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이 당근마켓의 ‘당근페이’ 개발 착수 소식은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하셨을 거라 예상됩니다. 그렇습니다. 당근페이는 그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듯 당근마켓이 향후 선보일 간편 결제 시스템입니다.
물론 최초는 아닙니다. 기존의 번개장터, 헬로마켓과 같은 타 중고거래 서비스들은 자체적인 페이먼트 시스템을 이미 갖췄으니까요. 그럼 당근페이는 뭐가 그리 특별하길래 이렇게 귀추의 관심이 쏠린 것일까요?
그건 아마도 당근마켓이 시도했기 때문일 겁니다. 당근마켓은 월 활성 사용자 수(MAU) 1400만 명(2021.01 기준)을 돌파하며 무서운 기세로 성장 중인데요. 잠재 사용층이 충분히 확보되었으니 본격적으로 유의미한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것이라 판단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간편 결제 시장이 충분히 커졌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습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2020년 상반기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하루 평균 간편 결제 이용금액만 전년 하반기 대비 12% 증가한 2139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시장규모 역시 2019년 약 120조 원으로 급증했다고 하는데요, 2016년 11조 7810억 원과 비교하면 약 10배 이상 성장한 수치입니다. 코로나 19의 영향도 있겠지만, 대규모 사용자가 한 번 유입된 이상 간편 결제 시장은 향후에도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또는 수익성 개선 측면의 접근일 수도 있습니다. 당근마켓은 중고나라(앱), 번개장터에 비교해 높은 활성 사용자 수를 기록하지만, 그에 반해 전체 거래액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 역시 현재의 수익원인 지역광고만으로는 시장에서의 한계점이 명확해 보였죠.
광고 수익만 놓고 보아도, 대형 브랜드 및 유명 업체의 광고를 게시하는 중고나라, 번개장터와 달리 당근마켓은 지역 소상공인과 개인을 대상으로만 광고를 집행합니다. 즉 현재 중고 직거래에 의존하는 당근마켓에서 사용자 이탈이 일어날 시 수익원 역시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뜻인데요. 이러한 한계점은 당근마켓이 신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해야 할 분명한 이유라 생각됩니다.
당근페이가 등장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당근마켓은 그간 중고거래뿐 아니라 자체 커뮤니티 구축에도 상당한 공을 들여왔습니다(이전에 작성했던 글이 참고가 될 수도 있겠네요). 내 근처, 동네생활 탭을 보면 앞으로 동네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교류는 당근마켓을 거치게 하겠다는 듯한 포부가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이는 당근 페이먼트의 확장성과도 이어질 수 있는 부분으로 보입니다.
당근페이의 쓰임새는 다양할 겁니다. 먼저, 앞선 중고거래 서비스들의 페이먼트 시스템이 그랬듯 당근페이 역시 안심결제의 용도로 이용될 수 있겠죠. 기존의 현금 거래 방식 대신 페이로 간단하게 거래가 가능해질지도 모릅니다. 안심결제는 이미 모두가 한 번쯤 상상해 본 부분일 텐데요. 그 외적으로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중고거래 시 자주 이용되던 ‘선물하기’ 기능도 역시 당근페이를 거치게 될지도요. 소액의 선물이라도 매번 신용카드로 결제해야 했던 기존의 방식보다 훨씬 간편하게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가능해질 겁니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에 매번 지급하는 수수료도 적지 않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근마켓 지역 광고주들이 광고를 위해 충전하던 광고비 캐시 충전 역시 당근페이로 인앱 결제가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향후에는 당근페이로 충전 시 추가 혜택이 제공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당근마켓이 당근페이 서비스를 내놓으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먼저 고객의 락인 효과입니다. 일정 금액을 충전해 두면 그 금액을 다 소진하기 전까지는 고객들이 계속해서 서비스를 이용할 테니까요. 서비스를 한 번 이용하기 시작한 고객 중 일부는 충성 고객으로 전환되어 서비스의 리텐션 유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는 기존 카드사에 지급하던 수수료 부담을 일부 덜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는 당근마켓 서비스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거래는 신용카드, 가상계좌 결제를 거쳐야 했습니다. 당근페이가 탑재된다면 카드사에 제공하는 수수료를 기존보다는 일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됩니다. 물론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려면 은행 계좌와 연동한 선불형 결제로 유도해야 하겠지만요.
세 번째는 고객의 결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고객이 주로 어디에 돈을 쓰는지, 얼마나 쓰는지 알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실험은 무궁무진하겠죠. 당장 고객의 관심사와 일치하는 지역광고를 추천해 줄 수도 있겠고요. 결제 데이터 확보는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당근페이도 기존의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와 같은 간편 결제 서비스처럼 오프라인에서도 이용할 수 있을까요? 향후에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초기에는 당근마켓 내에서 일어나는 트랜잭션에만 활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로서는 선불형 충전식 페이먼트 형식으로 탑재되지 않을까 예상이 되지만, 향후에는 서비스 범용성 확대를 위해 분사를 택한 쿠팡페이와 같은 길을 걷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간편 결제 시스템에도 벽이 존재합니다. 바로 카드사와 PG사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인데요. 표면적으로는 드러나는 부분과 다르게 대부분의 고객이 신용카드를 통해 간편 결제를 이용하는데요, 이 경우 발생하는 수수료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 기사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카드사와 PG사에 1340억 원의 수수료를 지불했다고 합니다(2019년 기준). 이는 수수료 수익(1411억 원)의 95%에 해당하는 수준이며, 네이버페이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은행 계좌와 바로 연동해 결제할 수 있게끔 유도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고객은 후불 결제로 이루어지는 신용카드 연계 결제 방식을 더 선호할 수도 있겠죠.
이러한 문제점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금융당국이 몇몇 간편 결제 업체에 한해 후불 결제 서비스가 도입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혁신금융심사위원회에 상정,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표가 났죠. 당근페이의 경우, 당장은 후불결제와 연관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자회사를 설립할 가능성을 고려 중인 것으로 보아 향후에는 선불형 충전식 결제 이외에도 다양한 시도를 꾀할 수 있지 않을까 추측됩니다.
원문: 위시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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