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키 스킬은 글쓰기
라디오부터 TV, 유튜브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활자 매체의 종말을 말했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장 오늘 아침 부장님께 드릴 보고서부터 이번 주 집행할 광고 기획서까지 모든 게 텍스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실 그 TV 프로그램과 유튜브 영상조차 텍스트로 이루어진 여러 기획서의 산물일 겁니다.
이처럼 텍스트 콘텐츠는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별다른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다른 형식의 콘텐츠를 위한 기초인 동시에 모든 업무의 기초입니다. 요컨대 글쓰기란 작가나 마케팅 담당자만의 스킬이 아니라, 모든 직장인들의 키 스킬이란 거지요.
직장인의 글은 ‘팔리는 글’이어야 한다
그런데 직장인의 글쓰기가 작가의 글쓰기와 다른 부분이 있다면, 그건 바로 ‘팔리는 글’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문장으로 핵심을 꿰뚫어도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파되지 않는다면 그건 실패한 콘텐츠입니다. 영화는 10년 뒤 다시 평가될 수 있어도, 내 콘텐츠는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렇다면 ‘팔리는 글’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쓰는 걸까요? 『터지는 콘텐츠는 이렇게 만듭니다』는 그 조건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저자 박창선 대표는 브런치에서 콘텐츠 대박을 터뜨려 본 사람입니다. 그 성과가 실제 일감과 퍼스널 브랜딩으로 연결되었음은 물론이죠. 이 글에서는 책이 제시하는 여러 꿀팁 중 8가지를 다뤄보려 합니다.
1. 독자가 누군지를 명확히 하라
만약 어떤 맛집을 소개하는 글을 쓴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글은 어떤 사람들이 찾아보게 될까요? 해당 음식에 대해 찾아보고 있거나, 그 지역을 방문하면서 맛있는 식당을 방문하려는 사람일 겁니다.
‘맛집 소개’라는 목적이 명확하다면 내가 마침 등산을 갔다가 방문하게 된 식당이라거나 우리 가족 중 누군가는 좋아하지 않았다는 말은 들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팔리는 콘텐츠는 독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고듭니다.
이건 막 글쓰기에 흥미를 들인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이기도 합니다. 즉, 독자가 읽고 싶은 글이 아니라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죠. 당장의 자기만족이 목표라면 말릴 이유는 없겠지만, 결국 대다수 글쓰기의 욕망은 남에게 읽히는 데 있다는 점에서 이런 태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직장인의 글쓰기라면 더더욱이요.
2.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라
공감을 이끌어내는 콘텐츠가 잘 팔린다는 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떤 콘텐츠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저자는 공감이 가는 콘텐츠의 톤을 대변, 동조, 위로로 정리합니다. ‘대변’은 독자의 묵은 감정이나 억울함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것입니다. 마치 ‘퇴사짤’처럼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동조’는 ‘내가 그때 했던 행동이 나만 하는 건 아니었구나’라는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동조글에 독자들은 웃음을 터뜨림과 동시에 자신의 경험을 댓글로 쏟아낼 것이고, 그것은 또 다른 재밌는 콘텐츠가 될 겁니다.
‘위로’는 ‘당신이 틀린 게 아니었다’라고 말해주는 것입니다. 진지하게 그렇다기보다는, 일종의 소수 취향에 대한 항변입니다. 위로를 받은 독자들은 기꺼이 그 글을 퍼나를 것이고, 댓글창에는 즐거운 분쟁(?)이 열리겠지요.
3. 독자가 파고들 틈을 남겨라
공감 콘텐츠는 독자가 파고들 수 있는 틈으로 완성됩니다. 단순히 어떤 공감 요소가 있다는 것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예컨대 이런 식입니다.
- 공식적 텍스트: 순대는 초장/된장/깨소금 등 지역별로 다양한 재료에 찍어 먹는 음식입니다.
- 공감을 부르는 텍스트: 순대 막장에 찍어 먹는 사람 손!
- 틈이 있는 텍스트: 솔직히 순대는 초장 아니야?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공식적 텍스트는 건조한 정보로 끝나겠지만, 틈이 있는 텍스트를 본 독자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남기고 친구를 태그하겠지요.
보너스 1. 기획한 글은 안 터지고 대충 쓴 글이 터지는 이유는?
소셜 미디어나 마케팅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어본 일일 겁니다. 이런 게 공감 콘텐츠. 터지고 싶어서 각 잡고 기획에서 쓴 글들은 묻히는데, 새벽에 술 먹고 급하게 쓴 글은 터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왜 그럴까요? 기획 없이 급하게 썼지만 터진 글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유의 생동감과 자연스러움이 살아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마치 옆에 앉아 자연스럽게 썰을 푸는 듯한 흥미로움이 있다는 점이죠.
이런 특성은 치밀하게 기획된 글에서는 오히려 발견되기 어렵습니다. 직장인으로서 우리가 쓰는 글에는 분명히 어떤 목적과 욕망이 있기 마련인데, 기획이 단단해질수록 그 목적도 분명하게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쓰인 글을 보며 독자는 분명히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광고네.
그렇다고 이것이 기획이 필요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대충 썼다고 표현했지만 일단 터진 글은 문서화된 기획이 없었을 뿐, 오히려 그간의 기획과 직관이 만들어낸 결과물일 테니까요.
4. 페르소나를 설정하라
상품을 광고할 때 이 제품을 살 사람의 전형을 상상하는 것처럼, 글을 쓸 때도 글을 읽을 사람의 전형을 설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건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까 글을 쓰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우리가 직장인으로서 콘텐츠를 쓴다면, 그건 대부분 어떤 브랜드나 캠페인을 대변하는 경우일 겁니다. 그렇다면 거기에 어울리는 말투와 톤이 있겠죠. 페르소나를 설정한다면 이처럼 말투와 톤을 잡기도 편할(직장인으로서 일하기 편할) 뿐만 아니라,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페르소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성공적인 캐릭터가 될 수도 있습니다.
5. 꾸준히 쓰면서 반응의 변화를 관찰하라
꾸준함의 중요성은 굳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천하의 디시인사이드에서도 꾸준글 1년이면 인정받는다고 하잖아요?
첫 글부터 반응이 오는 경우가 없지는 않겠지만, 그건 우리 이야기는 아닙니다. 정성과 기합이 잔뜩 들어간 처음 세 번이 넘어가도 반응이 오지 않으면 주제나 콘셉트를 바꿔야 하냐는 생각이 들죠. 하지만 그건 당연한 겁니다.
책의 저자 또한 일곱 번째 글에서 포기하려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때 동료 대표님으로부터 “독자들은 이제 겨우 당신이 뭘 하는 사람인지 알기 시작했을 거다. 세 개만 더 써봐라.”는 조언을 듣고 계속 쓰기 시작했고, 열두 번째 글에서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작지만 긍정적인 반응이 늘어났고요. 그러니까 기왕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일단 열 편은 채워 봅시다.
6. 독자들은 띄엄띄엄 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와 콘텐츠를 접하는 시대, 독자가 우리의 콘텐츠를 띄엄띄엄 읽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모든 내용을 독자에게 자세하게 전달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방향일 뿐 아니라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은 것이죠.
그러니 특히 온라인 콘텐츠에 있어서 우리는 띄엄띄엄 읽는 독자를 전제하고 그에 걸맞은 장치를 준비해야 합니다. 시작은 첫 문단입니다. 눈에 띄는 에피소드나 단어로 독자의 시선을 확실히 잡아끌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금방 뒤로 가기로 이어질 겁니다. 그렇게 두 번 정도의 스크롤을 버티고 나서 네 번째 문단 정도에서 다시 흥미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예시나 사진, 농담 등으로 말이죠.
정말 중요한 콘텐츠라면, 타겟 디바이스를 설정하고 콘텐츠의 각 요소가 어느 정도에 위치하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는데, 콘텐츠라면 모름지기 독자를 잡아 두는 것을 잊어선 안 됩니다.
보너스 2. 업무 이메일 잘 쓰는 법
업무 지시를 주고받는 것부터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까지 직장인의 하루는 메일로 시작해 메일로 끝납니다. 그만큼 잘 쓰기 어려운 게 메일 쓰기인데요, 저자는 업무 메일과 관련해 15가지 체크리스트를 제시합니다. 개중 일부를 발췌해 보았습니다.
- 답장을 보낼 때는 상대가 말했던 부분을 다시 언급한다.
- 질문이나 요청은 누락을 방지하기 위해 숫자를 붙여 말한다.
- 오해와 누락을 막기 위해 일정은 월, 일, 요일을 함께 말하고 주소는 상호명과 함께 층수/호수까지 정확하게 적는다.
- 용건을 먼저 이야기하고 이후에 육하원칙에 따라 상세 내용을 적어야 상대방이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 답변을 요청할 때는 평서문이 아닌 의문문으로 물어본다.
- 첨부파일을 보낼 땐 어떤 파일을 첨부했는지 본문에 쓰면 일을 두 번 하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
일 잘하고 싶은 직장인을 위한 실무 지침서
책의 제목은 『터지는 콘텐츠는 이렇게 만듭니다』이지만, 사실 이 책의 상당 부분은 기본은 하는 콘텐츠, 망하지 않는 콘텐츠를 만드는 법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본문의 구성 역시 ‘길게 써도 잘 읽히는 법’, ‘퇴고 체크리스트’, ‘오해를 예방하는 장치들’, 설명문 잘 쓰기, 업무 메일 잘 쓰기, 사과문 잘 쓰기 등에 각각 한 챕터를 할애하고 있고요.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좋은 글이 아니라 팔리는 콘텐츠를 쓰는 법입니다. 그런 만큼 이 책에는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우리가 직장에서 쓰는 글의 의의와 목적을 생각한다면, 『터지는 콘텐츠는 이렇게 만듭니다』는 일 잘하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