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볼’ 주인공이 빌리 빈(58)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야구 운영 부문 부사장이 30년 만에 팀을 떠나게 될 모양입니다. 제일 큰 이유는 물론 ‘돈’입니다.
빈 부사장은 올해 7월 골드만삭스 출신인 제리 카디널 레드버드 캐피털 파트너스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레드볼 애퀴지션(RedBall Acquisition)‘이라는 회사를 세웠습니다. 레드볼 애퀴지션은 흔히 ‘스팩(SPAC)’이라고 부르는 기업 인수 목적 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를 하려면 보통 사람들이 증권시장에서 그 회사 주식을 사고 싶을 정도로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SPAC은 거꾸로 합니다. 먼저 ‘페이퍼 컴퍼니’를 증시에 올려 돈을 모은 다음 그 돈으로 회사를 삽니다.
레드불 애퀴지션은 상장 신청서를 통해 ‘유럽 축구팀을 포함해 사업성 있는 스포츠 프랜차이즈, 지적 재산을 수익화할 수 있는 스포츠 기업 등’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레드불 애퀴지션이 ‘펜웨이 스포츠 그룹'(FSG)과 합병을 추진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펜웨이 파크를 안방으로 삼고 있는 보스턴 구단이 바로 FSG 소유이기 때문입니다. 빈 부사장은 오클랜드 구단 주식도 1%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해 충돌‘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해 충돌이 어떤 개념인지 잘 모르시는 분도 계실 수 있으니 잠깐 시계를 12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내셔널리그 소속이던 클리블랜드 스파이더스는 1899 시즌을 20승 13패(승률 .130)로 마감했습니다. 승률 .130은 지금까지도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저 승률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스파이더스가 이렇게 못했던 건 이 팀 공동 구단주 그룹이 당시 퍼펙토스(Perfectos)라는 이름을 쓰던 세인트루이스 구단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세인트루이스 전력 강화를 목적으로 사이 영(1867~1955)을 비롯한 스파이더스 주축 선수를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했습니다. 이들에게는 애석하게도 이 해 세인트루이스 역시 84승 67패(승률 .556)로 당시 내셔널리그 12개 팀 가운데 5위에 그쳤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메이저리그는 한 사람이 여러 구단 지분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레드볼 애퀴지션과 FSG가 합병한다면 빈 부사장은 오클랜드나 레드볼 애퀴지션 가운데 한쪽 지분은 포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빈 부사장은 오클랜드에서 나오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빈 부사장이 보스턴 프런트에 합류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WSJ는 빈 부사장이 유럽 축구 클럽팀 운영에 관심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시즌 30년 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정상을 차지한 리버풀 역시 FSG 소유입니다.
빈 부사장이 축구에 관심을 나타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는 잉글랜드 풋볼 리그(EFL) 챔피언십 그러니까 잉글랜드 2부 리그 팀 반즐리 지분 보유자이기도 합니다. 유럽 축구 시장은 북미 프로 스포츠 시장과 달리 트레이드도 없고,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도 없고, 사치세도 없습니다.
과연 이런 시장에서도 빈 부사장은 ‘머니볼’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