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발발 당시, 가장 급박한 한 주 였던 10월 6일 ~ 10일 동안 월 스트리트 현지에서 벌어졌던 상황을 주제로 ‘EUROMONEY’란 잡지의 2008년 11월 호에서 기사를 실었습니다. 과연 어떤 일들이 있었으며 현장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을까요? 기사 원문을 약간 축약하고 일부 표현들은 다소 우리말로 이해하기 쉽게 바꿔서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이어지는 내용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10월 6일이 시작하기 전 여기저기에는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행크 폴슨(Hank Paulson)의 TARP(부실 자산 구제 프로그램, Troubled Assets Relief Program)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의 매도세는 진정될 기미가 없었다. $7,000억 규모의 구제안도 충분히 크지 않단 말인가? 아시아 주식시장은 일제히 하락했다. Nikkei는 511 포인트 하락한 10,427, 홍콩 항생 지수는 593 포인트 하락한 17,090을 기록하였다.
유럽 지역에서 주말동안 벌어진 일은 거의 초현실적이었다. Fortis 은행은 며칠 전의 112억 유로 규모의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산산 조각나버렸다. 네덜란드 정부와 BNP Paribas 은행이 이 회사를 각각 나누어서 인수했다. 독일에서는 모기지 대출을 주력으도 삼던 Hypo Real Estate에 대한 정부의 추가 지원안이 필요하다는 뉴스가 나왔다. 한편 미국에서는 Wells Fargo은행이 Wachovia 은행의 입찰 경쟁에 참여한다는 다소 희망적인 뉴스가 나왔다. 그리고 이제 10월 6일의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Monday, October 6 : TARP가 금융 시장을 구원할 수 있을까?
“저기에 정책 당국이 진화하려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산불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금융시장에 필요한 건 방화벽 입니다.”
첫날, 현지에는 어느 정도 낙관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많은 금융 전문가들은 폴슨의 $7,000억 규모의 구제안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 중 한사람의 말을 들어보자. “TARP는 채권 시장(fixed income market)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금융 시장에서의 자산 매입을 통해서 은행들이 디레버리지(부채 규모 축소, deleverage)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거고, 궁극적으로 이 구제안이 목표로 하는 유동성(liquidity)의 공급을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금융 기관들은 지금 그들이 장기간 동안 보유하기를 원치 않는 자산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자산들은 이 상황에서 제일 소중한 유동성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이 은행가가 현재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평가한 부분은 그다지 밝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투자자들은 그들의 돈을 침대 매트리스 밑에 채워넣고 있습니다. 물론 문자 그대로 그런다는게 아니고 비유적으로 그렇다는 말이지요.”
이것은 정말 기묘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다. 저 멀리 가버린 시대의 일로만 생각했던 사람들이 은행을 믿지 못하는 상황이 다시 벌어진 것이란 말인가? 실제로 그 시대가 돌아왔다. 글로벌 금융시장 에서의 뱅크런은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었다. 아마 시작은 2007년 8월의 ABCP(자산담보부 CP) 였을 것이다. 그 다음에는 은행 예금의 인출이 일어났고, 2008년이 되자 뮤추얼 펀드들은 자금의 유입이 반대로 유출로 바뀐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사태들 자체는 기묘하다고 할 것 까지는 없었다. 그러나, 14개월 연속된 신용(Credit)의 축소와 지난 2개월 간의 전례가 없는 변동성으로 인한 기업들의 자신감의 하락은 앞으로 경제에 계속해서 큰 타격을 줄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 다음 유럽 은행가 두 명과 함께한 점심시간에서는 다소 심상치않은 느낌을 받았다. 그 식당의 자리는 반쯤 비어있었다. 이 식당 음식의 질과 각종 금융기관들로 부터 근접한 입지 조건을 감안할 때 이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이 은행가들은 TARP가 문제를 깨끗이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있지 않았다. TARP가 시장가격(market price)으로 금융 자산을 매입한다는 것은 금융 기관들이 손실을 실현시켜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고, 이는 시장참여자들의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었다. 시장은 요동치고 있었다.
그들 중 한명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저기에 정책 당국이 진화하려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산불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금융시장에 필요한 건 방화벽입니다.”
그러나 그 방화벽이 과연 현실화 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날 늦게 美 FED는 ABCP(자산담보부 CP) 등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Dow 지수는 370 포인트 하락 10,000선을 돌파하며 9,956으로 마감했고, 장중 최저치는 9,526에 달했다. 한편 채권시장에서 투자등급 회사채와 미 국채간 스프래드(spread)는 188bp(basis point, 1bp = 0.01%)로 확대되었다. 1년 전에 이 스프래드는 50bp 수준이었다. 한편으로 Libor 금리도 상승하고 있었다.
Tuesday, October 7 :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지다.
“만약 정책 당국이 은행이 도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면, 지금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겠습니까? 원숭이를 겁주려면 닭을 죽여야 합니다.”
미국 금융계의 두 명의 CEO들에게 이 날은 매우 긴 날이었다. 리만 브라더스의 CEO, 딕 펄드(Dick Fuld)는 금융 시장에 닥친 쓰나미가 리만 브러더스 파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강변했으나, 의회 주변에 있던 시위자들로부터 조롱을 당했다. 한편 AIG의 CEO 켄 루이스(Ken Lewis)는 배당금의 축소와 $100억 규모의 증자 계획을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지금은 39년간 제가 경험한 것 중에서 금융 기관들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입니다.”
화요일 취재의 시작은 TARP의 방침에 실망한 한 은행가와의 인터뷰로 시작되었다. 그는 말했다. “아마 처음 경매부터 절망만이 몰려올 것입니다. TARP는 시장에 합리적인 가격을 설정하고, 금융기관들이 보유 자산을 헐 값으로 시장에 내던지는 것을 막기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까?” 투자은행(investment bank)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 사람은 한편으로 금년말까지 시장 시스템이 제 기능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또 다시 충격적인 전망을 자기 입으로 내뱉었다.
“지금으로부터 6개월 안에 헷지 펀드(Hedge Fund)의 1/4 내지 1/3은 사라질 것입니다. 이게 다음 차례 금융권의 “Run”이 될겁니다. 이는 금융권에서 정말 최대의 현안입니다. 보유 금융자산들이 강제로 청산되어야 합니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는 피할수 없는 다른 상대방 헐뜯기도 나왔다. 그는 신용 파생상품(Credit Derivatives)와 신용 평가사(Rating agency)들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요즘 시장 상황에서 신용 파생상품을 통해서 한 회사의 주가를 조작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입니다. 주식 시장의 트레이더가 CDS (Credit Default Swap) 금리가 상승한 것을 보는 순간 주가는 급락합니다. 이는 일종의 자기 실현화 되는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입니다. 왜냐하면 그 다음에 신용 평가사는 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다운 그레이드 할 것이고 이 기업은 자금 시장으로의 접근이 차단되거나 자금 조달 비용 상승으로 진짜 어려움을 겪게됩니다.”
다음 미팅은 구조화 채권(structured products)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과 함께했다. 이번 금융 위기에 대한 책임 여부에 그는 자신을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 그는 단호했다. “우리는 부도가 난 기업들을 만들어내지 않았습니다.” 나(Euromoney 기자)는 다음과 같이 반문했다. “그러나 구조화 채권들이 서브 프라임 관련 버블을 만드는데 일조한 측면도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는 다음과 같이 반응했다.
“만약 서브 프라임 대출이란 것이 없었다면, 문제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는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었다. 주택 시장이 활황기에 있을 무렵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발행자들은 RMBS(거주용 주택 담보부 대출 유동화 증권)의 후순위(Subordirnate) 및 메자닌(Mezzanine) 트렌치(tranche)들을 신용 위험에 대한 고려없이 인수했다. 이 문제는 한 쪽의 일방통행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는 파생상품이 유동성, 신용, 이자율 위험을 각각 분리시키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 반면, 신용 시장은 유동성이 무었인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 – 또는 반대의 경우도 – 이 확실하다고 인정했다. 이어서 리만 브라더스가 파산하도록 내버려진 이유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만약 정책 당국이 은행이 도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면, 지금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겠습니까? 원숭이를 겁주려면 닭을 죽여야 합니다.” 그러나 그는 TARP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이건 정부가 $7,000억을 사용하는 방법 중 가장 어리석은 짓입니다! 은행들의 재무제표가 좋아 지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대출을 다시 시작할 것 같습니까? 만약 정책당국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려면 부채-주식 스왑(debt-for-equity swap)이 훨씬 효율적일 것입니다.”
아쉽게도 나(Euromoney 기자)에게는 이 부채-주식 스왑(debt-for-equity swap)이란 것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지금까지 만나본 은행가들은 모두 장기간의 경기 침체와 더 많은 은행들의 도산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상상불가했던 상황마저도 고려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도 파산할 가능성이 있을까?’ 같은 것 말이다.
오후에 만난 채권시장 전략 담당자는 TARP가 성공적으로 금융 시장의 붕괴를 방지한다고 해도 금융 시장의 전망은 부정적이라는 근거를 제시해 주었다. “은행권의 디레버리지(부채 규모 축소, deleverage)는 2010년 중반이 되서야 마무리 될 것입니다. 2009년에는 본격적인 경기 침체를 앞둔 은행들의 보수적 경영 기조가 계속될 것입니다.” 이날의 마지막 미팅에서 만난 사람은 현재 금융 위기의 일부 현상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해 주었다.
“美 국채(US Treasury) 시장에서의 결제(settlement) 실패는 지금 매일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의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환매조건부 채권(Repo) 시장이 혼란에 빠졌기 때문인데, 이는 장기간 지속될 것이고 美 국채(US Treasury) 시장 조차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왜냐하면 美 국채의 주요 투자자인 각국 중앙은행들은 시장에서의 결제 실패를 목격하고 유가증권 대여(security lending) 규모를 축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중앙은행들이 자신들이 빌려준 유가증권을 거래 상대방의 부도로 인하여 돌려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을 고려하게 될 것입니다.”
이날 또 다른 심리적 저항선이 붕괴되었다. S&P 500 지수는 1000을 하회 996으로 마감하였으며, 각종 주요 지표들은 5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다음날의 시작 전에도 불길한 조짐이 스며들고 있었다. 니케이 지수는 1987년 이후 최대폭인 9% 급락했다. 세계 각국이 공조한 이자율 인하도 별 소용이 없는 듯 했다. 한편 영국에서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영국 정부가 은행 부채에 대한 보증과 몇몇 은행들에 대한 부분적인 국유화를 발표한 것이다.
Wednesday, October 8 : 블랙홀 안을 들여다 보다.
“우리는 어딘가에는 바닥이 있다는 것을 이제 희망으로 삼고 있습니다. 모든 선행 지표는 세계 경체의 침체를 가리키고 있고, 시장의 회복은 아마 2010년은 되서야 가능할 것입니다.”
처음으로 美 재무장관, 행크 폴슨(Hank Paulson)은 정부가 금융기관에 직접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말 뿐으로 실질적인 조치는 아무것도 없었으며, 혼란은 계속되었다.
이날의 미팅은 미국 모기지 시장의 전문가 2명과 함께 시작했다. 그 중 한명은 매우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토로했다. “우리는 이 위기가 어떻게 끝날지 알지 못합니다.” 다른 한명은 올해 2/4 분기에 미 주택관련 부채규모가 축소된 것이 명백한 디플레이션의 신호일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금융권외 미국 기업들의 레버리지 규모는 아직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07년은 회사채 발생의 기록적인 한해였다. 그리고 이들 기업들은 하루 하루를 넘기기 위해서 그들의 은행과의 대출 약정(credit line)을 타진하고 있었다.
다음 만남에서 한 은행의 경제전문가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말했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돈을 빌리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은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블랙홀 안을 들여다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모든 선행 지표는 세계 경제의 침체를 가리키고 있고 이는 일반적인 경기 둔화와는 틀립니다. 시장의 회복은 아마 2010년은 되서야 가능할 것입니다.”
다음은 미국 은행의 유가증권 업무 담당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TARP의 실무적인 어려움에 대해서 냉정하게 말했다. “다른 자산 포트폴리오들을 서로 비교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역경매 방식이란건 도대체 어떻게 운용될 겁니까?” 그는 차라리 금융 기관들의 자본 구성을 재편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말을 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유가증권 시장을 활용해왔던 헷지 펀드 및 다른 금융기관들은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그들은 모두 자금이 필요하지만 이제 그 길은 막혀버렸다. 전통적인 상업은행의 시대가 다시 돌아온 것이란 말인가? 그는 답변했다. “아마 당신은 거기에 대해서 수 많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쓸 수 있을겁니다.”
10월 8일, 미국 주식시장은 한층 더 다운 그레이드 되었다. 10,000 포인트가 저항선 이란 것은 이제 옛말이었다. Dow 지수는 9,000을 향해서 내려가고 있었으며 9,258로 마감했다. 그리고 폴슨의 더 많은 은행들이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말 도움 안 되는 언급도 있었다. 그 다음날 이른 아침, 유럽지역 은행의 야심만만한 채권투자 담당 최고 책임자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약해진 경쟁자들을 먹이로 삼아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이번 위기는 우리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시킬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조차 지금의 시장상황을 낙관적으로 보지는 않았다. 그는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Libor 금리가 여전히 상승 중이며, 금융시장 시스템 전체가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Thursday, October 9 : 이제 항복하기 일보 직전
“이제 됐어! 내 주식을 팔아 치워, 신용 위험이 있는 모든 자산들을 팔아 치워! 그리고 T-bill (美 재무성 단기 채권)을 사는거야. 그러면 나중에 최소한 원금은 받을 수 있지!”
신용 파생상품 시장의 붕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자 美 증권거래위 위원장, 크리스토퍼 콕스(Christopher Cox)는 의회가 CDS(Credit Default Swap) 시장에 대한 규제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 와중에 폴 크루그만(Paul Krugman) 교수는 재무성이 금융기관 자본 구성을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혼란스런 날, 나(Euromoney 기자)는 미국 은행의 회사채 투자 관련 최고 담당자를 만날 수 있었다.
“저는 이 정도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항복이란 단어는 사용하고 싶지 않습니다. 좀 점잖은 표현으로 이는 시장의 정상화 과정(market correctio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정말 항복하고 싶은 기분이 드는군요. 이제 모든 시장 참여자들은 다음과 같이 외치고 있습니다 : 이제 됐어! 내 주식을 팔아 치워, 신용 위험이 있는 모든 자산들을 팔아 치워! 그리고 T-bill (美 재무성 단기 채권)을 사는거야. 그러면 나중에 최소한 원금은 받을 수 있지!”
이 은행가의 유리벽으로 된 사무실에서는 지치고 근심어린 표정을 지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는 거래소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기 개인 자산의 하락 뿐 만 아니라 그들의 생계와 금융 시스템 전체에 대한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Dow와 S&P지수는 이날 각각 679, 75 포인트 하락하여 8,579와 910으로 마감했다.
뉴욕 시내의 거리를 걸으면서 사람들이 이번 금융위기로 연금 401(k)의 자산 가치의 하락에 대해서 대화하고 있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 금융시장의 혼란은 기관 투자가들 만의 근심거리는 아니었다. 미국 인구 중 약 60%가 세금 감면 혜택이 있는 퇴직 연금에 가입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번 금융 위기는 모든 개개인들의 문제였던 것이다. 회사채 시장의 트레이더들은 현재 시장상황과 정부 구제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견을 말하는데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금융 시장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는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었다.
한편 영국 금융 정책 당국은 이번 위기의 확산을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을 감행했다. 이 조치는 매우 급진적인 것이어서 지금까지 시장이 가져왔던 정부의 역할에 대한 개념을 변화시킬 정도였다. 영국 정부는 은행들의 자본 쪽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될 만큼의 자금을 주입하여 은행들이 자신들의 부채를 지급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줌과 동시에 시중에 추가적인 유동성을 공급하여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는 것을 막으려 한 것이다. 그리고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이 정책을 따르기 시작했다.
한 트레이더는 이 조치에 호의적인 방법을 보이면서도, 자본 쪽으로의 정부의 직접적인 자금 주입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었다. “어쨓든 금융시장이 다시 살아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미국 정부도 거래 상대방 위험(counter party risk)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보증을 해 줄 것입니다. 신용등급이 A1인 기업이 CP 발행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되면 시장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 것입니다.”
Washington DC, Friday, October 10 to Monday, 13
“이번 주말까지 세계 각국 지도자들에 의해서 공조된 대책이 나오든가, 아니면 우리는 다 포기하고 집에나 가야지.”
美 대통령 죠지 W 부시는 다시 대국민 연설을 통하여 그의 행정부가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한 모든 수단을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날 금요일 주식 시장은 한층 더 하락했다.
은행가들은 주말에 모여서 영국 브라운 총리의 은행 구제안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다. 영국 은행들은 정부로부터 얼마 만큼의 자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 댓가로 그들이 정부에 지불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한편으로 폴슨의 TARP에 대한 희망은 점점 희박해져 가고 있었고, 심지어 다음 주 월요일 오전 미국 은행들이 임시 휴업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기 시작했다. 마치 심판의 날이 점점 다가오는 듯한 분위기였다. 한 은행가는 말했다.
“이번 주말까지 세계 각국 지도자들에 의해서 공조된 대책이 나오든가, 아니면 우리는 다 포기하고 집에나 가야지.” 영란은행(Bank of England) 총재 머빈 킹(Mervyn King)은 시장은 현재 총체적인 붕괴 위기에 임박해 있으며, 정부의 개입에 의한 금융기관의 자본 재구성과 금융 자산에 대한 보증만이 이를 구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주 월요일이 되자 이제 시장은 그들에게 닥쳐올 미래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금융 시장의 위기는 은행들의 급격한 디레버리지(부채 규모 축소, deleverage)에 의해서 촉발되었다. 그러나 이제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것은 더욱 전형적인 위기였다. 세계 경제는 유래 없는 경기 침체로 빠져들고 있었다. 소비자와 기업가들의 자신감은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고, 연체율은 급증하기 일보직전 이었다. 은행들은 다시 고통을 겪게되고, 금융 시장의 하락은 다시 시작될 것이었다.
[참고문헌]
EUROMONEY, volume 39, November, pp. 79-83
원문 : Orca의 잡상 노트
코멘트 :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가운데에서 혼란과 공포에 놓여 있던 월 스트리트를 되돌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