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전세계적인 기호품이긴 하지만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흔히 먹는 다른 식품들 처럼 과량 섭취시 유해한지 아닌지를 두고 끊임없는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소금이나 설탕, 알코올 처럼 대개 소량은 문제 없지만 과량 섭취시 어느 정도 이상은 유해한 식품이 있고 담배처럼 아무리 소량이라도 해로운 기호품이 존재합니다.
커피의 경우 ‘과연 어느 정도 용량을 매일 꾸준히 장기간 섭취시 사망률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반면 전문가 그룹의 논란과는 달리 대개는 일반 대중에게는 ‘커피가 몸에 좋지 않다’ 라는 인식이 퍼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커피 소비량은 신기하게도 그다지 감소하지 않고 있습니다. 온갖 기상 천외한 괴담에 이것 저것 먹기를 꺼리는 사람이 많은 점을 생각하면 개인적으로는 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커피를 하루에 4잔 이상 마시면 사망률이 높아진다?
최근 저널 Mayo Clinic Proceedings 에 55 세 미만 인구에서 주당 28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경우 (즉 하루 평균으로 따지면 4 잔 이상)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다시 논란의 불을 지폈습니다. 이 연구는 ACLS 코호트 연구 (Aerobics Center Longitudinal Study (ACLS) cohort) 의 일환으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death from all causes) 및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death from cardiovascular disease) 을 관측한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1979 년에서 1998 년 사이 20 세에서 87 세 사이의 43727 명의 코호트 연구 참가자들을 – 거의 70 만 인년 (699,632 person – year) 데이터 – 평균 17 년간 추적한 결과 2512 명의 사망을 관찰했는데 32% 는 심혈관 질환에 의한 것이고 나머지는 기타 원인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이들의 의료 기록 및 생활 습관 설문지를 꾸준히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주당 28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다고 응답한 사람에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21% 정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55 세 이하 인구에서는 이 비중이 더 높아서 젊은 남자에서는 56%, 그리고 젊은 여자에서는 커피를 아예 마시지 않는 그룹에 비해 거의 두배 정도 사망률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토대로 하루 4 잔을 초과하는 커피는 가급적 피할 것을 권장했습니다.[1]
커피를 마시면 사망률이 내려간다?
반면 2012 년 5월 저널 NEJM 에 실린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AARP Diet and Health Study 결과에 의하면 – 이 연구는 229,119 명의 남성과 173,141 명의 여성을 1995 년에서 2008 년 사이 추적 관찰한 연구로 5,148,760 person-years 라는 엄청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 – 오히려 커피를 아주 안마시는 것 보다 적당량 마시는 그룹에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을 포함한 각종 사망률이 낮았던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2]
이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커피를 하루에 2-3 잔 마시는 그룹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과,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심잘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사고, 감염 등 각종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다 낮았다는 점입니다.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예외) 그러나 왜 인지는 현재까지 누구도 설명을 하기 힘듭니다. (참조 링크)
아무튼 중간 정도 커피를 섭취하는 그룹은 사망률이 아주 커피를 마시지 않는 그룹에 비해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하루 2-3 잔의 커피를 마시는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10 %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가 앞의 연구와 다른 결과는 하루 4 잔 이상 마신 그룹에서 명확하게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하루 4 잔 이상 마셨을 때 유의한 정도로 사망률이 감소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즉 더 마신다고 최소한 더 좋지는 않았다는 것이죠.
참고로 이 연구는 1993 년에 발표된 Scottish Heart Health Study 결과와 비슷하게 커피를 정기적으로 섭취한 그룹이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그룹에 비해 관상 동맥 질환 (coronary heart disease) 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했습니다. 카페인 음료를 마시면 안마신 그룹보다 심장 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죠.[3]
한편 2006 년에 발표된 Health Professionals Follow-up Study (HPFS) 연구에서는 커피의 종류 (카페인 제거를 했든 안했든) 커피 섭취가 관상 동맥 질환의 증가를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했습니다.[4]
안전빵: 혹시 모르니 일단 하루 2~3잔으로만 제한하자.
몇가지 논란이 있는 가운데 최근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를 토대로 생각하면 하루 2-3 잔 정도의 커피를 마시는 것은 건강에 유리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이상 마시는 것이 사망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존재합니다. 아마도 결론이 나려면 미래에 발표될 대규모 인구 기반 코호트 연구들이 한쪽 방향으로 결과가 나올때 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요약하면 커피가 워낙 전세계적으로 많이 마시는 음료이다 보니 아주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어 있는데 – 여기서 이걸 다 소개하긴 힘든 수준 – 아무튼 적당량의 커피는 위험하지 않으며 하루 2-3 잔 정도는 유익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다만 이것이 커피 자체의 효과인지 (그리고 그렇다면 이 차이를 만드는 원인 물질과 메카니즘은 무엇인지) 아니면 다른 변수가 숨어 있는 것인지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그러면 커피 섭취를 제한할 필요는 없을까요 ?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직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힘들기 때문에 단정지어 말하긴 힘들지만 일부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하고, 카페인 과다 섭취의 위험성을 감안해서 (다른 기호 식품이나 음료에도 카페인이 꽤 들어감) 대략 하루 2-3 잔 정도 마시면 좋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 의견을 첨부해 봅니다. 하루 5 잔 이상은 좀 과다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부분은 학회나 정부 차원의 공식 가이드 라인이 아니라 개인 의견입니다)
물론 카페인에 매우 민감해서 한잔만 마셔도 잠을 자기 힘들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우는 안마시는 게 좋긴 하겠죠. 물론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나 약을 먹는 경우도 카페인 과량 섭취의 위험성이 존재하니 커피를 줄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임산부의 경우는 카페인 때문에 과다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
- Junxiu Liu, Xuemei Sui, Carl J. Lavie, James R. Hebert, Conrad P. Earnest, Jiajia Zhang, Steven N. Blair. Association of Coffee Consumption With All-Cause and Cardiovascular Disease Mortality. Mayo Clinic Proceedings, 2013; DOI: 10.1016/j.mayocp.2013.06.020↩
- Freedman, N. D.; Park, Y.; Abnet, C. C.; Hollenbeck, A. R.; Sinha, R. (2012). “Association of Coffee Drinking with Total and Cause-Specific Mortality”.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66 (20): 1891–1904. doi:10.1056/NEJMoa1112010. PMC 3439152. PMID 22591295↩
- Brown, C. A.; Bolton-Smith, C.; Woodward, M.; Tunstall-Pedoe, H. (1993). “Coffee and tea consumption and the prevalence of coronary heart disease in men and women: results from the Scottish Heart Health Study”. Journal of Epidemiology & Community Health 47 (3): 171. doi:10.1136/jech.47.3.171↩
- Lopez-Garcia E, van Dam RM, Willett WC, et al. (May 2006). “Coffee Consumption and Coronary Heart Disease in Men and Women: A Prospective Cohort Study”. Circulation 113 (17): 2045–53. doi:10.1161/CIRCULATIONAHA.105.598664. PMID 16636169.↩
원문: 고든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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