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Diabetes Mellitus)’은 예로부터 우리를 괴롭혀 온 질병 중에 하나일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거의 300만 명에 육박하는 환자가 존재할 정도로 인류의 고질병 중에 하나입니다. ‘Mellitus’란 말도 ‘달다’라는 의미를 가져 당뇨는 소변에서 달다란 ‘당(sugar, glucose)’이 빠져나오는 현상을 말하지요.
동의보감에서도 ‘소갈(消渴)’이라 하여 음식을 많이 먹고, 소변을 자주 보며 갈증이 난다고 하였습니다. 학부 시절 이 질병의 영어 발음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잘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t’ 발음을 ‘d’에 가깝게 ‘다이아 비디스”라 했기 때문이었지요. 생소하기도 했고 가족 중에 당뇨를 갖고 계신 분이 있어서 좀 더 관심 있게 책을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뇨는 우리 몸 어느 기관과 연관이 있어?”
당뇨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인슐린(Insulin)’이나 ‘글루카곤(Glucagon)’의 분비에 관여하는 소화샘 기관인 ‘췌장(이자, Pancreas)’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할 거야.
‘췌장(膵臟)’은 다른 말로 ‘이자(胰子)’라 했어. ‘이’자는 ‘등심’을 가리키는 한자어로 위장 뒤 ‘등’쪽에 위치해서 붙여진 이름이지. 췌장은 길이 15cm, 70g 정도로 왼쪽부터 머리, 몸통, 꼬리 세 부분으로 나뉘어, 가로로 길게 늘어진 나뭇잎 형상이야. 췌장암의 경우 환자의 70%가 췌장 머리 부분에서 발병하고 치료가 힘든 암 중에 하나로 분류하지. 그 이유는 등 안쪽 깊숙이 있어 발병해도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이지.
췌장은 기능적으로는 췌장액을 분비해서 소화를 돕는 외분비 기능과 혈당을 조절하는 내분비 기능으로 구분할 수 있어. 특히 내분비계는 발견한 사람 이름에다 모양이 마치 ‘섬’ 같다 하여 붙여진 ‘랑게르한스섬(Langerhans Islets)’에서 분비하지. 4종류의 내분비 세포(알파, 베타, 감마, 델타)와 2종류의 분비선(인슐린, 글루카곤)으로 구성되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와 글루카곤을 내보내는 ‘알파세포’야.
“그럼 당뇨는 췌장과 연관이 있는 거네?”
췌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하는데 이 녀석을 조정하는 더 센 놈이 있어. 인체에서 혈당량을 조절하는 간뇌의 ‘시상하부’라는 곳이야. 시상하부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뉘는데, 운동과 같이 힘을 사용할 경우엔 교감신경이 관여하고 그 외 소화나 생식에 관련해서는 부교감신경이 작용해. 식사하면 우리 몸은 고혈당 상태가 되거든. 이를 인지한 부교감 신경은 췌장의 베타세포에게 인슐린을 분비하게끔 명령하지.
결과적으로 ‘글리코겐(glycogen)’을 간이나 근육에 저장해 체내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하지만 인슐린이 부족하면 고혈당이 되고 이 혈당이 넘쳐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분비되는 것이야. 그래서 당뇨 환자의 소변에 거품이 일어나는 것이지.
“당뇨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던데?”
그래. 당뇨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첫째는 흔히 ‘소아당뇨’라 부르는 ‘인슐린 의존성 당뇨’인 ‘1형 당뇨병’이지. 이 병은 어린 시절 베타세포의 파괴로 인한 인슐린 분비가 절대적으로 작아서 신체 내 지방 대사의 산물로 생긴 ‘케톤(Keton)’이 혈액 내에 축적되는 병으로 ‘대사성 산혈증(Metabolic Acidosis)’을 일으키지. 물을 많이 마시고 왕성한 식욕으로 인해 과식하나, 탄수화물 대사의 부족으로 오히려 체중은 감소하는 특징이 있어.
두 번째는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인 ‘2형 당뇨병’이야. 이 질환의 대부분은 비만증을 보이며 대개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지. 과혈당 상태에서도 인슐린 분비가 많지 않은데 이는 인슐린 수용체가 적기 때문이야. 한국인의 경우 대부분 여기에 해당된다고 보면 돼.
당뇨 자체보다도 이로 인한 합병증이 더 무서워. 공복 시 126mg/dL, 식사 후 200mg/dL 이상인 경우 진단하는데, 시력 저하, 고혈압, 하지의 괴저 현상 등 합병증을 동반하기에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해. 식이요법과 인슐린 주사를 통한 혈당 조절을 많이 하지.
“그런데 당뇨 치료에 NASA 기술이 이용된다는 보도는 뭐야?”
많은 당뇨 환자가 식이요법과 함께 약을 복용하거나 인슐린 주사를 주기적으로 투입하는 불편함을 겪어. 그런데 이런 당뇨 치료를 위해 NASA의 기술이 적용되어 화제가 됐지. 당뇨 치료를 위해 개발된 ‘자동 인슐린 펌프’가 바로 그 주인공이야.
여기에는 NASA가 화성 탐사를 목적으로 개발한 ‘마이크로 가압 유체 제어 시스템’이 이용되었다고 해. 쉽게 말해 중력이 없는 곳에서 압력을 가해 인슐린을 분비하게 한다는 것이지. 우주 프로그램을 위해 개발된 이러한 기술을 의료계에 응용하기 위해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응용 물리연구소(APL)는 NASA를 비롯한 여러 연구 기관들과 함께 오랜 연구를 해왔어.
그중 1986년에 미니메드(MiniMed)가 처음 기기를 개발하지. 그런데 이 장치는 배터리 수명이 매우 짧아 몇 개월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어. 또한 이 회사는 2001년 메드트로닉(Medtronic)에 인수된 이래 연구 실적이 부진함을 면치 못하다 급기야 2007년에는 이 분야 연구도 접지.
하지만 2019년 샌디에이고에 있는 스타트업 기업 피지올로직 디바이시스(Physiologic Devices)가 인수를 결정하면서 이 분야 연구에 다시 희망의 불씨를 지폈어. 이번에 연구 개발을 시작한 모델은 초기 모델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자 노력했어. 기기를 환자의 체내에 이식해 장기간 인슐린 투여가 가능하고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배터리가 내장된 시스템이지.
장기 우주여행을 하는 당뇨를 가진 우주인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술일 뿐 아니라, 당뇨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도 큰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돼.
이외에도 1994년 마셜(Marshall) 우주 센터 내 고분자 결정학(Macromolecular Crystallography) 센터 주관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는 우주 공간에서 자란 인슐린 결정체가 지구와는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어. 이 점을 응용해 내슈빌에 위치한 밴더빌트대학(Vanderbilt University)의 테일러 왕(Taylor Wang) 박사는 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지.
우주에서 캡슐화된 세포가 그 기능을 어떻게 이어가는지를 직접 확인한 왕 박사는 ‘인공 생체 췌장 패치’를 개발했어. 랑게르한스섬을 캡슐로 보호해 자가면역반응으로부터 발생하는 당뇨를 막겠다는 계획이지. 이 기술은 결국 2014년에 그 독창성을 인정받아 미국에서 특허를 받았어.
아울러 최근 2019년 연구에서는 쌍둥이 우주인을 대상으로 당뇨병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들을 수집, 분석하며 당뇨병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지.
원문: 달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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