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카테고리에서 이길 수는 없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시간도, 예산도, 인력도 충분치 않다. 그러니 지출도 가급적 여러 채널에 흩어놓기보다 한곳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의 수치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1. 이탈률
고객이 구매 가능한 제품을 찾지 못해 클릭이 발생하지 않고 이탈되는 경우를 ‘반송률’이라 하고, 구매 전환까지 걸리는 평균시간을 1분이라 가정했을 때 1분 이내 구매 없이 이탈하는 수치를 ‘이탈률’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편의상 반송률과 이탈률 모두 이탈률로 표현하겠다.
1분 미만 이탈률이 80%라면 평균에 근접하는 수치고, 70%면 상대적으로 좋은 수치다. 그러나 만족해서는 안된다. 평균이 그 정도임을 이해하라는 것이지,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방치하는 순간 남들과 같아져 도태되기 쉽다.
2. 유입출처
고객이 어디서 들어왔는지에 따라 이탈률이 달라진다. 따라서 유입 출처에 따라 이탈률은 섬세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만약 검색광고로 유입되었는데 이탈률이 80%라면 해석이 또 달라진다. 유료광고라면 넉넉하게 잡아도 60%는 맞춰야 한다.
이탈률이 높다면 카테고리 구성이나 상품의 썸네일 문제일 수 있다. 페이지 뷰는 높은 데 반해 구매전환율이 낮다면 가격이 높거나, 구매시간이 길거나 상세페이지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높다.
이와 별개로 유입 출처별로 가장 판매율이 높은 상품을 추천하면 매출은 상승한다. 단기적 개선을 노린다면 유입별 필터링을 통해 수치를 개선할 수 있지만, 확장 가능성을 막는 결과로 이어져 성장이 멈춘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유입 출처를 필터링하기보다 카테고리를 개선하고 보강하는 편이 훨씬 바람직하다. 시장 흐름에 맞춰 강점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3. 이탈비용
왜 수치를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이탈률을 비용으로 환산해 보자. 1인 유입당 비용을 300원이라 하면, 1만 명이 유입했을 때 80%인 8000명이 이탈하면 손실은 240만 원이 될 것이다.
이탈한 사람을 다시 불러오기 위한 비용을 500원이라 책정하면, 10%만 다시 부르려 해도 50만 원을 추가로 쓰게 된다. 합산 손실은 290만 원이 된다. 기타 마케팅 비용 외에 인건비, 관리비 등을 합산하면 손실은 더 불어난다. 30일을 기준으로 반송되는 트래픽의 가치는 9000만 원에서 1억 원이 넘는다.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1년간 누적되는 손실 비용은 약 10억 원에 달합니다.
많은 이커머스 사업자들에게 ‘수치’를 강조할 때 하는 말이다.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손실이 매일 쌓여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방문한 고객에게는 판매 가능한 제품을 가장 높은 확률로 보여주고, 수백 개의 상품 썸네일을 최적화해서 모니터링해야 한다. 공격이 중요하지만 수성의 가치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4. 구매전환율
신규 방문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광고비를 많이 지출했다는 뜻이다. 다양하고 좋은 상품을 선보여 고객을 잡는다면 전환율은 상승할 것이고, 반대로 구매전환율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방문자를 늘리기 위해 광고를 진행했다가는 지출만 늘어나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다.
구매전환율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은 광고 흐름을 판단하기 유용한 신호다. 방문자 수도 비슷하고 특별한 프로모션도 하지 않았는데 구매전환율이 오전에 상승한다면, 오후에 더 많은 광고를 해야 한다. 그렇게 모객해도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거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없는 제품 대신 세상에 없는 단어를 팔아라
이커머스를 찾는 고객이라면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 식당에서는 다른 집보다 조금 비싸도 분위기 있는 인테리어나 직원의 각별한 서비스로 상쇄할 수 있다. 반면 웹사이트 디자인이 세련되었다고 같은 제품에 1000원을 더 지불할 사람이 있을까? 이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래서 매출이 오르지 않아 나를 찾아오는 분들 중에는 “가격을 할인해보면 어떨까요?” 라고 어렵게 말을 꺼내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가격에 대해 조금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대부분의 제품에는 준거가격이 있고,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대략의 준거가격이 형성돼 있다. 그 가격을 기준으로 제품의 가치를 판단해 살지 말지 결정한다.
가령 일반적인 책상이 10만 원 혹은 12만 원이라면 준거가격의 범위를 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2만 원이라면? 누가 뭐래도 그건 혁신적으로 싸다. 준거가격보다 5000원 정도 낮은 가격은 혁신이 아니지만 드라마틱하게 싸다면 가격만으로 시장을 쓸어버릴 수 있다.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를 떠올려보라. 이케아의 모든 제품이 싼 건 아니었지만 조명이나 패브릭 등의 소품은 유사한 한국 브랜드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었고, 다들 이케아로 몰려가는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여기서 포인트는 내가 파는 제품이 준거가격보다 얼마나 저렴한지, 가성비가 좋은 제품인지, 준거가격보다 비싸지만 가치가 있는 제품인지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이 있으면 내 제품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가 보인다.
샤넬 백을 사고 나서 “이 가방 원가가 얼마인데 이 돈 주고 사야 해?”라며 화내는 고객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비싼 돈을 주고도 드디어 나도 샤넬 백을 샀다며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리는 사람들이 절대다수다. 하지만 껌은 아무리 비싸봐야 껌이다. 가치를 놓고 평가하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가 파는 제품의 가치와 기준을 냉정하게 판단해보라는 이야기다.
이 판단이 끝났다면 ‘우리 제품에 대안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 대안이 없으면 사람들은 아무리 비싸도 우리 제품을 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이성적으로 따져보지 않고 제품이 안 팔리면 가격부터 낮추려 든다.
대체품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게 어디 쉽나요?
맞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제품이 그렇게 쉽게 만들어진다면 이 책을 쓰는 나도, 읽는 당신도 진즉에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단독’은 파는 게 아니라 만들기 나름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고객이 ‘이거 잘 샀다!’라고 느끼게 만들면 된다. 이런 설득은 생산자보다 판매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판매자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우리가 페이스북에서 보는 광고도 콘텐츠의 영역으로, 콘텐츠가 좋으면 적은 비용으로도 광고가 터진다. 확률상 온라인에서는 결국 콘텐츠에 강한 사람들이 살아남는다. 고객의 인식을 파고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인식을 만드는 방법
우리 제품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 해결된다고 하지만, 인식의 벽만큼 높고 단단한 것은 없다. 반면 변하지 않는 인식을 활용해서 새롭게 느껴지는 상품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LED를 예로 들어보자. LED는 전기료를 줄여주는 조명 정도로만 인식되었는데, 피부미용에 좋다는 새로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LED마스크라는 고부가가치 비즈니스가 생겨났다. 또한 ‘셀프 미백케어’를 강조하는 LED 칫솔도 탄생해 히트를 쳤다. 그 기업은 고객들의 머릿속에 자리잡은 LED의 인식을 빌려 제품을 만들고, 히트시킨 것이다.
로사퍼시픽이 출시한 ‘랍면’도 마찬가지다. 랍스터와 라면을 결합시킨 라면은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서 단기간에 수백만 개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랍스터라는 고급 식자재의 인식을 활용해 고급 라면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높은 벽처럼 느껴지는 인식을 넘으려고만 하지 말고, 우리 제품에 활용하자. 이커머스에서 인식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은 ‘단어’를 파는 것이다. 제품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고객들이 부를 애칭을 붙이는 식이다. ‘8억 칫솔’이 좋은 예다. 한 번 베면 끊을 수 없다는 뜻의 ‘마약베개’ 역시 많은 이들이 아는 히트 단어다. 이처럼 고객의 언어를 활용한 직관적인 애칭을 상품명으로 만들면 이른바 대박 상품이 터질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려면 기획 단계에서 고객의 인식을 바꾸는 단어를 만들어내야 한다. 어렵게 접근할 필요도 없다. 때로는 단어를 잘 조립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이 특별해진다. 순식간에 대안이 없는 유일한 제품이 된다.
가격 할인이야말로 가장 따라잡히기 쉬운 요소 중 한다. 네이버쇼핑만 검색해도 어떤 물건을 어느 사이트에서 얼마에 파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가격할인은 아무나, 순식간에 따라 한다. 판매자의 DNA로 생각해보면 가격을 할인하지 않고도 모든 것을 팔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커머스의 묘미이고 전략이자, ‘세상에 없는 단어’를 만드는 기획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