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초대장 좀 있으면 보내줄 수 있어?
아 너 번호가 어떻게 되지? 보내줄게, 혹시 문자 갔나 확인해봐.
최근 며칠 사이 핫한 애플리케이션이 있습니다. 바로 클럽하우스(Clubhouse)가 그것입니다. 트위터를 처음 봤을 때 느낌과 매우 비슷합니다. 다만 여기는 음성으로 하는 트위터고요. 또 음성이기 때문에 즉시 휘발성이 있습니다. 관련 생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클럽하우스에 대해서
2020년 3월 15일 창업한 이 회사는 1년도 안 돼서 미화 1억 1,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230억 원을 투자받고 현재 시리즈 B 단계입니다. 그리고 1월에 받은 시리즈 B 투자를 통해 1년 안에 유니콘이 되었습니다. 투자자 면모를 보면 정말 화려합니다.
-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IT 벤처 투자 전문 회사): 시리즈 A 및 시리즈 B 투자 리드
- 팀 켄달(Tim Kendall, 핀터레스트 전 대표): 시리즈 B 참여
참고로 이 회사의 사외 이사는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앤드류 첸(Andrew Chen) 파트너입니다. 앤드류는 스타트업 및 투자자들에게 바이블 같은 블로그 및 뉴스레터를 운영합니다. 또 창업자도 중요하죠. 폴 데이비슨(Paul Davison)과 로한 세스(Rohan Seth)가 공동 창업했습니다. 간단하게 약력을 설명해보면,
- 폴 데이비슨: 위치기반 서비스로 근처 이용자를 찾아주는 Highlight라는 스타트업 창업, 핀터레스트에 매각 / 구글 지식 그래프(Google Knowledge Graph)의 근간이 된 메타웹 테크놀로지(Metaweb Technology)의 VP로 근무, 구글에 매각 / 구글 비즈니스 오퍼레이션(Google Business Operation) 근무 및 베인 앤 컴퍼니 컨설턴트 출신
- 로한 세스: 멤리 랩스(Memry Labs) 창업 및 오픈도어(Opendoor)에 매각, 자녀의 건강 문제로 2019년 사임 / 구글 맵 및 위치 기반 서비스의 엔지니어링 팀에 근무
그럼 사람들은 왜 이 신생 애플리케이션 회사에 열광할까요?
애플리케이션 사용 소감을 통해 본 클럽하우스의 인기 원인
편리합니다. 이용자나 콘텐츠 제작자 입장 모두.
유튜브가 뜨다 보니, 누구나 할 것 없이 유튜브를 제작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유튜브를 하려면 여러 가지가 필요합니다. 20분짜리 클립을 만들려면 2시간 녹화에 5시간은 편집해야 합니다. 그만큼 공이 들죠. 음성은 그냥 앱만 켜면 됩니다.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하면 되죠. 이야기하고자 하는 시나리오만 있으면 바로 제작이 가능합니다.
지하철에서 유튜브를 보시는 것보다(서서 가실 때) 음악을 듣는 게 편하실 겁니다. 위치에 상관없이 이어폰만 있으면 바로 접근이 가능하죠. 직접 진행을 하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청취자라면 맨날 만들어진 떡볶이만 먹다가 즉석 떡볶이를 처음 접할 때의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앱입니다. 심지어 목소리입니다.
트위터가 처음 나왔을 때, 그리고 우리나라에 퍼지기 시작했던 2009년을 생각해봅니다. 재벌가 회장님과 이야기를 하고, 연예인과 이야기를 하고 사회에서는 주니어였지만 신기했습니다. 살펴본 바로는 크게 세 부류로 형성이 되더군요. 1) IT 업계 종사자 및 투자자 2) 소통을 즐기는 연예인과 문화계 PD 3) 무언가 소통하고 싶은 이용자들.
특히 단방향 팟캐스트나 유사 앱 대비 쌍방향이라는 것이 아주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텍스트 중심이 아니라 음성입니다. 트위터와 비슷한 구석이 많은 앱입니다. 그래서 아마 트위터가 발달한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고 하는 것이겠죠.
사람은 차별화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그 심리를 잘 이용합니다.
지메일이 베타 버전으로 나오고 한동안 지메일은 초대로만 가입이 가능했던 서비스였습니다. 샤넬백 가격이 매년 올라가는 이유는 한정되어 있고, 그 가방을 가짐으로써, 성취욕을 채우는 데 있다고 봅니다. 대학생 시절 지메일 계정을 받고 매우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누군가는 클럽하우스 계정을 열고 비슷한 기분을 느낄 것입니다. 특히 앨런 머스크가 직접 와서 만난다고 하고, 또한 링크드인 제프 와이너(Jeff Weiner)가 이렇게 극찬을 하는데, 긱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더더욱 들어오고 싶겠죠.
No wonder the app and company are experiencing extraordinary growth. Kudos to both of them and their team for all of their success to date. Look forward to seeing where they take it from here.
그 회사와 앱이 놀랄만한 성장을 경험하는 것에 놀라움을 표할 필요조차 없다. 창업자들과 그들의 팀에게 이 성공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 이제 어떤 것을 만들어 갈지 기대해 달라.
지금 초대장을 통한 방식도 같은 종류의 바이럴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대장 개수가 초반에는 5개였다는데, 저는 딱 2개 있더군요. 안드로이드폰만 사용하거나 iOS 단말기가 없는 사람이 어제 당근 마켓에서 구형 아이패드를 찾아봤다는 글을 봤습니다. 숫자가 한정되면 더 안달납니다.
휘발성 및 즉시성이라는 트렌드를 잘 반영했습니다.
M본부에서 근무하는 PD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본인: 김태호 PD 너무 많이 쉰 거 아니야? 예전보다 재미가 없다. 무한도전 느낌도 아니고…
PD: 아 그건 네가 요즘 다른 프로그램을 자주 봐서 그래. 워크맨 같은 거 보는 거 아니야?
본인: 맞아, 그거 보다가 이거 보니까 사극 보는 느낌이 들어.
PD: 화면 전환이 훨씬 짧고, 그게 요즘 20대 애들이 보는 속도야. 참고로 10대들은 1.5배속으로 그걸 본대.
틱톡이 뜬 이유도 그렇지만, 짧거나 아니면 집중하게 만드는 서비스가 더 주목받습니다. 혹자는 팟캐스트의 종말이라고 이야기를 하고요. 특히 동영상과 다르게 음성 콘텐츠는 넘겨 보기가 불가능해서 듣다가 지루하면 꺼야 하는 팟캐스트 특성을 감안할 때 더 집중도가 높다고 합니다. 녹음 기능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즉시성이 중요하거든요.
참고로 다른 산업 이야기지만, 최근 블랙핑크 온라인 콘서트 같은 경우 재방을 2/7일 및 2/14일 지정된 시간으로 제한했죠. 그리고 돌려보기가 안됩니다. 이는 아마 팬들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보이는데요. 같은 맥락이라고 해석됩니다. 콘서트에 우리가 집중하는 이유도, 일회성이기 때문에 더 집중하죠.
3.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될까요?
처음에 가입할 때 관심사나 언어 등을 기입하라는 정보로 보았을 때 아마 디스플레이 광고를 트위터나 타 SNS처럼 도입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다만 지금은 데이터를 모으는 단계기 때문에 광고를 지양하고 투자금을 소진하는 방향으로 가겠죠.
아울러 이것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업들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최근 빅히트의 자회사 위버스 컴퍼니의 가치가 8,000억 원으로 인정받은 것도 바로 커뮤니티 기능 때문인데요. 스타와 팬이 녹음된 메시지로 소통하는 것이 아닌 직접 소통과 이를 통한 수익화가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유튜브가 나오면서 이와 유사한 성인 서비스가 등장했듯, 이와 유사한 사업 모델이 해외에는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VHS가 퍼진 이유도, 인터넷이 퍼졌던 이유 중 하나도 이쪽 업계의 서비스가 기폭제 역할을 한 부분은 있거든요.
원문: Philip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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