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하기 쉽지 않은 시대다. 워낙 상황이 어렵다 보니 구직자 입장에서 회사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은 잘 오지 않는다. ‘일만 시켜주신다면 이 한 몸 바치겠습니다’와 ‘회사가 나를 선택하듯 나도 회사를 선택하자’.
당신은 어느 쪽인가. 나는 후자다. 회사를 선택하려면 가고자 하는 회사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확고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는 3개의 회사를 거치면서 그리고 다수의 면접을 보면서 나름의 기준을 갖게 되었다.
1. 연봉
연봉을 후려치는 기업은 가지 마라. 적어도 최저시급은 나오는 곳으로 가자. 아무리 경력과 실력이 없어도 신입직원(현장기사)은 청소도 하고 자재도 나른다. 배운다는 이유로 정당한 대가 없이 노동하지 말자.
관련 학과가 아니네요?
관련 자격증은 없으신가요?
현장 경험은 없으신가요?
면접자가 위축되게 만드는 질문들이다. 면접관이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둘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첫째, 합불의 판단을 위하여 자격증 외 다른 강점을 알아보기 위해서. 굳이 자기소개서에 쓰여 있는 내용을 되묻는 이유는 자격증 없는 약점을 커버할 만한 능력을 확인하기 위함이 아닐까.
둘째, 연봉을 낮추기 위해서. 대개 인테리어 회사들이 연봉을 낮추기 위해 면접장에서 위축될만한 질문들을 한다. 아는 것만, 경험한 것만, 당당히 이야기하고 연봉도 자신 있게 제시하자.
2. 휴무와 수당
현장 일을 하면 주 5일제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근로기준법을 피하기 위해 주 6일 혹은 주 7일 현장에서 일을 하지만 주 5일로 계약서를 쓰는 건축·인테리어 회사들이 허다하다.
‘현장에 따라 다르다’는 이야기는 의심해보자. 차라리 주 6일로 명확하게 쓰는 데로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회사가 합리적인 회사일 확률이 높다.
만약 계약서를 주 6일제로 쓸 경우에도 추가로 확인해볼 게 있다. 주휴일(일요일) 근무 시 대체 휴무를 주는지, 아니면 추가 수당을 주는지. 정말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 같은 경우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일할 수도 있다. 첫 번째 인테리어 회사에서는 한 달 동안 하루도 쉬지 않은 적도 있었다.
이런 경우에 일요일 근무에 대해 수당으로 지급을 하는지, 대체 휴무를 지급하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주휴일에 4일 일해도 연차로 하루 주거나 2,3일 주는 식으로 직원들을 굴리는 회사가 많다. 현장이 바쁘단 핑계로. 이렇게 따지고 들면 ‘현장 관리인으로 일할 수 있는 회사가 과연 몇 개나 남을까’라는 암울한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중하게 고민하고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
3. 열정페이 강요하는 회사
열정 페이는 위에 언급한 연봉과 휴무와 관련이 있다. 다음은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회사들이 면접을 볼 때 특징이다.
그 정도라면 이 일에 맞지 않을 거다.
이 일을 좋아하지 않는 거다.
연봉은 적지만 배울 수 있는 좋은 조건이다.
면접 시 이런 말들을 꺼내는 곳은 믿고 거르면 된다. 막 부려먹겠다는 뜻이다. 좋아하는 일이라고 적은 연봉으로 쉼 없이 일하는 건 어리석은 선택이다.
면전에 대놓고 노골적으로 적성과 흥미에 대해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의가 없는 것이다. 단 몇 분 대화를 나눈 사람에게 적성과 흥미에 대한 평가를 하는 건 실례 아닌가. 꼰대력 만렙치다. 안타깝게도 이런 회사와 사람들이 가득 찬 곳이 인테리어 업계다. 부디 피하길 바란다.
4. 분야에 따른 특징
공사금액과 분야에 관계없이 가리지 않고 일하는 회사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인테리어 회사들은 특정 분야에 특화되어 있다. 크게 주거·일반 상업·오피스·병원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물론 사우나나 수영장, 클럽 등 특수한 분야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업체들도 있다. 어딜 가더라도 인테리어 개념은 비슷하게 배우겠지만 아무래도 시장 내 수요가 많은 분야로 가는 게 좋다. 나는 개인적으로 주택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근무여건도 괜찮아 주택 분야(신축이든 인테리어든)로 알아봤다.
1) 주택
셀프 리모델링이 많아졌을 정도로 다른 분야에 비해 공정이 간단하다. 고객의 요구 조건을 잘 만족시키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주택 분야 인테리어는 때론 한없이 어렵기도 하고 때론 한없이 수월하게 진행되기도 한다. 공정상 큰 어려움은 없지만 고객과의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한 분야다.
2) 상업
디테일한 시공기술과 다양한 시공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주택보다는 상업이 배울 만한 것들이 많다. 인테리어의 트렌드를 익히기에도 좋다.
3) 백화점
상업 인테리어에서도 백화점 분야는 특화되어 있다. 시공업계 사람들이 기피하는 분야다. 근무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백화점 특성상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야간작업이 빈번하다. 낮에 작업을 한다고 해도 공기에 쫓기기 때문에 철야작업을 한다. 게다가 보양작업이나 청소 관리 같은 부분이 까다롭기 때문에 근무 조건이 좋진 않다.
장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자랑하기 좋은 면이 아닐까? 사람들의 이용도가 높은 장소이기 때문에 ‘내가 인테리어 공사했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어깨가 으쓱하는, 그 정도의 장점.
이외에는 오피스와 병원 등을 전문으로 하는 인테리어 업체들이 있다.
5. 면접관이 누구?
시공 부서가 아니라 관리부서 혹은 공무 부서에서 면접을 진행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일단 관리부서에서 말하는 근무환경은 신뢰하기 어렵다. 관리부서와의 구두 면접으로 이뤄진 약속들은 믿지 않는 게 좋다. 현장소장이 면접을 보고 계약서 작성 시 항목을 명시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
대표 혹은 임원과 면접을 보는 것도 좋진 않다. 왜냐하면 실제(현장)와 다르게 말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규정은 이런데 현장은 좀 다를 수 있어요. 근무시간이나 근무일이 탄력적으로 운영되죠. 하지만 계약서에 명기된 것처럼 회사에서도 원칙을 따르려고 해요. 요즘 추세도 그렇고, 다들 주말에 일하기 싫어하잖아요.
해석하면 이렇다. “규정은 이런데 현장은 달라요. 원칙을 따라야 하지만 현장에선 잘 안 지켜지죠. 요즘 추세는 이렇지만 아직 저흰 추세를 따라가기는 힘들어요. 주말에도 일하는 게 다반사랍니다.”
6. 요약
정부에서 52시간 근무제를 발표한 이후로 대기업 건설 현장은 근무 여건이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소규모 건축 혹은 인테리어 업체들은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현장에서 기술을 배우게 해 준다는 명목하에 열정 페이를 강요하고 노동 착취는 일상이다.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단시간에 현장 관리인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방법은 다양한 현장 경험을 갖는 것이다. 사실이다. 하지만 고용주는 이걸 빌미로 노동력을 착취한다. 참 비열하지 않은가.
어쨌든 선택에 따른 결과는 본인의 몫이다. 하지만 인간은 몸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쉼 없이 일할 수 없다. 한계가 있다. 휴식 없는 삶에는 번아웃이 반드시 찾아온다. 그렇게 좋아하던 일도 싫어질 수 있다.
건축과 인테리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오랫동안 이 일을 ‘업’으로 삼고자 한다면 신중하게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
원문: 현우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