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슬랙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즈음부터 관심을 가졌는데, 당시에는 열 명만 대화해도 버벅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버려두었다. 하지만 얼마 전 슬랙으로 운영되는 Sketch3 커뮤니티에 조인하게 되면서 수 백 명이 함께 대화하는 걸 보게 되었고, 생각보다 훨씬 안정화된 것을 경험하고 나서는 이상한 모임의 슬랙도 다시 사용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로써 정확히 이상한 모임 슬랙 커뮤니티 운영 100일째. 그동안의 히스토리를 짧게 정리해본다.
가입관리
이메일로 직접 초대하기와 API를 통한 가입처리가 가능하다. 이메일 초대는 운영자만 할 수 있는데, 번거롭긴 하지만 신원을 확인할 수 있어 확실하기도 하다. 비 개발자 입장에서는 Github과 Heroku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진입 장벽이 있긴 하지만, 긴장하지 말고 하라는 대로만 하면 어렵지 않게 페이지생성이 가능하다.
공지관리
채널에서는 @channel, 그룹에서는 @group, 채널에 속해있지 않은 멤버들한테까지 보내려면 @everyone으로 멘션하면 된다. 앱을 쓰는 사람에게는 푸시로 알림이 날아가며, 이메일로도 공지가 간다. 물론 설정을 꺼두면 어쩔 수 없다. 딴엔 중요한 내용이 있다면, 남용되기 쉬운 기능이어서 엄청난 짜증이 발생할 수 있다.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생각 없이 누가 자꾸 노티(notification)야!” 라고 성질을 내는 사람들도 많아서 운영자들이 제재를 하기도 했다. 해당 기능은 owner, admin만 발송하도록 설정을 변경하면 공지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중요한 공지나 행사에 대해서만 한 달에 2회 ~ 3회 선에서 사용하고 있다.
정말 최근에 생긴 기능(아마도 지난주?)으로는 Pin이 있다. 채널별로 중요한 대화에 대해서 고정해둘 수 있는데, 개수에 제한이 없어 정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채널관리
이상한 모임 초반에는 누구나 채널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중복된 주제에 대해서 생기기도 했고, 대화가 활발하지 않으니 메시지 제한에 밀려 자동으로 빈방이 생기는 일도 있었다. 또 누구나 채널 생성자가 되면서, 관리 차원에서 아카이빙되는 경우 채널에 소속된 사람들의 반발이 생기기도 하는 부작용도 있었다. 이후로는 채널생성과 아카이빙 권한을 운영자에게 일임하면서 다수의 요청이 있을 때만 채널을 생성하고, 죽은 채널에 한해 아카이빙 해 나가는 정책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Private 그룹은 관리자의 제재 없이도 생성할 수 있다.
하나 더, 멤버가 처음 조인하면 #general만 기본으로 가입된다. 가입과 동시에 채널에 조인하도록 강제하려면 채널을 추가해준다.
대화관리
슬랙은 10K, 즉 10,000 대화에 대해서만 검색할 수 있다. 단톡방과 유사한 수준이다. 1만 개 이전의 대화는 검색도 되지 않고, 스크롤을 올려 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대화의 기준에는 봇을 가지고 노는 것도 포함되며, 채널의 join / left 도 하나의 메시지로 처리한다. 따라서 100명이 50개의 채널에 들어갔다가(join) 나오기만 해도(left) 10,000 개를 꽉 채우는 것이다. 의미 없는 채널출입이 잦아지면 유의미한 대화는 갈수록 줄어든다. 따라서 채널의 수를 적당히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검색은 되지 않지만, 모든 대화는 백업 데이터로 전부 남아있으며, 해당 데이터는 .json파일로 떨어진다. 보기 힘든 문자열로 되어있으나, 이 친구들은 친절하게 ‘너네 개발자가 보면 알 거다’ 라고 써놨다.
기타 + 유용한 개인설정
프로필 변경(team.slack.com/account/settings) : 유저네임은 슬랙 내에서 표시되는 아이디이다. 멘션도 username으로만 가능하다. 한번 바꾸면 한 시간 동안은 변경하지 못한다. 해당 프로필을 누르면 성/이름이 표시되는데, 의무사항은 아니다. What I do, Phone Number 등은 내 프로필을 눌러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노출되므로 프라이버시 침해가 염려되는 곳에서는 적지 않는 것이 좋다. 설정과 상관없이 로그인한 이메일 주소는 모두 노출된다. 만우절에 레전드 개발자 할아버지들로 바꾼 계정들이 속출하면서 온갖 드립들이 난무하기도 했다.
노티피케이션 설정(team.slack.com/account/notifications) : 노티가 너무 미친듯이 온다는 불만사항이 많았는데, 설정에서 전부 죽일 수 있다. 데스크탑/모바일에서 어떤 노티를 받아볼지, 어떤 사운드로 받아볼지, 푸시를 받는 시간도 즉각적일지, 몇 분 텀을 두고 받을지 설정할 수 있고, 채널별로도 설정이 가능하다. 나는 모든 채널의 푸시를 받지 않고 있으며, 나를 멘션하거나 특정 단어에만 푸시가 오도록 설정해두었다.
기타 설정 : account에서 설정할 수 없는 옵션들이 몇가지 있는데, 채팅창에/pref라고 입력하면 자질구레하지만 유용한 설정들이 나타난다.
그간의 고민들
무료버전으로 제공해주는 통계를 보면 메시지량은 138K, 13만 건이다. 매일 1400 개의 대화가 오간다는 뜻이다. 트위터로 멤버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것이나, 페이스북 그룹의 댓글이 이만큼 활발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수치는 꽤 의미 있는 지표다. 퇴근 시간과 주말에 한산하며 워킹 타임에만 폭주하는 대화창을 보면, 사실상 2000개 이상의 대화가 하루에 오고 간다고 보면 된다. 수치를 볼 때마다 새삼 놀라는데, DM으로도 엄청난 대화가 오간다.
통계에선 나오지 않지만, 팀 디렉터리(일종의 주소록)를 보면 사용자별로 Active와 Inactive로 표시된다. 전체 액티브 유저는 약 45%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우리 커뮤니티에 슬랙이 어울릴까?
사실, 이상한 모임이 IT인들의 커뮤니티라서 슬랙으로의 빠른 전환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트위터에서 시작하긴 했지만, 커뮤니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서로 맞팔 관계가 아닌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고, 팔로잉 상태가 아니면 대화가 보이지 않으니 자유롭게 참여한다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구글 플러스로, 페이스북 그룹으로 몇 차례 이사 했지만, 그마저도 서론에 언급했던 이유로 유지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슬랙은 별개의 앱으로 실행시켜둘 수 있고, 모든 대화가 보이기 때문에 팔로잉/친구보다 더 느슨한 관계(weak tie)를 유지한 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궁금한 것은 채널에서 직접 물어보고, 거의 바로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그보다는 몇몇이 항상 상주함으로써.. 쿨럭;)는 것도 장점이다. 단순히 정보를 공유하는 것, 그리고 가벼운 이야기보다 진지한 이야기가 오가는 커뮤니티라면 페이스북이 백번은 옳다.
이 글에서 계속 채팅방이라는 표현을 쓰고는 있으나, 애초에 슬랙은 이메일(느린 피드백과 수신자 분리, 찾기 힘든 스레드 등…)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업용 커뮤니케이션 툴이다. 슬랙은 단톡방이나 다름없는 수준이어서 피드백이 바로 이어지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 알림 센터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내 글에 대한 반응만 따로 알려주지 않고, 동 시간대에 대화에 참여하지 않으면 뒷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한다. 비슷한 시기에 소규모로 개설된 팀 계정이 있었으나, 반응이 거의 없어서 운영을 중단해야만 했다. 만약 소수(10명 내외)의 커뮤니티를 운영하려고 한다면 실시간성과 거리가 먼 다른 서비스가 더 적절할 수 있다.
슬랙 운영자가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무엇일까?
채팅방의 특성상 항상 상주하는 사람이나 자주 출몰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세이클럽같은 익명 채팅방을 생각해보면 (아, 세이클럽을 모르는 친구들은 패스ㅠㅠ)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무얼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나 자주 보고 이야기하면 그만큼 친밀도는 높아지기 마련인데, 이런 것에 ‘여기는 친목질을 하는 곳인가’라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한다. 친해서 편을 들어주는 것과 자주 봐서 대화 흐름이 익숙한 것은 분명히 다르지만, 처음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그것까지 구분하게 하는 것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운영자야말로 처음부터 커뮤니티를 생성하고, 꾸준히 모니터링 하고 있는 만큼 대화패턴의 변화나 새로운 사람의 유입이 익숙한 풍경이라 별다른 것을 못 느끼지만,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컬쳐 쇼크를 느낄 수도 있는 일이니,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될 때는 그들의 대화패턴이나 접속빈도나 피드백에 좀 더 안테나를 세워 둘 필요가 있다. 당연히, 기존 멤버들이 환영인사와 함께 거리를 두지 않고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 주는 건 기본옵션이다.
운영자는 커뮤니티를 만들기로 작정한 이상 키워나가고, 만들어나가고, 다듬어가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한다. 지금은 이렇게 좋아하고 잘 쓰고 있지만, 어느 순간 또는 어떤 일이 생기게 되면 슬랙의 문을 닫아야 될지도 모른다. 단지 그 때까지는 운영자들이 뒤에서 노력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출처 : minieet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