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지금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 대표팀이지만, 지금껏 함께 해 온 일본인 코치의 공을 모두 무시하기는 힘들다. 이케다 세이고 코치는 홍명보 감독이 2009년 U-20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뒤, 삼고초려 끝에 데려온 인물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컨디션과 체력을 최고의 상태로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한 ‘피지컬 코치’다.
한국에서 5년 가까이 광저우 아시안게임, 런던 올림픽 대표팀을 거쳐 월드컵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이케다 코치는 홍명보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자원으로 꼽히고 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우승한 브라질 대표팀과 이탈리아의 명문 구단 AC밀란의 세계적인 피지컬 코치들 밑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피지컬 분야에서 흔치 않은 지도자다.
이케다 코치는 한국 올림픽 대표팀의 피지컬 코치로 런던 올림픽 3-4위 결정전에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따낸 뒤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일본의 일부 네티즌들은 이케다 코치를 동메달 획득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그에게 신변의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는 홍명보와 한국 선수들에 매료되어 월드컵 대표팀과도 함께하며 그의 능력을 모두 발휘하며 헌신했다.
『이케다 효과 』는 일본에서 20년째 축구 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모토카와 에쓰코 기자가 이케다 세이고 코치를 장기간 취재해 펴낸 평전이다. 일본인인 그가 라이벌인 한국 대표팀에서 일하는 이유와 그가 본 한일 선수의 차이는 무엇일까? 책에 나온 그의 말을 발췌했다.
1. 일본의 반감을 무릎쓴 국기에 대한 경례
이케다는 한일전의 영상을 다시 돌려보자 애국가 제창 장면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왼쪽 가슴에 오른손을 대지 않은 나 때문에 팀의 일체감이 떨어졌구나’ 하고 몹시 위화감을 느꼈다고 한다.
‘저는 일본인이니까 한국인이 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서 벤치가 하나가 될 때, 혼자 왼쪽 가슴에 오른손을 대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비장한 분위기가 흐트러집니다. 그런 팀은 승리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홍 감독과 다른 스태프, 그리고 선수들의 축구에 대한 진솔한 자세를 보니 ‘이들은 진심으로 자기 인생을 걸고 있다’고 감탄했습니다. 저도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한국팀의 일원으로 경기에 나선다면, 한국의 승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2011년 한국 올림픽 대표팀의 피지컬 코치로 취임하고 나서는 주저 없이 애국가 제창 때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홍명보 감독은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2. 한국 선수들의 투쟁심을 일깨우다
홍명보 감독은 런던 올림픽 당시, 저는 세이고 코치에게 ‘어느 선수가 워밍업을 열심히 했어요?’ 하고 자주 물었다. 세이고 코치가 ‘선수들이 별로 열심히 안 한다’고 하자, ‘이제부터 어떤 경기든 세이고 코치와 상의하고 나서 선수를 기용하겠다. 세이고 코치가 피지컬 면에서 OK라고 한 선수만 내보낼 거야’라고 선언했다. 그러자 선수들 눈빛이 확 바뀌었다. 워밍업을 하는 자세가 진지해졌고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런던 올림픽팀의 한국 선수들은 자기관리 능력이 대단히 뛰어났어요. 살짝 조언만 했는데도 매일 아침 스스로 그라운드를 달렸습니다. 한국의 경우는 엘리트 교육 덕에 정상급 선수들은 할 것은 철저하게 하는 습관이 어렸을 때부터 배어 있어요. 일본, 한국, 중국을 비교했을 때, 자기관리 능력은 한국이 압도적으로 낫다고 통감합니다.
한국 선수들은 강해지려는 열망이 강합니다.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대단합니다. 0-2로 뒤진 채 추가시간 3분이 표시되 면, 일본 선수는 보통 ‘이제 3분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는데, 한국 선수는 ‘아직 3분이나 남았다’고 생각하고 맹렬히 골문을 향해 돌진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의식이 박혀 있는 게 크죠.
일본의 경우는 ‘경기에선 졌지만, 내용이 좋았으니 OK’라는 지휘자가 적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생각이라면 스포츠 경기를 하는 의미가 없다고 봐요. 이런 정신적인 차이도 올림픽 3-4위전에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3. 부족한 피지컬을 보완하며 한국 국가대표를 키우다
저는 피지컬 코치로서 일본, 한국, 중국 선수를 직접 지도했지만, 그중에서 ‘잘 뛰는 선수’는 브라질 대표팀이나 유럽 명문팀 선수들에 견주면 보통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 예를 들자면, ‘12분간 달리기’라는 훈련이 있습니다. 축구 선수의 경우 3,200m가 하나의 기준입니다. 그 정도 달리지 못하면 90분 동안 풀로 움직일 수 없어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3,500~3,600m를 달립니다.
한국은 피지컬 컨디셔닝 분야가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어요. 한국의 지도자는 일본의 지도자 이상으로 이 분야를 공부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지식과 경험 면에서 앞선 일본인 피지컬 코치가 한국에서 중용되지 않나 싶습니다.
피지컬 부분의 지도에 관해서는 중국은 한국보다 더 뒤처져 있어요. 중국에서 피지컬 코치라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고 공부한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어요. 중국 슈퍼 리그 팀들을 봐도 피지컬 코치는 외국인뿐이에요. 리피 감독이 지휘하는 광저우헝다도 이탈리아인이죠.
4. 한국식 피지컬 컨디셔닝의 도입
한국 축구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다. 당시 스태프는 히딩크 감독과 핌 베어벡 같은 네덜란드 지도자들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에 네덜란드식 피지컬 컨디셔닝이 자리 잡았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이케다가 본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한국인은 기본적인 부분을 바꾸지 않는 민족이에요. 음식문화도 바꾸지 않고, 정체성을 유지해요. 불이유행(不易流行)의 경향이 강하죠. 물론 네덜란드 축구도 영향을 주었지만, 이 이상 네덜란드 방식이 들어오면 한국의 장점이 사라진다는 시점이 있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그것이 피지컬 컨디셔닝의 도입이 늦어지는 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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