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페이의 어원을 알아봅시다

네덜란드인이나 네덜란드어를 가리키는 ‘더치(Dutch)’라는 영어의 표현은 네덜란드의 국가 기원보다 훨씬 오래된 유래를 지니고 있다. 로마 제국 멸망 후의 혼란된 시대에 현재의 네덜란드 지방에 거주하는 게르만족들은 ‘(동족인 게르만족의) 사람들’ 이란 뜻의 일반 명사로 ‘디에츠 diets’란 단어를 쓰고 있었으며 당시 고지 독일 지방에 거주하던 게르만족들은 ‘디우치 diutsch’란 단어를 썼고 디우치는 훗날 도이치(deutsch)로 바뀌었다.

이는 프로토-게르만어에서의 국가/사람을 뜻하던 ‘토이도 theudo’에서 내려온 단어로 게르만족을 뜻하는 튜튼(teuton)이란 단어와도 같은 어원이라고 한다. 네덜란드인을 뜻하는 더치(dutch)와 독일인을 뜻하는 도이치(deutch)는 이러한 같은 어원에서 파생한 것이다.

한편 브리튼 섬을 정복한 앵글로색슨 족은 원래 게르만족의 일파였으나 점차 자신들은 앵글리스크(anglisc, englisc)라 지칭하고 본토 유럽 대륙의 게르만 어를 쓰는 종족들을 더치(dutch)라고 부르게 되었다.

현재의 네덜란드 지방에 거주하던 게르만어를 쓰는 사람들은 1250년 경부터 자신들을 네덜란더(Nederlanders)라 자칭하였는데, 네덜란드 어로 ‘Neder’는 ‘낮은 low’ ‘바다 가까이 near the sea’를 의미하는 것으로 지대가 낮고 바다 가까이 거주하는 자신들의 모국의 지리적 특성을 묘사한 용어였다.

네덜란드 공화국이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여 거대한 상업적 세력으로 부상하기 전까지는 잉글랜드에서 ‘더치’는 단순히 유럽 대륙의 범 게르만어계 민족을 지칭하고 있었으나, 17세기에 접어들어 네덜란드가 하나의 독립된 정치적, 상업적 세력으로 부상하고 잉글랜드와 사사건건 이해관계에서 치고박는 라이벌이 되자 ‘더치 dutch’는 네덜란드 공화국의 인민과 그 언어를 뜻하는 용어로 범위가 한정된다.

이후 더치 페이를 뜻하는 ‘dutch treat’ ‘go dutch’라는 표현과 함께 술에 흠뻑 취해 용기를 내는 것을 뜻하는 ‘dutch courage’ 등의 폄하적인 표현에 사용되게 되었다.

‘더치 페이 dutch pay’는 원래 영어에 없는 표현으로 일종의 콩글리시이다. ‘Let’s go dutch.’와 같은 표현으로 흔히 사용되며, 여럿이 식사를 하고 각자 식사한 내용대로 내는 것이 ‘going dutch’이며, 식사 내용과 값이 조금씩 달라도 모두 똑같이 나눠 내는 것은 ‘split the bill’이란 용어로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Let’s go dutch.’라고 하면 후자의 의미까지도 포함할 때도 있다고 한다.

이것이 네덜란드를 폄하하는 의미에서 나온 용어인지, 혹은 네덜란드에서 먼저 이러한 결제 관습이 있어서 그러한 것인지, 혹은 위 아래를 각기 여닫을 수 있는 ‘더치 도어’에서 유래한 관습인지 그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논란이 있다고 하는데, ‘go dutch’의 선구적 표현인 ‘dutch treat’란 표현이 최초로 기록된 문헌이 이미 네덜란드에 대한 혐오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인 1887년이 시초라는 점에서 그 어원의 유래는 더욱 미궁으로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