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순자산 20억밖에 없는 중산층이라는 한 대학생 얘기를 읽었다. 그리고 지난주에 경향신문의 「창간기획-2030 자낳세 보고서」를 읽었는데, 그 기사에서 잊혀지지 않는 설문조사가 있었다. “당신의 계층은?” 이라는 질문을 20~ 34세 이하 청년에 했는데, 스스로의 평가에 따라 상류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1.4%에 불과했던 것이다. 설문 대상자를 보면, 월 소득 500만 원이 넘는 청년이 12%나 되었다. 500만 원 이상 버는 청년조차도 자기는 상류층이 아니란다. 1.4%를 제외하곤.
정말 슬픈 일이다. 그냥 물리적으로 상중하를 따진다면 각각 33.3%는 자신이 상류층에 속한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아직까지 나름 사회 참여를 하려는 이유는 난 스스로 기득권이라는 부채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서울에서 자라고 대학을 나오고 직장을 가진 비장애, 이성애자 남자 정도면 충분히 기득권자 아닐까? 아마 소득도 상위 33%에 속할 것 같다. 그럼 상류층, 기득권자라는 자각과 부채 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닐까? 도대체 어떤 사람과 끊임없이 비교해야 34세 이하 청년이 500 이상을 벌면서 자신을 상류층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비교 속에서 살아가는 삶은 얼마나 불행할까?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소득인데도 말이다.
2.
중산층, 상류층이라는 개념을 한 번 정리해 보자. 얼마를 벌면 상류층, 또는 부자가 될까? 일반적으로 중산층은 중위소득의 50%~150%를 뜻했다. 그런데 최근 OECD에서는 중위소득 200% 이상을 상류층으로 한다고 정의를 바꾸기도 했다. 소득 및 자산 격차가 심해지니 중위소득 150%가 되어도 평균값 정도밖에 안된다. 그래서 200%로 기준을 상향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인 가구 자산보유 가구 중앙값 순자산은 2억4천만 원이다. 4인 가구는 3억8천만 원이다. 순자산이 0원인 가구나 빚이 있는 사람은 모두 제외한 거니 최악은 발라낸 중앙값이다.
기존 150% 초과 기준을 적용하면 4인 가구 상류층 순자산은 5억7천만 원이다. 200% 초과 기준을 적용하면 7억6천만원 정도 된다. 즉, 4인 가족이 순자산 7억6천만 원 있으면 ‘부자’라고 말해야 한다.
소득은 어떨까? 보건복지부 고지 중위소득은 2인 가구 기준 299만 원, 4인 가구 기준 475만 원이다. 중위소득 50%가 넘으면 중산층에 편입된다. 2인 가구는 150만 원, 4인가구는 237만 원이다.
참고로 기초생활 보장제도인 생계급여는 중위소득 30%, 의료급여는 40%, 주거급여는 45%, 교육급여는 50%까지 적용된다. 심심해서 엑셀에 계산해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심심해서가 아니라 마감에 시달리는 상황이기에 ㅠㅠ)
결국, 기존 중산층 개념인 중위소득 150%까지라면 2인 가구는 450만 원, 4인 가구는 712만 원보다 더 벌면 상류층이다. 중산층 개념을 200%까지 확대해도 2인 가구면 600만 원, 4인 가구는 950만 원 벌면 상류층이다.
3.
물론 나는 꼭 OECD 상류층 개념만이 유일한 개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앞서 말했던 대로… 지역적, 성별, 문화적, 성적지향 등등의 기준을 통해 소위 아비투스를 내면화하고 언로를 통해 발언 기회를 가지고 있으면 나는 상류층이라고 생각한다.
원문: 이상민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