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야기는 많은 직장인들이 아침마다 메일링 서비스로 받아 보는 고도원의 아침편지 중 하나로 시작하겠습니다.
세 명의 벽돌공이 부지런히 벽돌을 쌓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그 벽돌공에게 물었다.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첫 번째 벽돌공이 이렇게 대답했다. “벽돌을 쌓고 있어요.”
두 번째 벽돌공이 대답했다. “시간당 9달러 30센트짜리 일을 하고 있소.”
세 번째 벽돌공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요? 나는 지금 세계 최대의 성당을 짓고 있어요.”
이 세 사람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변해 있을까?
– 데이비드 슈워츠의 『크게 생각할수록 크게 이룬다』 중에서
아무리 거대한 성당도, 만리장성도, 피라밋도 작은 벽돌 하나로 시작됩니다. 크게 생각하는 것이란, 자기가 하는 작은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지금 하는 일이 작고 미미할지라도 나중엔 창대(創大)하리라 믿고 큰 기쁨 속에 벽돌을 쌓아가는 것입니다. 크게 생각할수록 크게 이룰 수 있습니다.
-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인용
‘지금 당신은 어릴 때부터 원하던 직업을 찾아 일을 하고 있습니까? 당신의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일을 찾지 못했다면, 당신의 직업에 대해 반드시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직업은 단지 돈벌이만이 아닙니다. 누구나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여길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정을 다해야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 아주 익숙한 이 주장들은 과연 진실일까요?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소명 의식을 갖고 열정을 다해 일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을 믿어야 할까요?
열정에 집착할수록 현실의 행복은 멀어진다
우리 모두가 각자 열정이 이끄는 분야를 찾고 몰입하면 행복해질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먼저 아직 열정으로 이끄는 일을 찾지 못한 구직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자신의 적성과 딱 맞는 일을 찾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업 자체에서 열정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2003년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교의 심리학자 로버트 밸러랜드(Robert J. Vallerand) 등의 연구진들은 몬트리올 대학교를 포함한 캐나다 퀘벡주의 명문대생 900명을 대상으로 어떤 분야에 가장 큰 열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 미래의 직업을 꿈꾸며 학업에 열중하는 것이 당연할 것 같은 이 대학생들의 답은 의외였습니다.
이들이 가장 큰 열정을 느낀 분야는 사이클, 조깅, 수영 등의 일상적인 활동이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농구, 하키, 풋볼 등의 팀 스포츠였으며, 세 번째로 열정을 느낀 분야는 음악이나 영화 감상이었습니다. 직업이나 학업에 열정을 느낀 학생들은 단 3.56%에 불과했습니다. 직업을 갖기 전에 일에 열정을 느끼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이미 직업을 가진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직업 중에는 열정이 더 필요한 분야가 있어 보입니다. 열정을 갖고 소명의식을 느끼지 못하면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벽돌공들은 대단한 사명감을 느끼지 못해도 벽돌을 쌓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의사라는 직업은 좀 다릅니다. 이국종 교수 같은 분이 자신의 일이 천직이라는 소명의식이 없었다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디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의사라는 직업은 다른 직업에 비해 열정과 소명의식이 더 많이 요구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예일대학교 조직심리학자인 에이미 브제스니에프스키(Amy Wrzesniewski)는 자신의 일을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으로 보느냐, 자신이 ‘성장하는 것을 경험하는 경력’으로 생각하느냐, 자신의 ‘가치관과 정체성의 일부인 소명’으로 인식하느냐가 직업별로 다른지 연구했습니다.
미국 내 주요 대학의 헬스케어 센터의 직원들과 행정직군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의 일을 돈 버는 수단·경력·소명으로 보는 비율은 직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습니다.
정리하면, 어떤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이 열정이 있다고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여러분이 수행하는 업무를 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과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돈 버는 수단, 경력, 소명 중 한 가지에 몰려 있습니까? 같은 직업, 같은 직무라도 돈벌이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일하면서 성장하는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있고, 천직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만약 천직으로 느끼는 사람만이 행복하다면 나머지는 다 불행하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히 1/3씩만 분포해 있다고 가정하면, 2/3는 불행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열정에 집착하는 순간, 어떤 직업을 갖든 2/3는 불행을 느끼고 다른 일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게다가 열정에 집착할수록 열정을 느끼지 못하는 영역이 눈에 잘 띄기 마련입니다. 열정에 집착할수록 현실의 행복은 점점 멀어집니다.
열정을 만드는 것은 실력과 인간관계다
사실 열정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입니다. 앞서 소개한 브제스니에프스키의 연구에 따르면 어떤 직업이든 그 일을 오래 할수록 열정적이고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충분한 역량을 쌓을 수 있어야 열정적일 수 있었습니다. 업무를 수행하는 데 능숙해지고 유능감을 경험할 수 있어야 그 일에 열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일에 열정적이려면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은 필수적입니다.
잠깐 어떤 일을 경험하고 자신과 맞지 않다고 느낀다면, 적성이 맞지 않거나 소명의식을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 일을 수행할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그리고 실력이 없는 사람에게 처음부터 세상을 바꿀만한 일을 맡기는 조직도 없습니다.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아 자주 직업을 바꿀 것이 아니라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실력이 열정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열정을 느껴야 실력도 쉽게 느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수많은 직업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방법은 적성이 아니었습니다. 정교한 계획과 꾸준한 연습이 훨씬 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열정을 경험한 사람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유능감을 경험했을 뿐만 아니라 동료들과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열정을 만드는 두 번째 중요한 요인은 관계입니다.
관계적 갈등을 매일, 매 순간 경험하면서 직업에서 열정을 느끼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주변 동료들과 관계적 안정감을 경험하고 자신이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바탕이 될 때, 우리는 더 열정적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노력 에너지를 꾸준히 유지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처음부터 열정이나 소명의식을 느껴서 행복해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우리가 업무에 열정을 느낄 수 있으려면,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헤매는 것보다는 한 분야라도 제대로 실력을 쌓고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합니다. 그런데 매일 꾸준히 노력하면서 실력을 쌓는 것 역시 쉽지는 않습니다. 노력을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무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작은 유능감을 자주 경험할 수 있어야 열정을 느끼게 되고, 열정은 다시 노력 에너지로 전환되게 됩니다. 주변의 칭찬이나 인정, 격려와 같은 지지나 지원도 역시 좋은 에너지원입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퇴근 후에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도 다음날 노력 에너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2019년 상하이 대학교, 홍콩 과기대, 호주 커틴대학교 연구진들은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다음 날 노력 에너지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다양한 활동들을 직장인들이 즐기고 있었지만 다음날 가장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집단은 운동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등 자신의 건강이나 역량 개발을 위해 시간을 할애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열정은 적성이나 소명 의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일에 유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 에너지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실력을 조금씩 쌓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변 동료들과 끈끈한 유대감을 경험한다면, 열정은 더 빨리 우리가 하는 일에 찾아올 것입니다.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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