 홈런 페이스가 좋아짐.
말로는 페이스가 좋아지고 떨어졌다고 하지만, 사실 별 차이가 안나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그냥 숫자 상으로 단 0.1이라도 다르면 올라가고 떨어졌다고 표시했는데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냥 들쭉 날쭉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위 선수들 기준으로는 20시즌은 오히려 홈런 페이스가 좋아졌고, 24시즌은 홈런 페이스가 떨어졌습니다. 봐라 4시즌이지만 홈런 더비가 분명 영향이 있는거 아니냐? 하실 수도 있는데요.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런데 여기에서 브렛 분, 카를로스 델가도, 저스틴 모노 처럼 두 번씩 참가했으면서 그때 마다 후반기에 홈런 페이스가 죽은 선수들이 있습니다. 저 선수들만 평균을 내면 홈런 더비 출전 해에는 전반기에 14.69 타수마다 홈런을 하나씩 치던 선수들이 후반기엔 22.33 타수마다 홈런을 하나씩 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를 보면 분명 영향이 있을 것 같지 않나요?
그런데 문제는 카를로스 델가도와 저스틴 모노는 원래 커리어 성적상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에 홈런 페이스가 떨어지는 선수들이라는 겁니다. 홈런 더비 참가 여부와 관계 없이 원래 떨어지던 선수들을 두고 홈런 더비 탓이라고 볼 수는 없죠. 그럼 결국 홈런 더비로 인한 피해자(?)는 브렛 분 정도가 될까요? 그런데 이거 아시나요? 브렛 분은 그나마 나간 두 번의 홈런 더비에서 총 합쳐서 고작 3개의 홈런을 쳤고(2001년 3개, 2003년 0개) 두 번 다 당연히 1라운드에서 광속 탈락했습니다. 홈런을 좀 치고 나서 성적이 하락했다면 핑계라도 댈텐데 들러리 서고 나서 후유증이 있다는건 참 재미있는 일이죠.
공교롭게도 홈런 더비에 두 번 이상씩 참가했으면서 그때마다 후반기 홈런 페이스가 상승한 선수도 세명입니다. 에이로드, 라이언 하워드 그리고 블라디미르 게레로죠. 이 선수들은 통산 성적을 봐도 후반기에 홈런을 원래 조금씩 더 잘 치던 타자들이긴 한데 어쨌든 홈런 더비에 나간다 해서 그 페이스에 방해 받지 않았다는 거죠.
그렇다면 단 한번씩 나간 타자들의 경우라도 가장 하락 크게 하락한 선수들은 누구일까요? 부상이나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언급되는 선수 꼽자면 2005년의 최희섭, 바비 어브레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2005년의 최희섭은 당시 홈런 더비가 그냥 국가별로 대표 선수를 내보내는 의미를 가지고 열렸던 대회이기도 하고,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 홈런 페이스만 떨어졌을뿐 타격 라인은 전반기 .236/.318/.458에서 오히려 .288/.372/.442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어쩌면 타격 어프로치의 수정으로 스윙이 바뀌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는 홈런 수는 줄었지만 오히려 좋게 발전한 경우겠죠.
같은 해의 바비 어브레이유도 국가 대표 자격 정도로 뽑힌 경우였죠. 전반기 홈런을 18개나 쳤다가 후반기엔 고작 6개에 그치고, 그 후에 다시는 그러한 홈런 생산력을 보여주지 못해 어브레이유는 평생 칠 홈런을 홈런 더비에 다 쳐버렸다는 말까지 나왔는데요. 문제는 원래 어브레이유는 그 후에 하락한 장타력을 합쳐도, 2012년까지 통산 162경기 환산 20개의 홈런을 치던 타자라는 겁니다.
이 경우는 적어도 개인적인 생각에 홈런 더비로 인한 문제가 아니라, 그냥 평균 회귀의 법칙이 훨씬 더 어울려 보입니다. 종종 언급되는 2006년의 데이빗 롸잇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전반기 20홈런, 후반기 6홈런으로 홈런 더비 후유증(?) 소리가 나왔지만, 롸잇도 결국 2013년 전반기까지, 162경기 환산 26개의 홈런을 치는 타자입니다. 이 경우도 홈런 더비의 영향이 아니라 평균 회귀의 법칙에 더 가깝다고 생각되는 경우이구요.
사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관심을 끌어야 하는 언론 특유의 호들갑이 대부분인 경우입니다. 대부분 그냥 홈런 갯수를 두고 홈런 갯수가 떨어졌다고 홈런 더비 후유증 이야기를 꺼내는데 문제는 원래 전반기 경기 수가 더 많기에 홈런을 더 많이 치는게 당연한거죠. 그걸 두고 후유증 이야기를 하는건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에 불과합니다.
물론 선수에 따라 홈런 더비가 자기 스윙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서 빠지는 선수들도 있고, 단순히 홈런 하나 치기 위한 타수 기록을 대비시키면서 홈런 더비의 영향을 분석하는 것은 여러가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07년, 맷 홀리데이는 홈런 더비에 참가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도 없이 스윙 훈련을 해왔는데 20번에서 40번 정도의 스윙이 폼을 망가뜨릴 정도라면 처음부터 내 스윙은 좋지 않았을 것이다.”
슬램덩크 보신 분들이라면 아마 서태웅이 눈 부상 당한 상태에서 눈 감고 자유투를 쏘고, ‘몇백만개나 쏘아온 슛이다.’라는 말을 기억하고 계실겁니다.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초청받을 정도의 선수라면, 그 선수의 스윙도 아마 몇백만번이나 반복된 동작을 거쳐서 만들어진 스윙이겠죠. 단순히 후반기에 홈런 페이스가 좀 떨어진다고 모든 것을 다 홈런 더비 탓으로 돌리는건, 선수들의 피땀이 담겨있는 스윙 연습을 무시하는게 아닐까요?
원문: MLB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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