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고 한다. 하지만 숫자를 보여주는 방식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숫자를 보여주는 방식은 바로 ‘차트’다. 눈길을 잡아끄는 『숫자는 거짓말을 한다』의 원제는 바로 “차트의 거짓말: 시각 정보를 더 똑똑하게 읽기(How Charts Lie: Getting Smarter about Visual Information)”이다.
차트로 거짓말하는 다양한 뉴스들
모든 데이터는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 숫자와 차트는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차트는 아주 빈번하게 거짓말에 동원된다. 아예 잘못된 통계나 숫자 데이터를 이용한 차트는 발견하기 쉽다.
하지만 데이터가 올바른 경우에도 차트는 거짓말을 한다. 책에 나온 아래 예시를 살펴보자. 막대그래프의 시작점을 0으로 잡지 않아서 차이를 왜곡하고 있다.
이 예시를 보면, 데이터가 올바른 경우에도 차트가 어떻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바로 감이 올 것이다. 미국의 데이터로 그린 차트이지만, 왠지 한국의 언론에서도 비슷한 걸 접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차트를 더 잘 이해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문맹이 아닌 차트맹의 시대, 문해력을 넘어 도해력이 요구된다
한국 사회에서 매번 나오는 논쟁이 문해력이다. “글 좀 똑바로 읽어라”는 것. 그런데, 이제 문해력만큼이나 도해력(graphicacy)을 요구하는 시대다. 비주얼 저널리즘의 권위자이자 『숫자는 거짓말을 한다』의 저자 알베르토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문해력이 읽고 쓰는 능력이고 구어력이 말을 구사하는 능력, 산술력이 숫자를 다루는 능력이라면, 도해력은 시각 자료를 해석하는 능력이다.
아래 예시를 보자. 막대그래프 뿐 아니라 시계열 꺾은선형 차트도 마찬가지다. 변화량이 서로 다른 두 데이터를 마치 같은 크기인 것처럼 왜곡해서 그리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저자는 왜 이런 잘못된 차트가 나오는지를 글쓰기에 빗대어 설명한다. 작가가 글을 쓸 때는 맞춤법을 지킨다. 디자이너가 차트를 디자인할 때도 숫자를 활용한다. 하지만 맞춤법만 잘 지킨다고 좋은 글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숫자만 활용한다고 좋은 차트가 아니라는 것.
코로나에도 영향을 미치는 차트: 차트를 제대로 읽어야 세상을 구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검증은 모든 시민의 책임이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결론 부분이었다. 차트는 가짜 뉴스에 동원되어 비도덕적인 프로파간다를 퍼뜨리는 데도 쓰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이해와 소통을 돕는 강력한 도구이기도 하다.
예로 저자는 코로나바이러스에서도 차트는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한국과 달리 서구에서는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차트가 문제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며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보 생태계와 공공담론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가짜 뉴스를 배제하고 올바른 정보를 공유하는 도구로서 차트를 사용해야 하며, 그 검증 책임이 모든 시민의 책임이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이 말은 현재 한국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숫자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차트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를 통찰하고, 더 발전적인 논의를 만드는 소통의 도구이다. 또한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짜 뉴스를 방어하는 효율적인 무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어떻게 차트를 잘 읽고 숫자 데이터를 바르게 이해해야 하는지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숫자는 거짓말을 한다』는 시의적절한 안내서이자, 친절한 도해력 교재다. 또한 다양한 그래프를 통해 최근 시사를 읽을 수도 있는 교양서적이기도 하다. 또한 저자의 말대로 “차트가 거짓말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거짓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안의 확증편향을 점검하기 위해서라도 『숫자는 거짓말을 한다』는 반드시 한 번쯤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