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람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두 장의 사진이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아래로 깔아보다가 홱 돌아서서 눈알을 부라리며 걸어간다. 붉은 색 옷을 입고 도로 바닥에서 한 표를 달라며 큰 절을 한다. 권력을 가지고 있을 땐 국민에게 눈알을 부라리고, 권력이 없어질만 하면 큰 절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권력을 갖기 위해 국민 앞에서 상전과 하인으로 1인 2역을 하는 정치인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글이 있다. 고려 말 대문호 목은 이색의 아버지 이곡의 ‘차마설(借馬說, 말을 빌려 타면서)’이라는 글이다.
이곡의 차마설 중
“나는 가난해서 말이 없기 때문에 가끔 남의 말을 빌려서 탄다. 둔하고 야윈 말을 얻었을 땐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채찍을 쓰지 않는다. 금방이라도 쓰러지고 넘어질 것처럼 전전긍긍한다. 개천이나 도랑을 만나면 그 말에서 내린다. 때문에 후회하는 일이 거의 없다. 반면 발굽이 높고 귀가 쫑긋하며 잘 달리는 말을 얻었을 땐 의기양양해져서 멋대로 채찍을 갈기거나 고삐를 놓기도 한다. 언덕이나 골짜기를 모두 평지로 생각하며 유쾌하게 질주한다. 그러나 가끔 위험하게도 말에서 떨어지는 일을 면하지 못한다.”
정치인은 자리가 높아질수록, 그 자리에 오래 있을수록 거만해진다. 좋은 말을 타면 걱정이 없어지고 몸도 편해지는 것처럼 큰 권력을 지니면 순간 그 맛에 취해 버려서 그런 것이다. 보통 큰 권력을 가지면 그것을 잃어버릴까봐 더 조심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그만큼 휘두를 수 있는 대상이 많기 때문에 더욱 안하무인이 된다.
정치인의 말로는 대부분 좋지 못하거나 비참했다. 권력을 이용해 이권에 개입하다 적발돼서 낙마하기도 하고, 실언을 하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하며, 심지어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권력을 유지하려 하다가 죽는 일도 있다. 이래서 정치인은 높은 자리에 앉아 있을수록 국민에게 몸을 낮춰야 한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 가운데 남에게 빌리지 않은 것이 뭐가 있을까. 임금은 백성한테 힘을 빌려서 존귀하고 부유해진다. 신하는 임금한테 권력을 빌려서 총애를 받고 귀한 신분이 된다. 자식은 부모한테서, 아내는 남편한테서, 종은 주인한테서 각각 빌리는 것이 무척이나 많은데, 대부분 자기가 본래 가지고 있는 것처럼 여기기만 할 뿐 끝내 돌이켜 보려고 하지 않는다. 이 어찌 어리석은 일이 아니겠는가.”
왜냐하면 그 권력은 국민한테서 빌린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대통령, 국회의원, 자치단체장에게 권력을 빌려줬다. 그들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소유물이 아닌 것이다. 이 명백하고 당연한 사실을 안다면 국민의 머리 위에 군림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이 반대하는 교육부 장관 후보자, 국정원장 후보자를 임명해서는 안 된다. 권력을 빌려 쓰는 사람일 뿐인 대통령을 ‘거론’했다는 이유로 304명의 국민이 죽은 대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자리를 파행시키겠다는 협박을 해서는 안 된다. 정말 어리석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가 잠깐 사이에 그동안 빌렸던 것을 돌려주는 일이 생기게 되면, 큰 나라의 임금도 평범한 한 사람이 되고 높은 벼슬아치도 외로운 신하가 되는 법이다. 미천한 사람의 경우야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오래도록 빌려 쓰고도 반환하지 않았으니, 자기의 소유가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겠는가.”고 한 맹자(孟子)의 말을 읽다가 느껴지는 점이 있어 이 글로써 그 뜻을 부연해 보았다.”
그 권력은 언젠가 국민들한테 돌려 줘야 한다. 자리에서 내려오면 당신들은 나와 다를 게 하나도 없는 일반인이 된다. 권력을 돌려 줄 사람이 누구인지는 글 속에 밝혀 두었다. 이곡 선생의 글을 읽다가 느껴지는 점이 있어서 몇 자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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