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끄는 제목들의 패턴
내 브런치 총조회 수는 약 570만 회다. 글의 개수는 200개가 넘고, 브런치 외에도 구글 뉴스랩, 책읽찌라, 디독, 퍼블리 뉴스 등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운영해오면서 수백 개에 가까운 콘텐츠들의 제목을 만들어왔다. 그 경험에서 알게 된 건, 조회 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제목이라는 점.
3년 동안 다양한 콘텐츠의 제목을 고민하면서, 잘 팔리는 제목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콘텐츠 자체에 알맹이가 있는 게 중요하지만, 같은 내용이라도 그 내용을 좀 더 돋보이게 하는 제목은 따로 있다.
좋은 제목을 짓는다는 건, 내 콘텐츠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매력 있게 어필될지를 고민하고, 그것을 가장 잘 드러내는 표현을 신중하게 골라낸다는 뜻이다. 하루에도 수백 개의 콘텐츠를 접할 수밖에 없는 독자들의 눈에 들기 위해선, 그들이 원하는 것을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표현해내야 한다. 정직하게 내용을 잘 압축한 제목을 쓰면,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읽히지 못할 수도 있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후킹하는 제목 패턴은 10가지이다. 단, 나는 지식 콘텐츠를 기반으로 작업해왔기 때문에, 이 패턴이 오락을 위한 스낵 콘텐츠에는 딱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다. (모든 예시는 디독에서 발행한 아티클이므로, 브런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 리스티클
~하는 n가지 방법, n가지 법칙, n가지 패턴
리스티클이란 흩어진 정보를 하나의 주제로 묶어 넘버링하여 리스트 형태로 제공하는 콘텐츠를 말한다. 넘치는 정보 중에서 알짜배기만 모아뒀다는 느낌이 들고, 딱 이 n가지만 읽으면 될 거란 생각에 허들도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여담이지만, 버즈피드에선 홀수나 두 자리 수가 훨씬 더 높은 조회율을 보였다고 한다.
- 디자인 심리학 10가지
- 시각 언어 습득하는 방법 4가지
- 유저가 UI를 인식하는 패턴 4가지
2. 트렌드
트렌드, Top XX, 요즘 유행하는
콘텐츠 내용을 기획할 때부터 신경 써야 하는 제목이지만, 한국에서 특히 트렌드라는 제목은 강력하다. 요즘 남들이 어디에 관심 두는지 짚어주는 것. 대신 트렌드에 민감한 주제고(시의성이 필요 없는 주제는 효과가 없을 것), 공신력을 더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발행 기관이라든가, 누군가의 말을 발췌한다든가)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 2018 애플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
- 2019년 팬톤 컬러 공개
- 2018 그래픽 디자인 트렌드 정리
3. 한 방 정리
~만에 읽는, A to Z, ~의 모든 것
리스티클과 같은 맥락으로, 흩어진 정보를 한데 모아줬다는 점에서 사랑받는 제목이다. 많은 시간을 들여 학습해야 하는 주제를 ‘한 방에’, ‘이것만 보면’ 다 알 수 있을 것 같아, 정보 탐색 비용을 확 낮춰준다고 느끼게 된다.
- 10분 만에 읽는 디자인 시스템 A to Z
- 국내 디자인 스튜디오 리스트
- UI폼 디자인의 모든 것
4. 공백 이론
~의 비밀, ~의 진실, ~한 비결, ~아세요?, ~에 대한 환상, 진짜 의미
머릿속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를 쓰는 방법에 대한 책 『스틱!』에는 ‘공백 이론’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전에 독자가 이 메시지의 필요성을 먼저 느끼게 만드는 게 중요한데, 그 방법으로 독자의 지식에 공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도록 질문이나 수수께끼를 던지는 것이다. 평소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사실에 대해 ‘정말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방법.
- 방금 만든 CTA 버튼, 카피도 신경 썼나요?
- 디자인 프로세스에 대한 환상
- ‘직관적인’ 디자인의 진짜 의미
공백 이론이 더 궁금하다면,
5. 신선한 질문
~한 이유, 왜 ~?
같은 질문이지만, 공백 이론과는 조금 다른 질문이다. 공백 이론이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에 균열을 내는 것이라면, 신선한 질문은 아예 생각해본 적도 없지만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
- 넷플릭스는 왜 별점이 아니라 좋아요일까?
- OK 버튼은 왜 오른쪽에 있을까?
- 요즘 10대가 페이스북 안 쓰고 틱톡 쓰는 이유
6. 비교
VS, A와 B의 차이는?
비슷한 개념 두 가지를 놓고 그 둘의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설명하는 제목도 인기가 좋다. 이때 비교하는 두 대상 중, 하나 이상은 독자들이 평소에 관심 갖던 것이나 많이 들어본 종류여야 한다. 아예 처음 들어본 소재 두 가지를 비교하는 건 당장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까.
- 사용성과 유용성의 차이는?
- 브랜드 vs. 로고? 차이가 뭘까?
- 디자인 vs. 예술? 내가 하는 건 뭘까?
7. 이름 빌리기
유명 기업, 셀러브리티, 유행하는 사건
이름 빌리기는 콘텐츠의 신뢰도를 높이기에도 좋은 전략이다. 콘텐츠 내용 중에서 사람들이 관심 가질만한 유명한 사례나 사람 등이 포함되어 있다면(그게 메인이 아닐지라도) 무조건 활용하는 게 좋다. 이 법칙은 다른 법칙들과 함께 사용하면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의 잘못된 UI
-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웹사이트 10년 전과 현재
- MS오피스 앱 아이콘 리뉴얼
8. 방법론
프로세스, 단계, 하는 법
방법론은 꾸준히 인기가 좋은 패턴이다. 특히 멋진 결과 사례들과 함께 하는 작업 프로세스나 방법론 등은 지나치기가 어렵다. 케이스스터디만으로는 실제 적용에 도움이 안 될 때가 많기 때문. 디독에 발행하는 몇몇 번역 글들은 원문에서 전혀 다른 제목을 사용하지만, 이 포맷으로 제목을 내보낸 적도 있다.
- 메일침프 보이스앤톤 가이드라인 구축 7단계
- 3시간 만에 끝내는 브랜딩 프로세스
- 데이터 시각화 작업 프로세스
9. 타기팅
~를 위한
독자가 확실한 경우 이 방법을 사용하면 좋다. 특히 도움이 될 것 같은 사람과 상황을 짚어 주면, ‘이건 나를 위한 글이구나!’하고 관여도가 높아진다. 좁은 대신 확실하게 공략하고 싶을 때 쓰는 방법.
10. 당위성 부여하기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꼭 해야 할~
지금 안 보면 손해일 것 같고, 이걸 모르는 나만 뒤처지는 느낌을 주는 방법도 좋다.
- 이제는 다크모드도 디자인해야 할 때
-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7가지 심리 트릭
- 디자이너와 일할 때 신경 써야 할 것들
+보너스. 시리즈물
*편, 상중하편
마지막으로, 앞의 법칙들을 활용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면 시리즈물로 제작해보는 것도 좋다. 이전 작의 독자들을 레버리지할 아주 좋은 방법이다. 디독에서 발행한 디자인 시스템 시리즈는 두 번째 편이 대박이 나서, 그 이후로도 두 번째 편 발을 받아 반응이 꾸준히 좋았다.
원문: 김강령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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