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 보이는 것들의 비밀
업무에 자주 쓰이지만 오용이 잦은 용어 중에 톤 앤드 매너가 있다. 공유 오피스에서 재미있는 대화를 의도치 않게 듣게 되었다(몰래 들은 게 아니다. 듣기 싫어도 들려온다). 대표가 고객 응대 담당자에게 업무 지시를 하고 있었는데, 그 대표는 톤 앤드 매너를 목소리 톤과 예의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톤 앤드 매너는 한마디로 말하면 일관성이다. 없어 보이는 것들은 그게 상가 인테리어든, 포스터든, 웹 인터페이스든 간에 톤 앤드 매너가 무너져있다.
- 톤은 눈에 보이는 리듬과 같다. 톤은 색상의 조합과 명암의 정도에 의해 나타나는 조화를 의미한다. 눈 아픈 한 가지 색으로 뒤범벅을 해버리거나, 어울리지 않은 색을 뒤죽박죽 써버리는 경우 톤에 문제가 생긴다. 상가 간판이나 상가 인테리어나 전문성이 결여된 지자체의 건축 혹은 시설물에서 톤이 잘못된 사례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 매너는 매너리즘의 그 매너다. 매너리즘의 어원은 르네상스 양식을 따르되 약간의 변형을 주는 양식을 지칭하는 것에서 비롯됐다. 톤 앤드 매너에서 매너는 일정한 양식(스타일)을 정해서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톤 앤드 매너를 가지고 유지하는 것에는 여러 장점이 있다. 심미적 효과는 기본이고, 고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고, 일관성의 유지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다.
톤 앤드 매너를 잘 유지하는 것은 잘나가는 기업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매너의 유지가 양날의 검이기 때문이다. 변함없는 매너는 진부함이 되어버린다. 매너를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줘야 하는데 이게 정말 어렵다.
위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한 것은 자동차 업계였다. GM은 1938년 모터쇼를 통해 최초로 콘셉트 카의 개념을 선보였다. 미래적인 자동차의 스타일을 미리 보여줘서 매너의 변화에서 올 고객의 충격을 완화한 것이다(패션쇼도 비슷한 목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동차 업계는 디자인이라는 용어 대신 스타일링이란 용어를 쓴다. 자동차 디자인은 일종의 양식인 것이다.
없어 보이는 것들이 없어 보이는 이유는 눈에 보이는 리듬이 불협화음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더해서 어느 스타일에도 속하지 않는데 새로운 스타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색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톤 앤드 매너가 없는, 혹은 잘못된 상태인 것이다.
원문: 여현준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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