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생선회가 먹고 싶다면? 수산시장, 대형마트, 배달 앱. 이 가운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횟감을 잘 알고, 가격과 시세에 밝은 흥정의 고수라면 수산시장에 가볼 만하다. 그러2나 회를 잘 알지 못한다면 가까운 대형마트나 배달 앱이 편할 수 있다. 바가지 쓸 걱정이나 사기당할 일이 덜하고, 호객행위의 불편함도 피할 수 있다.
회를 먹는 방법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동네 횟집을 찾을 수도 있고, 부모님이나 지인이 바닷가 근처에 살거나 어업에 종사한다면 그 기회를 이용할 수도 있다. 미리 부탁하고 원하는 날짜에 맞춰 고속버스나 KTX, 항공편을 통해 받으면 된다. 현지에 지인이 없어도 괜찮다. 포항, 목포, 속초 등의 횟집에 전화로 주문하면 된다. 간판에 ‘욕지도 당일 배송’ ‘강구항 산지 직송’ 같은 문구를 쓴 횟집 대부분이 이 같은 배송 방식으로 해산물을 보내준다.
그런데 회는 언제, 어떻게 사 먹게 될까? 생각해보자. 먹고 싶은 음식을 사서 먹는 것에 특별히 날짜와 방법이 정해져 있거나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는 연인이나 친구와 술안주를 고르다, 또 누구는 직장 동료와 회식 장소를 찾다가, 또 다른 누구는 가족과 함께할 외식 메뉴를 고민하다 회를 선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질문을 ‘누가 회를 사 먹느냐?’로 바꿔보자. 회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 먹는지, 그 방법이 사람마다 다른 이유와 동기를 그 ‘누가’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마트의 수산물을 온라인으로
생선회 등 수산물을 팔아 하루 매출 1억 원을 올리는 기업이 있다. 이 회사에서 판매하는 1만 2,900원짜리 1인용 자연산 광어회가 하루 7751개가 팔리는 것이다. 온라인 수산 식품 마트 ‘오늘회’(대표 김재현) 이야기다. 오늘회는 온라인으로 생선회를 판다. 당일 오후 3시까지 주문하면 오후 7시까지 배송한다. 생선회뿐 아니라 딱새우, 성게알, 전복, 해삼 등 200여 가지 수산물을 취급한다. 제주, 통영, 포항, 삼척 등 전국 100여 곳에 거래처가 있다.
오늘회는 마켓컬리의 새벽배송이나 쿠팡의 로켓프레시, 이마트의 쓱배송처럼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식료품을 배송해준다는 점은 같다. 다만 주력 상품이 생선회와 수산물이고 배송 시간이 온라인 마트보다 더 짧은 것이 오늘회의 특징이다.
2016년 12월 판매를 시작한 오늘회의 매출은 2017년 2억 원, 2018년 10억 원, 지난해는 21억 원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67억 원의 매출을 올려 작년 한 해 벌어들인 매출의 세 배를 달성했다. 올해 총 135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한다.
점점 더 커지는 온라인 마트
오늘회처럼 최근 온라인 마트의 성장 비결은 1인 중심 소비 증가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온라인 마트는 빠른 배송과 맞물려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의 배송 속도도 점차 빨라지나 온라인 마트처럼 포장 단위가 작지는 않다. 채소, 과일, 정육, 수산물 등 신선식품 구매가 한 끼 단위로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크기로 장바구니는 더 작아졌다. 국내 1인 가구의 비중은 2045년 전체 가구의 35퍼센트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품종 소량 구매가 증가할 공산이 큰 이유다.
전통적 수산업계는 디지털 전환 속도가 더디다. 농산물과 축산물은 온라인 판매에 발 빠르게 적응하지만 수산물은 그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국 대표 수산물 시장의 시설물은 현대화, 대형화 추세로 가지만 유통, 물류, 판매 등의 시스템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 오늘회가 수산시장에서 찾은 디지털 도전과 기회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온라인으로 누가 회를 사 먹느냐
오늘회는 회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 즉 ‘누가 사 먹느냐’에 대한 질문을 가장 먼저 던졌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20–30대 젊은 소비자는 회를 잘 알지 못한다. 우연한 기회로 여러 번 먹기는 했지만 막상 회를 사 먹자면 고민이 많아지는 고객층이다. 이들은 수산시장이나 횟집보다 덜 신선하더라도 기다리지 않고 바가지를 쓰거나 사기당할 일이 없어서 대형마트에 간다는 특징이 있다.
김재현 오늘회 대표는 “회를 잘 몰라도 신선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경험이 오늘회가 고객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라며 “수산물을 살 때 고민과 걱정이 사라지는 경험,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경험, 가격 흥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험 등이 차별화 요소이자 혜택”이라고 말한다.
‘내 손안의 모바일 수산 마켓’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오늘회는 스스로 ‘회가 더는 특별한 음식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대신 일상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식, 즉 회를 경험할 수 있는 빈도가 높아져야 회 소비가 늘고, 오늘회 방문객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고기 대신 회’ ‘생일이니까 회 케이크’ ‘한강에서 맥주와 함께 즐기는 회’ 등과 같이 회를 금방 떠올릴 수 있는 상황 자체를 만들어주고, 그 맥락에서 상품이 기획돼야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특별하고 전문적인 공간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회를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상황에서 더 많은 용도로 더 편하게 회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오늘회의 목표다. 즉 소비자 설정을 통한 타깃 소비자의 온라인 구매 경험을 유도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오늘회에 따르면 회원은 15만 명으로, 한 달에 사이트 접속자(MAU, Monthly Active Users)는 35만 명에 이른다. 회사는 고객의 수산물 구매 경험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 ‘신선함’보다는 ‘성공적’이라는 키워드에 방점을 맞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주고 구매했는데 실패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는 것이다. 이제 막 시작된 수산물 온라인화 과정에서 공급자 관점과 소비자 입장에 간격 차이가 꽤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산 경험을 파는 IT 회사
오늘회 직원은 총 25명이다. 이 중 개발자가 약 30퍼센트를 차지한다. 마케팅, 상품 팀보다 배송과 개발팀의 인력 비중이 높다. 왜일까? 오늘회의 비즈니스 모델은 수산물 공급 업체(1차 원물 사업자 – 2차 가공 사업자 – 3차 제조업자)와 각각 계약을 체결하고, 기획에서 상품 출시까지 전 과정에 걸쳐 이들을 서로 연결하는 데 집중돼 있다. 수산물의 특성상 유통 과정에서 선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공급 업체는 당일 생산을 해야 하는 구조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늘회의 가장 큰 가치는 ‘고객 경험’이다. 이 때문에 회사는 고객의 수산물 구매 경험을 망가뜨리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다양한 제철 메뉴를 온라인으로 사시사철 판매하는 ‘구매 안정성’,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한 ‘당일 손질, 당일 배송 원칙’을 위한 ‘실시간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관리)’ 구축과 시스템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산물의 원활한 공급을 가로막는 요소는 많다. 장마나 태풍 등 날씨 때문에 현지 조업이 불가능하거나 운송 등 물류 과정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사고가 날 수 있다. 이때 소비자의 주문이 구매 취소나 품절로 이어질 경우 한 번 발길을 돌린 소비자를 되돌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오늘회는 긍정적인 고객 경험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주문과 공급의 정교한 매칭, 즉 예상 발주 자동화, 주문 배송 자동화 등 시스템 고도화를 이루고자 노력한다.
김 대표는 “온라인 구매 시 품절 등 고객의 불편한 경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객 주문량을 예측하는 예상 발주 시스템을 자동화했는데, 현재는 2~3일 뒤의 주문량까지 예측해서 생산자에게 데이터를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오늘회에 개발자가 더 많이 투입되는 이유는 이처럼 수요와 공급의 오차 범위를 줄여야 판매와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어떤 물건을 판매하든 그 물량이 적고 많음을 떠나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제품의 오프라인 배송 과정을 건너뛸 수는 없다. 더욱이 주력 상품이 신선 식품이라면 배송 서비스의 정시성과 안정성은 더 커진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신선 식품의 비중이 커질수록 쿠팡이나 마켓컬리, 신세계나 롯데 등 대형마트의 온라인 사업 부문은 배송 인프라 확충이나 물류 시설의 자동화 투자에 더 공을 들인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온라인 구매 경험이 배송 서비스에서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사업 모델은 딜리버리 마켓
오늘회처럼 수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온라인 마트에서 정시 배송과 이를 뒷받침하는 물류센터 구축은 시장 진입 시 가장 큰 도전 과제이자 고객의 좋은 구매 경험을 만드는 경쟁 요소가 된다.
서울에 위치한 오늘회 물류센터에는 제주, 거제, 포항, 김포 등 전국 각지에서 6,000여 개의 상품이 오후 1시까지 올라온다. 고객의 주문이 전날 오후 3시부터 당일 오후 3시까지 완료되면, 오늘회에서는 전날 저녁 7시부터 당일 오후 3시까지 팔 수 있는 예상 물량을 예측해 전국의 업체에 일괄적으로 발주한다. 업체는 회를 생산할 수 있도록 인력과 원물 등을 확보하고 배송 당일 오전 9시부터 생산에 들어가게 되는 구조다.
오늘회의 배송 팀은 배송 당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배송을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 지역별 배송 경로를 만들고, 지역에 따라 당일 배송이 가능한 배송 기사를 연결한다. 배송 기사가 센터에 도착해 배송 제품을 수거하기 직전인 오후 3시까지는 주문이 들어온 상품을 포장하고, 이때에도 배송 경로에 따라 주문 배송 물량이 추가되는 메시지를 배송 기사에게 전달한다.
온라인 주문 기반이다 보니 배송이 시작된 오후 3시 이후에 고객의 주문 변경이나 취소 등의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제품 포장이 완료됐는데 주문 내용이 변경될 경우 재포장을 해야 하는 일도 빈번하다. 한마디로 오늘회 물류센터는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긍정적인 고객 경험을 위해서는 물류와 배송 처리가 가장 중요하다. 오늘회 물류센터는 오후 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벌어지는 다양한 변수를 시스템적으로 제어하고 효율을 더욱 높이고자 노력한다.
오늘회는 이외에도 고객에게 배송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도착 예정 시간과 실시간 위치 정보를 제공한다. 오늘회의 사업 모델이 ‘딜리버리 마켓(Delivery Market)’에 가깝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이 회사의 디지털 혁신의 방향성 또한 ‘직원들의 업무 처리 방식’과 ‘소비자의 온라인 구매 경험’ 모두 공통으로 물류 개선에 방점을 맞춘다는 걸 앞선 과정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시사점
배송 영역 자체가 하나의 ‘시장(market)’이 되었다. 새벽배송 하면 마켓컬리를 떠올리는 것처럼 소비자는 하나의 브랜드가 돼버린 배송 서비스에 대한 선택과 경험 자체를 소비로 인식한다. 더 나아가 배송 모델이 온라인 마트의 매출을 좌우하면서부터 그것은 더는 단순 서비스가 아닌 비즈니스 영역으로 확장된다.
오늘회는 물류를 품에 안은 유통 비즈니스 모델이다. 애초부터 배송을 전면에 내세워 수산 식품 유통 채널을 만들었다 해도 무방하다. ‘회를 보지 않고 구매한다니.’ 철옹성 같았던 오프라인 유통 카테고리 중 하나가 수산물이 아니던가.
먹을 것은 인류에게 지출이 가장 많은 항목이자 매우 반복적이고 정기적인 구매가 이뤄지는 대상이다. 그래서 대형마트나 재래시장 등 오프라인 장보기에서 신선 식품은 가정주부에게 엄청난 노동과 스트레스를 준다. ‘제때 먹을 음식 재료를 제때, 제 곳으로 가져다줄 수만 있다면.’ 이러한 면에서 오늘회는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라이프 플랫폼이라 정의할 수 있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재난은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untact) 소비’를 확산했다. 변화의 목전에서 수많은 온라인 마트가 출현하고 제품 카테고리 영역을 확장한다. 채소와 과일, 정육은 물론 수산물까지 오프라인 전문 영역이었던 신선 식품 판매 품목이 감염의 시대를 맞아 봉인이 해제됐다.
소매 데이터 분석 기업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온라인 쇼핑을 새로 시작한 소비자는 전년 동기 대비 19.6퍼센트 증가했는데, 이 중 50대 이상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50대는 24.9퍼센트, 60대는 29.2퍼센트였다. 더 눈여겨볼 점은 50~60대가 한 번 구매할 때 쓰는 비용은 전체 연령대 중 단연 최고라는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50대 고객은 평균 3만 5346원을 지출했는데, 30대(2만 8678원), 40대(3만 695원), 60대(3만 1446원)보다 많았다.
신선 식품 출하에서 판매, 배송까지 전 과정을 소비자 입장에서 장보기의 수고로움을 해방한 것이 온라인 마트 배송, 즉 딜리버리 마켓이 더 성장할 요인이다.
원문: 비욘드엑스
참고자료
- 김재현(오늘회 대표), 「오후 3시 주문한 회, 오후 7시에 도착할 수 있을까?」, 폴인.
- 오린아(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코로나 시대의 쇼핑」,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