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최악 상사의 요소로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마이크로 매니징(Micro Managing)’이다. 팀원들의 업무 세부사항까지 참견하고 모든 것에 사사건건 참견하는 것을 말한다. 마이크로 매니징’을 넘어 더욱 촘촘히 간섭한다고 해서 ‘나노 매니징(Nano Managing)’이란 신조어도 있다.
회사의 팀장이나 경영진이라면 그 직분에 맡게 회사와 팀에 큰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건만, 인턴이나 김대리가 알아서 해도 되는 일까지 모두 간섭하고 코멘트하는 것이다. 그들은 대개 디테일 (Details)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매우 디테일한 것들이 모여 결국 큰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실제로 그들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던 것도, 남들이 쉽게 간과했던 디테일에 공들임으로써, 남들과의 차이를 만들어낸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성공철학을 전파하기라도 하듯, 더욱 세부사항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디즈니만이 하는 것(The Ride of a Lifetime)』 책에서도 유사한 일화가 나온다.
마이클은 디테일까지 세세하게 통제하는 자신의 경영 스타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옹졸하고 좀스러운 사람으로 비치기도 했다. 한 번은 그가 호텔 로비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기 램프들이 보입니까? 저게 다 내가 직접 고른 겁니다.”
디즈니 CEO가 그런 것까지 챙긴다는 인상을 주어서 좋을게 뭐가 있겠는가.
- 『디즈니만이 하는 것』
회사에서 코끼리를 냉장고를 넣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고 하자. 막연한 과제에 대해 팀원들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어리둥절하다. 이때 리더에게 기대하는 것은 방향성 제시다. 코끼리를 분해해도 되는지, 아니면 온전히 집어넣길 바라는지, 냉장고 크기를 바꿔도 되는지 등과 같은 큰 그림이 정해져야 여러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리더가 방향성은 제시하지 않고, 냉장고 색깔에 집착하거나 코끼리가 먹을 바나나 브랜드까지 신경 쓴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에 팀장이 모두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거면 ‘팀원들은 내가 왜 여기 있을까’하는 자괴감이 들 것이다. 브레인스토밍 회의에서도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을 하는 사람은 없고, 모두 팀장만 바라보고 있다. 어차피 말해봤자 자기 마음대로 할 테니, 그냥 주어진 업무만 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다.
팀장 본인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으니 좋을 것 같지만, 막상 그렇지도 않다. 프로젝트의 모든 것을 참견한다고 해서 그만큼 높은 결과물로 연결되지 않고, 진척도 늦을 수밖에 없다. 처음엔 10가지만 챙기면 될 것 같지만, 진행 과정에서 여러 변수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일은 계속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김대리, 김 과장의 모든 업무와 책임감까지 떠안고서 혼자만 바쁘고 분주해진다. 왜 우리 팀원들은 책임감도 없고, 나만 바라보고 있을까 하는 회의감마저 든다.
이렇게 한 명에게 모든 책임과 권한이 몰리는 것은 조직에도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팀장이 정작 해야 할 중요한 것을 놓치거나 본인이 부재하는 상황이 됐을 때, 그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겠는가. 결국 마이크로 매니징은 어느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상황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햇볕에 비유하자면, 마이크로 매니징은 너무 가까이서 빛을 비추는 것이다. 너무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의 꽃과 나무는 그저 말라비틀어져 갈 뿐이다. 제대로 싹을 피우려면, 적당한 거리가 중요하다. 나무의 가지가 여러 방향으로 쭉쭉 뻗어 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소외되는 곳이 없도록 골고루 빛을 비춰주는 것이다.
모두에게 동일한 빛을 비춰줄 필요도 없다. 더 위로 치솟고 싶은 가지가 있다면, 한 발 더 멀리 떨어져 주는 게 좋다. 그렇다고 팀장의 역할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팀원들이 성장한 만큼 그에 알맞은 또 다른 햇볕이 적재적소에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다양함이 가득한 풍성한 숲이 될 수 있다.
매니저가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경우, 대부분 아랫사람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를 일임했을 때, 그만큼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함이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과 부담으로 실패를 용납할 여유가 없을 때도 그렇다. 본인 성향 자체가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이유로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지만, 그 모든 결과는 하나로 귀결된다. 그 아래서 팀원들의 사기와 창의성은 점점 사라지고 업무 의욕은 바닥을 친다. 제대로 성과가 나올 리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팀원들에게 책임을 일임하고 자율성을 내어 줄수록, 그들 스스로가 프로젝트의 디테일을 채우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마이크로 매니징이 정말 빛을 발할 때는 큰 그림과 디테일이 함께 할 때임을 명심해야 한다. 다시 디즈니 일화로 돌아와서, 만약 CEO 마이클이 이렇게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저기 램프들이 보입니까? 저게 우리 팀 김대리가 기획해서 고른 것입니다. 디테일이 정말 탁월하지 않습니까?
원문: 켈리랜드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