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배우라는 유튜버가 <가짜 사나이>의 로건 교관의 사생활을, 그것도 부정확한 근거를 기반으로 폭로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배우나 로건이나 난 이번에 처음 들어본 이름들이다) 이로 인한 논란과 스트레스로 임신 중이었던 로건의 부인이 유산을 했다고 한다.
나는 이근 대위가 <가짜 사나이>의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해 공중파에 입성한 이상 그와 그 프로그램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검증과 비판은 당연히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취향에 따른 선택권이 분명한 인터넷 방송과 달리 공중파 방송은 불특정다수에 대한 노출도가 높고 방송이 활용하는 주파수대가 공공의 재산이기 때문에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이라는 논리로 다 정당화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은 검증을 명분으로 무엇이든 파헤치고 공격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짜 사나이>의 유행 그리고 공공성을 고려해야 할 방송사들의 무분별한 섭외는 콘텐츠 비평을 통해 제어되어야 했던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인신 공격으로 파탄이 나고 말았다. 그중에는 명백한 피해자가 본인의 피해 구제를 위해 나선 사안도 있었기 때문에 개인사에 대한 모든 폭로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배우나 김용호 같은 이들이 참전하며 난장판이 되어버렸고 결국 사생활 침해와 유산까지 발생하며 새로운 피해자를 낳았다.
설사 이근 대위가 공중파 셀럽이 되기에 부적절한 인물이고, <가짜 사나이> 류의 유행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필귀정이라 할 수 없다. 더 심도 깊은 콘텐츠 비평과 타협점을 찾을 기회를 잃어버린 씁쓸한 결말일 뿐이다.
콘텐츠에 대한 비판과 인신공격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그리고 설사 문제가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가 사생활 폭로나 무분별한 인신공격으로 무너지지는 않기를 바란다.
최근 우려되는 사람은 진중권이다. 진중권은 발언의 중요성이나 정확성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주류 언론에서 다뤄지고 있다. 그의 주장과 그저 주목을 끈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견해를 확대재생산하는 언론은 좀 더 많은 비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그의 사생활에 대한 폭로는 대단히 위험한 시도이다. 그것이 그의 주장과 관련성도 낮을뿐더러 명백히 사생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설사 일반적 기준에서 부덕한 처신이라 하더라도 공직자도 아닌 논객을 이런 폭로로 끌어내리려는 것은 반칙이지 정의가 아니다.
그리고 설사 공직자라 하더라도 한계는 두어야 한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폭로부터 이일병 교수에 대한 공격까지 모두 씁쓸한 이유가 그래서이다. 조국 장관 가족에 대해서도 몇 가지는 분명 해명과 수사가 필요한 것이었지만, 일부 폭로는 상당히 부적절한 것이었다.
공직자 및 그 가족에 대해서도 그러한데, 민간인 진중권에 대해서 사생활 의혹 제기를 시도한다고? 전혀 동조해선 안 되며 단호히 귀를 막아야 한다.
이제 <가짜 사나이>의 콘텐츠가 사라진 이상 여기서부터 얻어야 할 교훈은 다른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우리는 어떻게 규칙을 지켜가며 싸울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적과 우리의 품위를 모두 지킬 것인가?
이 고민들은 궁극적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침범하지 않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이 존엄은 양반 나으리들뿐만 아니라 부덕한 사람에게도 똑같이 존재하며, 모두에게 귀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