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것
‘브랜드’만큼 모호한 개념이 있을까 싶습니다. 모호하단 말은 ‘분명하지 않고 흐리터분하다’란 뜻입니다. 분명하지 않으면 제대로 알 수가 없고, 흐리면 내 것이 되기 어렵습니다. 마케팅도 비슷한 개념일 겁니다. 누구나 마케팅, 마케팅하지만 마케팅이 무엇이냐고 한 문장으로 말해보라면 웬만해선 바로 답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전 브랜드를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것’이라 표현합니다. 브랜드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도 애플이나 테슬라의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라면, 아마도 한 시간 이상을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다시 브랜드가 뭐냐고 물으면 입을 닫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그 모호함의 정체를 잘 알고 있습니다. 20여 년간 영업과 마케팅 일을 해오면서 브랜드와 마케팅은 어느 프로세스의 한 지점이나 특정 지식을 이르는 말이 아니라, 알파와 오메가를 아우르는 개념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모호함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기술
때로는 모호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습니다. 요소요소로 분해되지 않는 것들에 집중하다 보면 좁아진 시야와 관념에 매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과 끝을 아우르는 개념을 자잘하게 나누어 머리에 넣기보단, 온 감각으로 받아들여 내 안에서 그것을 소화하는 겁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려면 거시적인 관점으로, 뜬구름 잡지 않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본질’을 떠올리는 겁니다.
우리는 대체로 본질을 간과하거나 그것을 잃을 때 변질됩니다. 변질된 존재는 본질로 회귀해야 합니다. 그러하지 않고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삶이 흘러갑니다. 아, 그러고 보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변질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본질을 떠올리며 개인 브랜딩을 할 수 있도록 개인 브랜딩을 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유의해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첫째, 개인 브랜딩도 ‘어떻게’가 아닌 ‘왜’다
글쓰기에서도 이미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왜’라는 물음으로 시작할 때 우리는 본질에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네 정서가 ‘어떻게’에 매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방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이걸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려는 군상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브랜딩이 필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을 모으고 모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면 결국 ‘생존’이 될 겁니다. 나를 알리기 위해서, 내 지식을 팔기 위해서, 자아실현을 위해서, 월급 외의 파이프라인을 만들기 위해서 등등. 그 이유들의 끝엔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하고, 그래야 내가 먹고살 수 있는 ‘생존’이라는 현실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개인 브랜딩을 생각하고 계시다면 방법 말고 ‘방향과 이유’을 먼저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둘째, 브랜드에 대한 지식 없이 피상적으로 시작하지 말 것.
제가 개인 브랜드에 관심을 가진 건, 어느 날 문득 든 생각 때문입니다.
회사 이름을 빼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이 묵직한 질문 말이죠. 직장인은 분명 그 끝이 있는데도 평생직장에 있을 것처럼 일하고 힘들어합니다. 생각해보니 회사 브랜드와 제품을 위한 1등 전략은 수없이 세워봤지만, ‘나’를 위한 전략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영업과 마케팅 전략 관련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나’에게 접목시켜 보니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전엔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것들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내 사이드프로젝트에 접목시키니 성과가 나기 시작한 겁니다.
브랜딩과 마케팅은 모호한 개념이라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뜬구름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려한 광고를 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 브랜딩과 마케팅의 전부라고 알고 계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물론 관련 업무를 하기 전의 저도 그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어떤 일을 하고 계시든 간에 결국 브랜딩과 마케팅과 관련된 업무를 하고 계실 겁니다. 당장 영업이나 마케팅 부서와는 다른 일을 하고 있으니 상관없는 거 아닐까, 란 생각을 하실 수 있지만, 여러분의 ‘직업’에서 ‘업’이란 걸 끄집어내게 되면 관점이 달라질 겁니다.
결국,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영업과 마케팅으로 이어져 회사가 생존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접점을 찾아내지 못하면, 브랜드란 개념은 내내 모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메시지 없이 시작하는 브랜딩은 허무다
‘나’를 널리 알리는 것이 브랜딩이라고 생각하는 피상적인 사고도 위험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메시지 없이 시작하는 브랜딩일 겁니다. 브랜드는 서사를 가질 때 힘을 발휘합니다. 그 서사는 메시지에서 출발합니다.
메시지는 제품이나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주고자 하는 핵심가치입니다. 다른 말로,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이라고도 합니다. 즉 이 제품을, 이 브랜드와 함께하면 당신이 가지게 될 이득과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널리 알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왜’ 알리려 하는가가 우선이라는 겁니다. 나는 널리 알렸는데 그 안에 알맹이가 빠져선 안 되는 겁니다. 말 그대로, 알맹이 없는 알림은 ‘허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브랜드는 치장하는 게 아닙니다. 화려하게 꾸미고 널리 알리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예쁜 로고와 역사 또는 서사가 있다고 해서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각 기업들의 브랜드 사례를 보고 그대로 따라 하면 우리에게도 브랜드가 생길까요? 성공한 기업의 사례가 몇 년 후 실패 사례로 나오기도 합니다.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기업의 브랜드가 기사회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몇몇 기업들의 브랜드 사례를 안다고, 마치 내가 브랜드에 통달했다는 착각은 내려놓아야 합니다.
- 내가 살아온 삶
- 내가 추구해온 가치
- 내가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가치
-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삶의 방향
- 그래서 나는 누구여야 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과 성장을 향한 노력
단편적인 지식은 뒤로하고, 뜬구름 잡는 개념은 멀리하고 나에게 맞지 않는, 그저 멋진 걸 따라 하거나 나에게 없는 걸 추구하며 남의 것을 탐하려 하는 욕망에서 벗어날 때 개인 브랜딩은 시작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아, 그리고 그 시작점은 글을 쓰는 그 순간이기도 할 겁니다.
원문: 스테르담의 브런치
글쓰기 강의: 함께 쓰고 출판하기
글쓰기 시작: 나를 관통하는 글쓰기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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