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쉽게 생각하면 큰코다친다
내 제품이 속한 카테고리는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내가 어느 정도에 위치해 있는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열 때에도 매장이 속한 상권이 동네 주민들 대상인지 직장인 대상인지, 점심에 팔리는지 저녁에 팔리는지 모르고 장사한다면 필패할 뿐이다. 더군다나 전국구로 경쟁하는 이커머스는 특정 상권이란 개념도 없다. 오직 카테고리만이 있을 뿐이다.
카테고리의 경쟁자를 분석하자. 적어도 1, 2위가 누구인지, 왜 잘 팔리는지는 분석하자. 경쟁자가 없다면 왜 없는지도 알아보자. 바깥에서 볼 때는 대박날 것 같은데 내부 관점으로 보면 성공할 수 없는 이유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런 내부 관점은 경험으로만 생길 수 있다.
카테고리를 너무 넓히지도 말아야 한다. 많은 창업자들이 대형 쇼핑몰을 벤치마킹하지만, 수십 수백 명이 운영하는 쇼핑몰 구조를 한두 명이 뛰어들어 이길 수 있을까? 상품 업로드 인력은 한 명인데 채워야 할 대분류 카테고리가 10개라면 채울 수 있을까? 쉽게 채우지 못해 쇼핑몰이 늘 오픈 준비 상태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파악하고 시작하자.
이 외에도 오픈 초기 카테고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오픈 초기에는 시즈널 제품을 피한다. 사계절 아이템 또는 품절되지 않는 상품을 주로 업데이트하자. 예를 들어 의류의 경우 판매 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열심히 업데이트했는데 정작 업체 재고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 가능한 한 품절되지 않는 상품을 업데이트하자. 가방, 신발, 안경처럼 계절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잡화군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둘째, 단 하나라도 팔리는 제품이 있으면 확장해 카테고리를 채운다. 그 상품군을 확실하게 채우는 것이다. 그 후에는 팔리는 제품 중심으로 카테고리를 강화한다. 겨울에 패딩이 잘 팔린다면, 기본 패딩과 패턴이 있는 패딩, 그리고 한정판 패딩으로 구색을 맞추는 식이다. 작은 힌트에서 시작해 점점 넓혀가는 것이다. 나보다 더 큰 곳을 이기는 방법은 나를 날카롭게 다듬는 것뿐이다. 큰 업체들이 손대지 않는 것을 뾰족하게 내세우자.
셋째, 객단가 낮은 카테고리에 주목하라. 평균 매출을 만드는 건 의외로 구색을 잘 갖춘 소분류 카테고리다. 아우터가 대분류 카테고리라면, 카디건이나 숏패딩이 소분류 카테고리다. 소분류를 하나의 상점이라 생각하고 키워보자.
그래서 사업 초기에는 객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잡화 비중을 높이는 차원에서 제품 업데이트를 하는 게 좋다. 비수기가 없다는 것은 작은 카테고리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뜻이고, 이는 포트폴리오 전략과도 이어진다. 맥도날드가 햄버거만 팔지 않고 감자튀김 등의 사이드 메뉴를 파는 이유이기도 하다.
카테고리 분석은 무척 어렵고 변화가 많다. 기본적으로 네이버 쇼핑과 오픈마켓, 소셜 커머스, 개인몰 등 4가지 영역을 모두 분석해 비교해 보자. 고객 입장에서 제품을 주문하고 사용해 보면 가격과 마진, 서비스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이 생길 수 있다.
이커머스 창업자의 보이는 일, 보이지 않는 일
작은 회사의 창업자는 노동집약적인 일을 최대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회사를 매끄럽게 운영할 수 있다. 정답이 있는 일은 아니므로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창업자들이 공감해 주신 부분을 정리해 본다. 이커머스의 생리를 빠르게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1. 이커머스 창업 초기에는 얼마나 짧은 기간에 자생가능한 체력을 만드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이커머스 비즈니스는 다른 사업들보다 창업에 큰 비용이 들지도 않고, 한계도 없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카페로 창업할 수도 있다. 진열과 수용 또한 한계가 없다.
다만 상품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히트 상품 하나를 만든다고 해서 인생이 역전되지도 않는다. 정체와 하락은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다. 바로 다음 상품을 만들지 않으면 매출 하락을 피할 수 없다. 그러니 절박한 마음으로 신상품을 찾아야 한다.
2. 섣불리 카테고리를 늘리지 말자. 큰 업체가 손대지 않는 것을 찾아 뾰족하게 세우자. 마찬가지로 수입 제품이나 한정 수량 제품을 판매하는 것도 초기에 좋은 전략이다.
3. 완벽하게 오픈하지 말자. 습작부터 시작하자. 마무리 짓는 습관도 들이자. 웹사이트나 상세페이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 달을 붙들고 있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짓이다. 고객에게 빠르게 선보이고 수정하는 편이 더 낫다.
4. 물론 완성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단번에 완벽한 작품이 나올 수는 없다는 뜻이다. 조금씩 깎아 나가야 한다. 이커머스는 매일 0.1%씩 개선되는 것이 가능한 비즈니스다. 수정을 반복하면서 성장해 나가자. 이커머스의 특성상 작은 팀으로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은 조직의 장점을 살려 빠르게 의사결정하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도 가능하다.
5. 초기라면 고객이 우리를 응원할 만한 스토리를 들려줘야 한다. 마찬가지로 잘 다듬어진 스토리일 필요가 없다. 조금 어설퍼도 울림이 있는 이야기면 된다. 개인 SNS채널을 활용해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감정을 공유해보자.
초기에는 비즈니스 계정 외에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광고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런 개인 계정의 유무가 큰 차이를 만든다. 비즈니스 계정으로 운영하더라도 인물, 즉 ‘나’를 드러내는 것이 좋다. 개인적 이야기와 광고 비중은 8대 2 정도로 유지하자.
6. 이커머스 업무의 흐름은 크게 고객에게 보이는 일과 보이지는 않지만 고객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일로 나뉜다. 이중 고객에게 보이는 일은 상품 기획, 상품 촬영, 웹사이트 운영, 디자인, 광고 기획 등으로 나뉜다. 창업자가 이 중에서 2~3가지 업무도 파악하지 못한다면, 창업은 미루는 것이 좋다. 최소한으로 갖춰야 할 기본 자격이다.
보이지 않는 업무는 상품 소싱, 물류, 고객 상담으로 나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노동처럼 보이지만, 사업이 성장할수록 중요해지는 영역이다. 고객과의 접점에 맞닿아 있기 때문에, 고객의 ‘구매 후 경험’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기도 하다. 여기서 얻은 아이디어를 다듬어 우리의 차별화 지점으로 활용하자.
7. 업데이트가 늦어지거나, 매출이 급증하거나, 상품에 소싱이 생기면 물류와 고객센터에 문의가 폭주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때 수습에 급급하기보다는 ‘왜’를 따져 문제의 뿌리를 제거하자. 게시판을 만들어 직원 응대를 줄이는 식의 문제해결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차라리 상품을 품절시키고 공장을 찾아가서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게 좋다.
다양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불편한 경험을 인지했다면 잠시 확장을 멈추고 즉시 수정하는 게 올바른 방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