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x의 「The state of the plant-based food industry」를 번역한 글입니다.
더 이상 식물 기반 식품 산업을 무시하기 어렵게 되었다. 투자자들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지원받은 스타트업들이 매달 따끈따끈한 신제품과 보도 자료를 발표한다. 동시에 기존의 유명 식품 회사 역시 계속해서 우유와 육류가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빠른 속도로 출시한다.
육류와 우유 대안 식품을 옹호하는 두 주요 그룹인 PBFA(Plant Based Foods Association)와 GFI(Good Food Institute)는 매년 이런 제품들이 식료품 가게에서 실제 얼마나 팔리는지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한다. 보고서는 식물 기반 식품 발전의 미래를 알아볼 수 있는 유용한 축소판이다.
최근 보고서는 2020년 판매 수치를 조사한 결과,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식물 기반 식품 소매 매출(25%)은 미국 전체 소매 식품 시장 매출(15%)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했다. 부유층이 밀집한 지역에서만이 아니라, 미국 내 모든 조사 지역에서 25% 이상 성장했다. 식물 기반 육류 판매량은 2019년 대비 45%, 식물 기반 우유 매출은 20% 증가했다.
이런 성장세가 놀라울 수 있지만, 여기에 주의해서 봐야 할 점이 있다: 지난해 슈퍼마켓은 유달리 좋은 한 해를 보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공황 구매로 식료품 매출이 급증했고, 2020년 내내 붐비는 곳을 피하고 돈을 아끼기 위해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높은 수익성이 유지되었고, 식물 기반 식품과 동물 기반 식품 매출 모두가 크게 증가했다.
또 다른 주의해서 봐야 할 점은 식물 기반 식품 카테고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작다는 것이다. 1년 동안 식물 기반 육류 매출이 45% 증가했다는 엄청난 일이지만, 미국에서 소비되는 육류의 99% 이상은 여전히 동물에서 나온다는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소한 매년 계속해서 높아지는 성장세를 볼 때, 이들 대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을 알 수 있다.
식물 기반 식품은 이제 트렌드 그 이상이다
2010년대 중후반, 언론과 시장 조사 기관들이 식물 기반 식품을 차세대 트렌드로 지목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분명히 트렌드 이상이 되었다. 식품 산업에서 상당한 부문이 되었으며, 특히 대체 유제품 부문이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현재 소매 매출에서 우유는 15%가 식물 기반 제품이며, 식물 기반 버터는 7%, 식물 기반 커피 크림은 6%다. 식물 기반 육류의 일부 하위 카테고리 역시 점점 더 판매량이 늘었다. 예를 들어 포장육 매출의 2.7%가 현재 식물 기반 제품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런 수치는 매출이지 판매량이 아니다. 식물 기반 제품은 동물 기반 제품보다 가격이 더 비싼 경향이 있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식료품점에서 사 먹는 식물 기반 우유와 포장육의 실제 판매량은 각각 15%와 2.7%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식물 기반 식품이 식료품 소비 지출에서 비교적 낮은 비중을 차지함에도 투자자들은 대체 단백질 부문이 계속해서 전체 식품 산업에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확신한다. 2021년 3월 GFI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 해에만 대체 단백질 부문이 투자자들로부터 31억 달러를 조달했다고 한다. 지난 10년간 이 부문에 투자된 자금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31억 달러 중 상당 부분이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나 오틀리(Oatly) 같은 큰 회사로 들어갔지만, 많은 신생 회사도 힘을 얻었다.
R&D에 사용되게 될 이 투자가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업계의 가장 큰 과제인 식물 기반 제품 가격 인하, 맛 업그레이드, 가용성 확대를 해결해 줄 것이다.
가격과 가용성 면에서 임파서블 푸드, 비욘드 미트(Beyond Meat), 이트 저스트(Eat Just)가 계속해서 가격을 인하하면서 점점 더 많은 식료품점(및 레스토랑 체인)에 입점했지만, 저소득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에는 충분하지는 않다. 무육류 버거와 소시지의 인기와 비교해서, 소비자들은 닭과 생선 대신 식물 기반 닭고기나 생선은 그리 많이 소비하지 않는데, 이는 가장 많은 개체가 도살되고 일반적으로 최악의 조건에서 사육되는 닭과 생선에게는 나쁜 소식이다.
동물들에게 좋은 소식이라면,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매출이 168% 증가한 식물 기반 달걀 소비의 증가세다. 하지만 이 글에서 언급된 다른 하위 카테고리보다, 식물 기반 달걀은 특히 더 비중이 작다. 이트 저스트의 액상 식물 기반 달걀은 2020년 말에야 다양한 곳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식물 기반 식품 소비계층은?
PBFA와 GFI는 매장 내 매출뿐 아니라, 소비자 조사를 통해 슈퍼에서 식물 기반 식품 소비계층도 알아봤다. 그 결과 소득 3만 5,000달러 미만 가구가 식물 기반 식품을 가장 적게 소비하는 반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소득 7만 달러 이상의 가구에서 발생했다고 한다(미국의 가계 소득은 중간값은 6만 8,703달러다). 식물 기반 식품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계층은? 연령대로는 35–44세, 교육수준으로는 대학원을 나온 소비자, 자녀가 있는 가구, 소득 10만 달러 이상인 가구였다.
이 데이터는 식물 기반 기업들이 가격을 낮추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며, 더 많은 회사가 아예 시작부터 가능한 한 저렴한 식물 기반 식품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시간이 지나 규모가 커지면 가격도 낮출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일단 고가여도 수요가 많은 제품을 만들어 왔다.
또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색인종이 식물 기반 식품 구매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백인 소비자들보다 더 자주, 더 많이 식물 기반 식품을 구매한다. 그리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 2018년 미국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채식주의자 중 유색인종의 비율이 백인의 세 배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유색인종이 식물 기반 식품을 더 많이 구매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지난해 식물 기반 제품을 구매하는 가구의 비율은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놀라운 점은 미국인 중 채식주의자 또는 비건의 비율이 아주 낮음에도 2020년 미국 가구의 절반 이상이 대체 육류 또는 유제품을 구매했다는 것이다. 이는 부분적으로 포장지에 ‘비건’ 또는 ‘채식주의자’ 대신 ‘식물 기반’이라는 표기가 많아졌기 때문일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포장지에 채식주의자 관련 표기가 있으면 구매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포장지에 ‘식물 기반’이라고 표기한 비율이 2019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식물 기반’이라는 표기는 후광 효과를 노리고 식품 이외의 소매 부문에서도 사용이 많아졌다. 예를 들어 타이드의 ‘식물 기반’ 세제가 있다.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들이 ‘채식주의자’라는 표기를 보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식물 기반’이라는 표기는 더 모호하고, 정체성을 의미하지 않아 보인다.
식물 기반 산업은 작지만, 그건 아직 생소하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서는 식물 기반 식품 부문이 고속 성장을 바탕으로 상당한 정도의 열정과 낙관론을 담고 있다(출처를 고려할 때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식물 기반의 생산자와 옹호자들이 인간이 그동안 육류와 우유를 생산해온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원대한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멀리 가야 하는지 역시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공장식 농장에서 사육하는 동물의 개체 수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식물 기반 식품 산업이 계속해서 상당한 성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적어도 아직은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 미국에서 육류 소비량은 느리게 증가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세대의 식물 기반 식품 산업이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식료품 매대에 식물 기반 식품이 진열되기 시작한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식품 산업을 변화시키려는 그들의 노력이 기반을 다질 수 있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진보는 고무적이다.
원문: 피우스의 책도둑 & 매거진
함께 보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