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가 합법교원노조의 지위를 상실했다. 판결문을 꼼꼼하게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판결은 항소심에 가서도 뒤집힐 가망이 거의 없을 정도로 튼튼하다. 다만 빈 구멍을 찾아본다면,
1) 노동부가 시행령을 통해 전교조의 설립을 취소하거나 해산을 명령한 것이 아니다. 다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률 2조 4항에 따라 전교조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규약을 신설했기에 법이 정한 바에 따라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에 불과하다.
2) 따라서 전교조가 해당 규약을 삭제하고, 문제가 되는 9명을 조합원이 아닌 조합 직원으로 채용한 뒤 항소심에 의하면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교조 활동가들의 관성으로 봐서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합법적인 교원노조로서 전교조는 당분간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 한다. 학교가 크게 달라질까봐, 그것도 퇴행적으로 달라질까봐 느끼는 불안이다. 그러나 단언하는데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 그 이유를 대략 몇 가지 적어본다.
1. 1989년 당시 전교조가 제기했던 교육혁신은 이제 거의 대부분 수용되었다.
전교조 결성 당시 세상을 뒤집었던 교육개혁의 내용은 주로 “청렴 부패(촌지 추방)”, “토론과 협력 수업”, “각종 문화예술 활동 강화”, “체벌 금지” 등이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이제 더 이상 특별히 진보적이라거나 전복적인 것이 아니며, 심지어 보수정권, 보수교육감 조차 받아들이고 있는 것들이 되었다. 1989년에는 심지어 조별 토론학습, 탐구학습을 시켰다고 초등학교 교사가 해임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수사례로 표창을 받는다.
이 흐름을 만드는데 전교조가 중요한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더 이상 전교조만의 흐름은 아니다. 전교조가 없어도 이 흐름은 이미 대세가 되었다. 원래 역사가 그런 것이다. “고율의 누진세, 국유은행 설립, 운송수단의 국유화, 아동에 대한 무상교육…” 오늘날에는 거의 상식적인 정책이지만, 원래 이것들은 무려 마르크스-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에 나오는 요구조건들이다. 이미 역사는 진행되었고, 이런 것들을 공산당 정책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안타깝지만 전교조는 초기에 제기했던 교육개혁 의제들이 체제내화 된 이후 더 이상 의미있는 교육개혁 담론을 선점하지 못했다. 즉 지금 전교조가 있어야만 추진되는 그런 교육개혁은 별로 많지 않다.
2. 다양한 수업실험, 혁신학교는?
물론 지금도 프로젝트 수업, 융합 수업 등의 다양한 수업 실험을 하고, 새로운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새로운 학교를 연구하고 혁신학교에서 이를 실천하는 교사들 중 상당수가 전교조 조합원이다. 그러나 이 실천들 중 상당수는 이들이 개인적으로 혹은 이들의 작은 모임에서부터 시작한 것이지, 전교조 사업으로 추진된 것들이 아니다. 2000년대 이후 다양한 교육실험과 혁신학교와 관련하여 전교조 차원에서 진행된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전교조가 이런 실천들을 수용하여 지원하는 태세를 갖추고자 노력은 하였으나, 항상 이런 일들은 FTA반대 투쟁 등등의 이른바 현안투쟁사업의 뒷전이었다. 진보적인 교육을 실천하려고 노력한 많은 전교조 조합원들 중에는 신분으로는 조합원을 유지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전교조 조직 혹은 그 주류활동가로부터 크고 작은 상처를 무수히 받은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었다 해서 이들의 학교에서의 실천이 무력해지거나 할 일은 없을 것이다. 어차피 도움 받은 바도 거의 없었다.
3. 학교의 권위주의 철폐 등, 낡은 관행의 문제는?
전교조는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잃은 것이지 ‘교원단체’의 지위를 잃은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지금 한국교총과 같은 자격을 갖춘 셈이다. 게다가 지금 13지역의 진보교육감이 있고, 보수교육감 중 일부도 여기 동조하고 있다. 따라서 전교조는 여전히 이들과 협상할 수 있다. 오히려 노동조합으로서 맺는 단체교섭이 아니라 정책협약이기 때문에 교섭대상이다 아니다 하며 실랭이 벌이지 않고 더 폭넓은 협약을 맺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노동조합의 단체협약과 달리 강제성이 없다고는 하지만, 사실 협약 내용을 강제하는 것은 정치력의 문제지 법의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단체협약도 사실상 강제성이 많지는 않았다. 따라서 전교조는 여전히 학교의 권위주의와 낡은 관행을 혁파하는 협약을 맺을 자격이 있고, 교육감들도 그럴 태세가 되어 있다.
즉 교육부의 희망대로 “지금까지 전교조와 맺은 단체협약은 모두 무효!” 이러고 나올 교육청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정작 그러고 나섰던 경우는 전교조가 합법노조이던 시절 공정택 교육감이 유일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었다 해서 수구꼴통 교장들이 세상만났다고 날뛸 가능성도 많지 않다. 교장들은 전교조가 불법노조일때도 무서워했다. 전교조의 무서움은 법적 지위가 아니라 그 정당성에 있는 것이다. 전교조가 폭넓은 교육혁신활동을 통한 광범위한 지지세를 모으면 합법 시절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될 것이다. 더구나 교장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교육감이 바뀌었다.
다만 교육감들은 “전교조가 새로 태어나는 혁신의 모습을 보여줄때” 라는 식의 단서조항을 달 가능성이 있다. 그래야 무조건 전교조 편이라는 느낌을 지울테니까.
4. 전교조는 무너질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선 전교조는 조합비를 행정실에서 선 공제하는 방식에서 CMS로 변경했다. CMS는 심지어 당사자가 사망해도 통장이 남아있는 한 돈이 계속 인출되는 무서운 시스템이다. 따라서 전교조는 여전히 매 달 10억원의 고정 수입이 차곡차곡 들어오는 재벌급 시민단체다.
게다가 노조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70여명의 전임자가 학교로 복직해야 한다. 즉 이는 냉정하게 말하면 매달 적어도 2억원 이상의 경비가 절감된다는 뜻이다.(전임자 월 보수를 300만원으로 계산). 따라서 교육부가 임대료 지원 끊는다 해서 본부와 각 지부 사무실에서 길거리로 내 앉을 일은 없다. 임대료 같은걸로는 전혀 압박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년에 100억이 넘는 회비를 거두는 조직으로 25년이나 되었는데, 본부 회관 빌딩 하나 짓지 못하고 이렇다할 수입사업 하나 못하고 있으니, 대체 그 돈은 다 어디로 갔나 싶기는 하지만….).
조합원 이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탈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행정실에서 선공제 할때는 행정실에 “공제하지 말아주세요.” 한 마디 하고 입 씻으면 그만이엇지만, 지금은 지부나 본부에 전화를 걸어서 탈퇴의사를 밝히고 CMS해지 신청을 해야 한다. 교사들의 여린 심성을 볼때 이런 난관에서 그런 전화하기는 매우 어렵다. 만약 전교조가 홈페이지를 통한 탈퇴 접수 받는 배너를 개설하는 배짱을 부리지 않는한 5만명 선은 유지할 것이다.
5. 그럼 뭐가 달라진단 말인가?
적어도 교육실천이란 면에서는 별로 달라질 거 없다. 겁먹지 말고 하고자 했던 거 용기있게 실천하면 된다.
원문: 부정변증법의 교육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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