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어설프게라도 치료제를 내놓으려 노력하는 상황
이승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남궁석: 생물학 박사 남궁석입니다. 생화학자이고 단백질 구조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연구와 과학 관련 글쓰기를 하며, 제약회사 연구 관련 컨설팅도 하고 있습니다.
이승환: 코로나 약 언제 나와요?
남궁석: 일단 4월에 길리어드라는 회사에서 내놓은 렘데시비르라는 항바이러스제의 임상결과가 나옵니다.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이승환: 어떤 약이에요?
남궁석: 원래 에볼라 잡으려 만든 건데, 그때는 효과가 없었습니다. 어쨌든 그 약이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다른 바이러스에도 작동할 것이라고 믿고 실험하는 거죠. 일단 원숭이 실험에서는 메르스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들어온 코로나 바이러스를 얼마나 치료할 수 있을지는 결과가 나와봐야 압니다.
이승환: 왜 에볼라 치료하려 만든 약을 쓰는 거죠?
남궁석: 코로나19 만을 정밀 타겟해서 약을 만드는 데에는 시간이 몇 년 이상 걸립니다. 일단 당장 시간이 없으므로 다른 바이러스에 쓰려고 만든 약을 써보는 상황인 거죠.
이승환: 사스 치료하려 만든 약을 쓰는 게 더 맞지 않나요?
남궁석: 사실 사스도 딱히 해법이 없었습니다. 사스 바이러스가 2002년 말에 나와서 2003년 여름에 홀연히 사라져 버린 것뿐이죠.
이승환: 왜 사라졌어요?
남궁석: 아직도 정확한 원인은 모릅니다. 다만, 사스는 유증상자만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유증상자만 격리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했습니다. 지금 코로나도 처음에는 그럴 것이라 생각해서 공항에서 유증상자를 체크하면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는 무증상자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종식되지 않고 계속 확산되는 거죠.
무증상 환자까지도 감염시키기에, 빠른 확산을 막기 어려운 상황
이승환: 코로나19는 왜 이리 잘 퍼지는 겁니까?
남궁석: 감기 걸리면 열나고 하잖아요? 이게 인체가 바이러스랑 싸우며 반응을 일으키는 겁니다. 유식한 말로 ‘선천성 면역’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 반응을 억제하며 몰래 증식합니다. 증식하다가 갑자기 어느 정도 숫자가 되어서야 몸이 알아차립니다.
그러면 선천성 면역이 갑자기 크게 일어납니다. 열이 확 오르거나 염증이 도지면서 바이러스만 잡는 게 아니라 우리 몸까지도 공격합니다. 이게 ‘사이토카인 폭풍’입니다. 선천성 면역 반응이 강해지며 나오는 현상이지요. 이 분들이 바로 ‘중증환자’이며 생명이 위협받습니다. 무증상자였는데 어느새 CT 등을 찍어보면 폐가 허옇게 뜨고 호흡곤란을 겪는 등의 중증으로 발전하죠.
이승환: 그러니까 우리 몸에 잠복하며 잘 숨어있는 거군요.
남궁석: 네. 바이러스가 많이 증식하고 나서야 몸이 뒤늦게 반응하는 겁니다. 그다음이 더 골 때리는데, 감염자 중 30%는 아무런 증상 없이 회복됩니다. 55%는 열 등의 경미한 증상을 일으키다 끝나죠. 85%가 무증상이나 경증상으로 자연치료된다는 거죠.
반면, 10%는 중증이 일어나고, 5%는 매우 치명적인 질환으로 목숨이 위태롭게 됩니다. 증상이 심한 환자들에 의해서 전파가 많이 되는 사스, 메르스와 다르게 무증상자나 경증상자들도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니, 감염을 막기 쉽지 않은 거죠.
이승환: 약이 나오지 않으면 계속 이렇겠군요;;;
남궁석: 네.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약, 또 과다한 선천적 면역을 줄이는 약이 둘 다 필요합니다. 둘 다 제약회사에서 지금 열심히 테스트 중이지만, 딱 맞는 약이 나오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 듯합니다.
이승환: 신종 인플루엔자도 결국 약이 나왔잖아요?
남궁석: 사실 신종 인플루엔자의 치료제라는 타미플루도 완전한 치료제는 아닙니다. 바이러스 증상을 좀 완화시키는 정도죠. 지금 이야기되는 바이러스 치료제도 그 정도 효과에 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거라도 있으면 다행이죠. 100명 중 중증환자가 20명 생기던 게, 10명으로만 줄어도 큰 기여를 할 테니까요. 적어도 아직까지는 신종플루보다 코로나19가 목숨이 위험하게 될 확률은 높습니다.
제약회사의 빠른 신약 개발, 기대하기 힘든 이유
이승환: 어쨌든 인플루엔자도 극복했는데, 코로나도 극복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남궁석: 인류는 코로나에게 아직 승리한 적이 없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1960년대 처음 발견됐고, 사람에게 처음 전염되어 질병을 일으킨 것이 사스와 메르스죠. 그나마 이들은 걸리면 죽는 비율이 많이 높았지만, 잘 퍼지진 않았습니다. 코로나19처럼 감염력이 센 상대는 처음 상대하는 셈입니다.
이승환: 근데 제약회사들도 이거 한 번 개발하면 큰돈 벌 테니 몰빵하지 않을까요?
남궁석: 사실 큰돈을 벌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긴급상황에서는 특허권을 무시하고 쓰는 제도가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이미 그렇게 할 거라 선언했고요. 제약회사 입장에서도 성공이 불확실하고 시급한 일에 엄청난 투자를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기존에 만들어둔 약으로 효과가 있는지 테스트하는 정도이지요.
사실, 새롭게 약을 만들 시간도 없습니다. 지금 어느 정도 개발 단계 끝난 약을 임상 시험하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코로나 19에 딱 맞는 치료제를 새로 만든다고 해도 개발이 끝나는 것은 몇 년 뒤의 일이고, 그때 상황이 어떨지도 모릅니다.
이승환: 제약사들이 다들 자기 약 효과 있다고 이야기하던데요.
남궁석: 단편적인 이야기들 수준입니다. 대조군도 없이 환자 몇 명 가지고 효과 본 건, 원래 환자 상태가 회복될 만한 사람이라서 회복되었는지 아닌지도 모르죠. 이중맹검실험을 통해서, 새로 개발된 치료제를 준 사람과 기존에 사용되던 치료제를 준 사람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있어야 하지요. 그런데 지금은 이 효과를 체계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일단 제일 급하다 생각하는 사람에게 일부 사용하며, 간 보고 있는 정도지요.
이승환: 한국 회사에서도 이런저런 신약 개발에 나섰던데요?
남궁석: 한국이든 외국이든 코로나 19에 대한 신약은 그냥 학교에서 논문을 쓰는 수준의 극히 초보적인 단계라 보면 됩니다. 신약은 어떤 위험성이 있을지 모르기에, 다짜고짜 사람에게 투여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세포 레벨부터 실험을 합니다. 세포에서 바이러스를 키우고, 약을 세포에 놓으며 바이러스를 얼마나 죽이는지 보지요.
하지만 세포와 실제 동물, 사람은 다릅니다. 세포 실험은 1차 스크리닝 수준이고, 세포 실험에서 효과가 있는 약물 중 100개 중 99개는 실제 약으로 작용하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지금 대부분의 신약은 세포실험도 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사람에게 사용하기에는 백만 광년은 남은 셈이죠.
백신… 은 더욱더 기대하기 힘들다
이승환: 그러면… 백신은 언제쯤 나오나요?
남궁석: 백신을 만드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방법이든, 백신은 증상이 없는 사람이 맞아서 예방이 되어야 하고 병이 더 악화되거나 그러면 안됩니다. 그런데 증상 없는 사람에게 막 실험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쥐, 원숭이 등 동물 실험을 하고, 여기에서 확실히 효과가 드러나고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어야 사람 대상으로 조심스레 실험합니다. 그러니까 이건 치료제보다 한참 더 뒤에야 나올 겁니다.
이승환: 얼마나 걸릴까요?
남궁석: 아무리 순조롭게 진행되어도 최소 1년 반은 생각해야 합니다. 메르스 때에도 백신을 만들고자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실험동물에게 백신을 주사하니, 바이러스는 줄어들었지만 폐 손상은 백신 안 맞은 동물과 비슷했지요.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선천성 면역 반응을 과도하게 일으켰던 것입니다.
선천성 면역은 일종의 알러지와 비슷해서, 어떤 사람에게 발생하는지 알기 힘듭니다. 몇 년 전에 나온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도 아직 동물실험도 통과 못했으니, 코로나19라고 백신 개발이 그리 쉬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승환: 인플루엔자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남궁석: 인플루엔자는 이미 백신을 개발한 상태입니다. 해마다 변종이 나오지만, 동일한 방법으로 백신을 만들면 변종에도 대응할 수 있죠. 이미 데이터가 있는 일종의 중고신인(…)이므로 공략이 쉽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는 아직 백신을 만든 적이 없습니다. 그냥 맨땅에 헤딩한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당연히 시행착오가 많을 겁니다.
이승환: 백신과 별개로, 국내 진단 키트를 트럼프가 거부했다는 건, 어떻게 봐야 하나요?
남궁석: 진단 키트는 기술력이 많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이미 한국에서만 7개 회사 정도가 생산하고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는 생산력이 훨씬 중요합니다. 빠르게 많이 만들어야 더 많은 사람을 진단할 수 있으니까요. 그걸 미국에서 규정에 안 맞다고 거절하다가, 당장 검사 많이 해야 하니까 한국산 들이는 거죠.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이승환: 인류 역사에 이런 질병이 또 있었을까요?
남궁석: 1918년 스페인 인플루엔자 때는 세계적으로 5천만 명 정도가 죽었습니다. 하필 1차 대전 마무리 단계라 야전병원에 수용된 인플루엔자 환자들이 귀국하며 병이 세계 각지에 빠르게 퍼졌죠. 그때는 그냥 집단 면역으로 극복했습니다. 말이 면역이지, 죽을 사람 다 죽은 거죠. 워낙 많은 사람이 희생돼서 1919년의 미국 평균 수명이 12년 내려갈 정도였습니다.
그 외에도 무시무시한 바이러스 질병은 많았습니다. 소아마비도 1950년대까지 미국에서만 매년 5천명씩 죽었죠. 소아마비는 백신을 만드는데 40년, 간염은 10년 넘게 걸렸습니다. 에이즈와 에볼라는 아직도 없지요. 백신이나 치료제가 그리 쉽게 나오는 건 아닙니다.
당분간은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존버만이 해답
이승환: 그러면 뭐 코로나 이제 못 막는다… 인가여…
남궁석: 존버하는 수밖에 없죠. 1918년 인플루엔자도 백신 없이 막았고 인류가 멸망하지는 않았는데, 적어도 그때보다는 의학이 많이 발전했잖아요. 진단키트도 있고, 아직 온전한 치료제는 없지만 치료도 가능해서 사망률도 낮출 수 있습니다. 당장은 존버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확진자 발견되는 대로 격리하는 수밖에요.
이승환: 저기… 좀 희망적인 이야기는 없나요?
남궁석: 이번 코로나19도 그렇고, 사스 때도 날씨가 아주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곳에 집중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코로나19도 온도가 높아지면 증식력이 느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에 퍼지는 걸 보면 아주 더워도 감염력이 제로는 아닐 것 같습니다만… 확산력이 줄어든다거나, 중증환자가 발생할 확률이 줄어들 가능성은 있습니다. 통계를 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염자가 많지만 사망률은 상당히 낮습니다. 싱가포르, 대만도 감염자에 비해서 중증 환자의 비율은 적습니다. 그게 그나마 긍정적이긴 합니다만…
이승환: 합니다만…?
남궁석: 대신, 북반구가 따뜻해지면 남미에 퍼지고 이것이 다시 북반구로 들어와서…이번 코로나19의 싸이클이 꽤 길게 돌 수 있습니다. 물론 그때쯤 가면, 이 바이러스에 대한 경험이 좀 쌓였기 때문에 지금보단 나을 거라 봅니다. 유럽이랑 미국은 마스크 엄청 안 쓰다가 이제는 다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서구 애들이 신발 신고 흙발로 침실에 들락거리는 문화도 좀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이승환: 그러면 우리는 뭘 하면 될까요?
남궁석: 적어도 지금보다 개판이 되는 것을 막으려면, 조용히 사회적 거리두기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마스크 써야 하는 게 나를 방어하는 목적도 있지만, 내가 무증상 감염자로써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것을 막는다는 예방 차원이 큽니다. 대신 그만큼 경제가 무너지는 건 감수해야겠죠. 희망적인 치료제 개발 뉴스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요. 정말로 효과 있는 치료제와 백신이 나오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존버가 살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