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펩시의 CEO를 애플에 앉힐 때의 이야기다. 그가 영입하고 싶은 이의 이름은 존 스컬리(John Sculley). 그 유명한 코카콜라 펩시의 블라인드 테스트 캠페인을 기획한 사람이다. 잡스가 보낸 헤드헌터들이 줄줄이 함흥차사가 되자 잡스 본인이 움직였다. 그러나 면전에서 존 스컬리가 애플 CEO 자리를 거부하자 잡스가 한 마디를 날렸다.
설탕물이나 팔면서 남는 인생을 보내고 싶습니까? 아니면 세상을 바꿀 기회를 붙잡고 싶습니까?
Do you want to sell sugar water for the rest of your life, or do you want to come with me and change the world?
결국 낚인 존 스컬리는 애플의 3번째 CEO가 되었다(그리고 잡스와 싸우고 잡스가 오히려 애플에서 쫓겨났…). 당시 컴퓨터를 팔던 애플은 지금 엄청난 회사가 되었다. 2000년대 이후 미국에서 가장 많이 급성장한 주식을 봤는데 7,856%로 당당히 7위(2019년, 하우머치닷넷)를 한 것이다.
그런데 1위가 설탕물… 아니 몬스터 에너지 드링크라는 게 함정. 무려 62,444%가 올랐다. 2위는 넷플릭스였지만 23,071%였다. 보고 있나 잡스? 오늘은 뜨겁게 오르고 있는 음료 브랜드 ‘몬스터 에너지(Monster Energy)’에 대한 이야기다.
짬에서 나온 바이브로 에너지 드링크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몬스터 에너지를 꽃길만 걸어온 신생음료회사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짬바와 존버의 아이콘(?) 같은 곳이다. 몬스터 에너지를 만든 ‘한센(Hansen’s, 이후 한센 내추럴 컴퍼니가 된다)’이 1935년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곳은 원래 주스를 판매하던 소소한 음료회사였다.
그러나 자사를 대표하는 음료가 없는 회사는 언제나 불안한 법이다. 한센은 88년도에 한 번 파산신청을 하기도 했다. 재기를 다지며 아이템을 찾던 한센의 눈에 들어온 것은 ‘에너지 드링크’ 시장이었다. 이제 막 유럽에서 레드불이란 에너지 드링크가 떠오르던 시절이었다.
한센은 1992년도 발 빠르게 미국에서 에너지 드링크에 진출한다. 한센의 에너지 드링크는 빠르게 인기를 얻어갔다. 1997년 레드불이 미국에 진출하기 전까지는.
추격자 몬스터는 어떻게 선두를 쫓아간 것일까?
한 번 쓴맛을 본 기억은 다시 꺼내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한센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에너지 드링크를 출시한다. 2002년에 출시된 ‘몬스터 에너지’란 제품이다. 맛과 성능 자체는 이전 한센의 에너지 드링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실패에서 전략을 짜냈다.
첫 번째로는 레드불과 차이를 두자는 것이었다. 단순히 ‘에너지 드링크’라는 카테고리의 음료를 내는 수준을 넘어서야 했다. ‘레드불’이 “날개를 달아줘요”라는 메시지로 대중들에게 어필을 한다면, 그것보다 강하고 인상적인 메시지를 내야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네 안에 야성을 깨워라(Unleash the Beast)”였다.
문구뿐만이 아니다. 몬스터는 레드불(275ml) 보다 큰 용량(500ml, 700ml 넘는 양도 있었다)을 기본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을 했다. 거기에다가 로고인 M자(M claw)는 거친 이미지를 증폭시켰다. 마치 야수 발톱으로 냥냥펀치를 날린 느낌이랄까? 비교적 깔끔하고 도시적인 레드불의 이미지와 다른 방향으로 몬스터를 어필하였다.
두 번째는 레드불의 좋은 점을 흡수한다는 점이었다. 레드불은 스스로 ‘미디어 회사’라고 말할 정도로 마케팅에 진심인 회사다. 한센은 몬스터의 출시 이후 마케팅 담당자를 폭발적으로 고용했다. 또한 텔레비전 광고나 옥외광고를 포기했다. 대신 몬스터 에너지를 좋아할 사람들이 즐겨보는 것에 투자를 했다. 모터스포츠, 익스트림 스포츠, e스포츠 등에 적극 진출을 했다.
레드불이 시장에 진입했던 방법을 몬스터 에너지도 벤치마킹한 것이다. 덕분에 몬스터 에너지는 빠르게 시장의 1위인 레드불을 쫓아갈 수 있었다. 이렇게 2차전이 시작된 것이다.
표준이 될 수 없다면 다양함으로 승부한다
몬스터 에너지의 성장으로 한센(당시 한센 내추럴 컴퍼니)은 2012년 ‘몬스터 베버리지’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본격적인 에너지 드링크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가 된 것이다. 하지만 거친 느낌, 스포츠 마케팅으로 레드불을 위협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몬스터 에너지는 다양한 버전의 몬스터 에너지를 내기 시작했다. 레드불은 에너지 드링크의 표준적인 맛을 자랑한다. 하지만 몬스터 에너지는 그 범주를 뛰어넘는 맛을 내야 했다. 그렇게 핑크색 열대과일 맛인 ‘몬스터 파이프라인 펀치’가 나왔는데 에너지 드링크의 주 소비층이 아닌 여성들에게도 인기를 얻었다.
현재 한국에는 6개 정도의 몬스터 에너지 맛이 존재하는데, 미국에는 포켓몬스터 급으로 다양한 몬스터 에너지의 맛이 존재한다. 때문에 어떤 맛이 맛있는지 취향이 나뉘기도 하고,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어필을 할 수도 있었다. 때문에 미국 내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갔다(지난해 글로벌 음료시장에서 레드불 43%은 몬스터 에너지 39%).
개척자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 드링크를 판매하는 레드불, 그리고 그 뒤를 빠르게 쫓는 몬스터의 경쟁은 ‘에너지 드링크’라는 시장이 커지는데 도움이 되었다(지난해 에너지 드링크 시장은 약 600억 달러 규모다). 고 카페인에 대한 우려가 있어왔지만, 어느덧 에너지 드링크는 일상적인 음료로 자리 잡고 있다.
주스로 시작해 괴물이 되기까지, 몬스터의 미래는?
돌이켜보면 참 재미있는 음료다. 자연의 과일주스를 만들던 푸릇푸릇한 느낌의 회사가(한센 내추럴의 기존 음료들은 코카콜라와 협력관계 이후 코카콜라 사업부로 옮겨졌다) 거칠고, 야성미가 넘치는 에너지 드링크를 만들고 있다.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듯, 브랜드나 회사가 갑자기 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도 말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몰라도, 혹은 주식이 엄청 뛰었다는 사실을 몰라도, 몬스터 에너지는 제품 자체만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다. 미국을 넘어 한국에서도 에너지 드링크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과연 왕관을 차지할 브랜드는 어떤 곳이 될까?
원문: 마시즘
참고문헌
- 미 에너지 음료 ‘파워전쟁’, 뉴욕aT센터, 농식품수출정보, 2006.3.25
- 레드 불’ 어떻게 히트 음료로 성장했나?, 식품음료신문, 2008.6.16
- 50조 에너지음료 시장 휩쓴 ‘몬스터’…괴물 마케팅에 2030 열광, 연선옥, 조선비즈, 2017.7.6
- 주가 624배 뛴 ‘괴물’…美 몬스터, 20년 상승률 1위, 심은지, 한국경제, 2019.11.6
- ‘더 크고 더 강하게’…에너지 드링크 쑥쑥 큰다,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2020.5.1
- 에너지드링크 후발주자 ‘몬스터(Monster)’는 어떻게 성공했을까?, 임경량, 패션포스트, 2020.10.6
- 세계 에너지음료 시장, 작년 700억달러 ‘급성장’, 안광호, 경향비즈, 2020.10.18
- An energy drink with a Monster of a stock, Matthew Boyle, CNN MONEY, 2006.9.15
- Energy Drink Market Share, T4, 20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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