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합니다. “착한 임대인” “이익공유제” 이런 거 이제 정말 그만합시다. 유럽이나 다른 나라에서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한국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통하지 않는다고, 사실상 실패했음이 검증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착한 XXX”를 강조하는 것은, 사람의 양심적 인센티브를 자극하여 가난한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는 양심적 부담을 늘리고 그것을 통해 서로 양보하고 또 사회적 공동체 의식을 강화시키는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접근은, 실제로 양심적 인센티브를 가진 사람들이 충분히 많을 때는 서로 조심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방향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양심적 인센티브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사회에서는, 이런 효과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착한 임대인이 되려는 사람들, 어떤 것은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러면 너는 얼마나 깨끗하냐”는 식의 반발이 일어납니다. 그런 과정에서 양심과 착함을 강조하는 사람에게는 본인 스스로 극한까지 양심과 착함을 증명해야만 살아남는 끊임없는 압박이 들어옵니다. 반면 반대쪽 사람들은 아무리 지저분해도 괜찮은 환경이 됩니다. 바로 한국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한국은 이제 법치에 의존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자발적인 지원 혹은 양심을 끌어내려는 노력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한국의 현실임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여전히, 우연히 선행을 베푸는 사람이 언론에 의해 조명되고 사람들이 호응을 보이는 일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더 이상 착함을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그 착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날카로운 칼로 돌아오는 것이 현재의 한국입니다.
기부금을 받지 말고, 세금을 올려야 합니다. 착한 임대인을 강조하지 말고, 임대료 인상을 (필요에 따라서 적당하게) 규제해야 합니다. 법을 지키는 사람이 양심적인 행동을 하지 않은 것 때문에 불편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이렇게 하면 법을 지키면서 파렴치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때 가면 생각하도록 합시다. 그것이 현재 한국 사람들이 바라는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원리를 부동산에 적용하면 이렇습니다. 부동산 관련해서는 “내부 정보를 이용한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수사해야 합니다. LH 및 오세훈 후보의 시장 당시에 했던 행위가 이러한 혐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부동산 투기에 대해서는 수사가 아니라 세금을 올려야 합니다. 다주택자에 대해서도 정부 고위 부처 관계자들에게 주택 매각을 의무화할 것이 아니라, 세금을 많이 내는 만큼 많이 내면 괜찮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다주택 보유를 나쁜 것으로 만들면 안됩니다. 철저하게 법으로 규제하고 법을 지키면 당당할 수 있게끔 해야 합니다.
당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지만 돈이 많은 사람이면서 많은 주택을 갖고 있어 다른 사람들이 그 주택을 보유하기 어렵게 하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 위해 세금을 냅시다.
이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이 소득세를 더 많이 내고 있는 것이 부자에 대한 징벌은 아닙니다. 부유세를 추가하려는 시도가 있는데, (부유세에 대한 찬반과 무관하게) 부유세를 징벌적 과세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몇몇 분들은 이런 방식으로 투기를 악마화하면서 부동산 투기를 극단까지 때려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지만, 저는 그것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박주민 의원이 보증금 3억원, 월세 100만원이던 것을 보증금 1억원, 월세 185만원으로 인상한 것이 커다란 뉴스가 된 반면 주호영 원내대표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전세금을 작년 5월 4억3000만원에서 5억3000만원으로 1억원 올린 것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이 현실에 대해, 언론 지형 문제도 있겠지만 민주당 당내에서 또 지지자들이 좀 더 심각하게 원인분석을 해야 합니다.
민주당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정책방향 중 중요한 방향이 시장원리 중시와 젠더평등 및 소수자 보호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착함’에 대한 고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ESG 경영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고 있고, 이러한 법적 책임을 넘어선 ‘선의’는 여전히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선의에 대한 강조가 상당히 과도하여 반감이 너무 커졌다는 것이 정치적으로 이제는 증명되었다고 판단됩니다.
PS. 제가 다른 나라의 사례를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착함 내지는 공유로 성공한 나라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한국”이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한국이 나쁜 나라라고 말하려는 뜻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