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사망자에 관한 글을 올린 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차라리 조용히 있는 게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메시지, 메일, 문자를 통해 많은 질문이 왔습니다. 한 번에 대답을 드리는 것이 어려워 자주 물으시는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1. 질병관리청이 접종 1주일 후 사망자가 작년에 1,500명이라고 했던데 그러면 작년에도 그만큼 죽은 건가요? 이렇게 위험한 일을 왜 말하지 않았나요?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자료는 예방접종 1주일 후 사망한 분이 1,500명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제가 계속 설명 드린 것처럼 백신의 부작용으로 인해 돌아가신 분이 아닙니다. 간단한 비유로 설명을 드리면 조금 더 이해가 쉬우실 듯합니다. 우리 삶은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므로 교통사고나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사유로 안타깝게 돌아가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확인해보면 상당수가 아침 식사를 하셨을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은 아침 식사가 교통사고, 심근경색, 뇌졸중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또 하나의 예로 고혈압약과 당뇨병약을 드시는 분이 사망하셨는데, 사망의 원인이 고혈압약과 당뇨병약이 아닌 것과도 같은 이치입니다.
2. 올해는 40–50건의 접종 후 사망이 알려져 있는데, 그럼 작년 1,500명 사망자와는 뭐가 다른가요?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자료는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자료와 통계청의 사망자료를 활용하여 작년에 기록된 접종 후 1주일 이내 사망하신 모든 분이 포함되어 있으신 것입니다. 올해 발표된 사례는 직접적으로 신고 또는 보고된 자료이므로 전체 접종 후 사망률이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마 이번 논란을 바탕으로 자료체계가 정비되고 통계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올해 발표된 사망자는 백신 때문에 죽은 사망자인가요?
부검 결과에 의하면 올해 보고된 사망자 중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을 의심할 만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례는 심장, 뇌졸중, 흡인 등의 문제였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우리나라 부검의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외부에 흔들림 없이 소견을 말씀해주시는 분들입니다. (저처럼 월급도 적고, 힘든 일을 사명만으로 하십니다.)
4. 접종 후 1,500명이 죽는 거면 백신이 효과가 없다는 뜻인가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접종 후에 1,500명이 1주일 이내 돌아가시지만, 이는 모든 종류의 사망을 다 합친 수치입니다. 이를 장기간으로 1년 단위로 환산해보면 접종하신 분들이 접종하지 않으신 분들보다 유의미하게 적게 돌아가십니다.
영원히 살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독감 예방접종을 한다고, 고혈압약을 드신다고, 신선한 식품을 드신다고,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신다고 모든 병을 예방하실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고혈압약을 먹고,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는 이유는 그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독감 백신이 사망률을 줄인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5. 그렇다면 왜 이런 자료는 바로 설명해줄 수 없나요?
여기에 안타까운 현실도 있습니다. 먼저 우리나라는 급격하게 성장한 나라로 지금 저희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세대만 해도 가족이나 친구를 수두, 홍역, 결핵 등의 감염병으로 잃으신 기억이 있는 분들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은 백신을 대부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셨습니다. 국가 예방접종 사업도 따라서 큰 반대 없이 잘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삶의 수준이 더욱더 좋아지고, 시간이 지나가면서 백신의 효과보다는 비용과 불편만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논란들이 자꾸 일어납니다.
이럴 때일수록 투명한 자료를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전달해드려야 하지만, 그 자료를 만들 수 있는 자료원 구축이 늦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자료를 전달하려면 예방접종의 시기와 종류, 국민들의 사망과 의료이용 등에 관한 자료가 잘 정리되어 있어야 하지만, 예산과 관심 부족으로 인해 번번이 구축이 지연되어 왔습니다. 이번 일을 기회로 그러한 기회가 주어지길 바랍니다.
6. 왜 무료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더 많나요?
무료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더 많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료 백신보다 무료 백신의 접종량이 훨씬 더 많고, 어르신들의 경우 유료 백신보다 무료 백신을 맞는 경우가 많으시고, 유료 백신은 무료 백신을 공급받는 상대적으로 더 젊고 건강한 집단에서 자주 사용되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7. 코로나로 죽은 사람이 300명이고, 백신 접종 후 죽은 사람이 1,500명이라면 코로나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요?
코로나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은 코로나의 발병이 확인되고, 코로나로 인한 다양한 증상을 보이고 사망한 코로나로 인한 사망이 자명한 사례들입니다. 그러나 백신 접종 후 돌아가신 분들은 백신으로 인해 돌아가신 것이 아닙니다. 또한 코로나는 우리 국민의 노력과 희생을 담보로 엄청난 국가적 대책이 수립되어서 이 정도로 피해를 경감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외국 사례를 보시면 코로나가 얼마나 고연령층에 피해를 주는지 보실 수 있습니다. 만약 코로나 방역을 포기한다면 미국, 유럽의 사례와 같이 몇만 명 단위의 추가 사망자가 우리나라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8. 그러면 당신은 접종을 받으실 건가요?
다른 글과 제 연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젊은 장병이 감염병으로 인해 사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군에 예방접종을 도입하고 그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예방접종을 막을 수 있는 감염병으로 우리 국민이 죽어가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본 사람으로 백신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압니다. 저와 제 아내, 아이들은 맞을 수 있는 모든 국가 예방접종을 다 받았습니다.
9. 당신의 정치적 성향으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요?
저는 제 전문성과 학자적 양심으로 박봉을 견뎌내는 예방의학자입니다. 과학자이자 학자로서 정치적 성향을 배제하고, 중립적인 자세를 견지하라는 스승님들의 가르침을 받고 살아왔고, 거기에 따르려 합니다.
10. 왜 갑자기 나서시나요?
저도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자유롭게 놀이터도 다니고, 자주 다니지는 못하지만 외국 여행도 다니고 싶습니다. 렘데시비어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현재 유일하게 남은 희망은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입니다.
만약 성공적으로 백신이 개발되어 효과와 안전이 증명되고, 전 국민이 이를 접종하신다면 우리는 코로나 발병 이전의 세계로 어느 정도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분의 어려운 경제적 사정도 해소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백신 논란을 해결하지 못하면 이것도 매우 어려워집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에서도 지금과 같은 현상은 당연히 나타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나타나는 현상은 사람은 언젠가 죽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에 가깝습니다. 이는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11. 코로나 백신도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도 개발이 된다면 전 국민에게 보급되어 접종될 것입니다. 특히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과 아이들에게 먼저 접종이 시작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인플루엔자 백신에서 생기는 접종 후 사망 사례는 동일하게 보고될 것입니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지금 보고되는 사례는 백신으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 단순히 백신 접종이 있고 나서 우연히 발생하는 사망에 가까운 특성을 가져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과 같이 접종 규모가 크면 반드시 발생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현상은 백신의 후유증과 합병증으로 인한 문제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합니다.
만약 현재와 같은 경쟁적, 자극적 보도가 이어지고,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사망에 관한 국민의 과학적, 합리적 이해가 없다면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데까지 더 많은 시간과 희생이 필요할 것입니다.
원문: 정재훈의 페이스북
함께 보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