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활용은 시대적인 이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인터넷이 발전하며 공간 활용은 큰 고민거리가 됐다. 그리고 코로나가 발생하며 고정된 사무 공간 자체에 근원적인 의문마저 생겨나고 있다.
오피스를 공유하는 비즈니스의 탄생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런 비즈니스는 공간 활용에 대한 하나의 해법으로 떠올랐고 각광받았다. 현재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크게 성장한 대표 분야 중의 하나로 꼽힌다. 그만큼 수많은 공간 비즈니스들이 존재한다. 서울만 한정하더라도 공유 오피스 공급업체만 70개에 운영점포 수는 230개가 넘는다.
여기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한국에서 시작됐다. 카카오벤처스의 투자를 받은 “남의집 홈오피스”다. 사무실 쉐어가 아닌, 에어비앤비, 모임 공간, 작업실, 심지어 가정집을 사무실로 쉐어하는 것이다.
공간의 호스트를 통해 초대와 만남으로 차별화
‘남의집 홈오피스’는 타 공간 비즈니스와 달리, 단순히 공간을 빌리는 것에 끝나지 않는다. 공유 오피스는 사무공간을 임대해주고 공유 주거는 숙박 공간을 빌려주는 것에서 그친다. 이러한 단순함이 해당 비즈니스의 큰 성장을 이끈 것은 사실이나 차별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남의집은 특정 공간의 사용권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공간의 소유주인 호스트가 직접적인 역할을 행사한다. 남의집은 바로 자신의 공간에서 자신의 컨셉과 테마를 펼치는 공간으로의 초대이고 단순한 공간의 공유를 넘어선다.
회사가 아닌 재택 직장인과 프리랜서에게 필요한 니치 마켓
분명 공유 오피스는 많은 장점이 있다. 대부분 공유 오피스는 번화한 업무지구에 위치해 있기에, 좋은 입지의 사무실을 임차하는 것이 가능하다. 큰 보증금도 필요하지 않다. 임대료뿐만 아니라 집기 비용 등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월세도 비싸다고 보기 힘들다. 좋은 업무지구와 합리적 비용, 이것이 공유 오피스 비즈니스가 성공한 비결이다.
하지만 이는 사업체를 기준으로 봤을 때의 일이다.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직장인이나 프리랜서에게는 이는 그렇게 좋은 장점이 되지 않는다. 개인이 공유 오피스를 이용한다는 것은 직주근접이라는 환상의 주거지에서 머물고 있지 않는 한, 변함없이 출퇴근으로 인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며 사업체 입장에서야 공유 오피스 임차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개인에게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유오피스는 주로 라운지를 제공한다. 하지만 직장인과 프리랜서에게 매일같이 중심가의 사무실에 나가 독서실처럼 좁은 자리를 잡고 일하는 건, 그리 합리적이지도 쾌적하지도 않은 선택이다. 여기에서 작업실, 에어비앤비, 모임 공간 등을 업무 공간을 제공하는 ‘남의집 홈오피스’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카페의 한계: 편하지만 긴 시간 업무로는 부적합
그래서 보통 재택 근무 직장인과 프리랜서들은 카페를 대체 업무공간으로 선택한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카페 역시, 단순히 음료를 파는 걸 넘어 공간 비즈니스로 발전하고 있다. 카페는 공유 오피스와 달리 주거지 인근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며, 몇 잔의 음료 가격으로 공간을 쓸 수 있기에, 개인이 공유 오피스를 이용할 때의 단점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카페에서 일을 하는 경우에도 제약사항은 존재한다.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2000년대 후반부터 카공족과 프리랜서들을 끌어들이고자 공간을 친화적으로 바꿨다고 하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일하기 위해서 만든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카페의 의자와 테이블들은 대부분 장시간 일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또 종종 진상 고객들이 당신의 신경을 긁는 경험 또한 생각보다 자주 하게 된다.
일과 동시에 호스트의 취향과 개성을 즐기는 여행의 재미도
남의집 홈오피스는 공유 오피스와 카페의 대안적 공간 제공으로 그 방향성을 맞추고 있다. 자신의 업무 공간을 타인과 함께하고 싶은 호스트와, 그 공간을 이용하고자 하는 게스트를 서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는 기존의 집이라는 공간을 공유하던 것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다.
공간은 단순히 목적을 위한 물리적 장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간은 가구와 인테리어의 배치 등을 통해 그 공간을 구성한 사람의 취향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장소다. 효율을 중심으로 구현한 대형 기업의 사무공간과는 달리 개인의 공간은 이러한 부분에서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기에 더욱 특별하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개인의 사무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호스트의 개성과 취향을 같이 나누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은 호스트의 입장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소개하고 공유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게스트를 모으는 것이다. 따라서 남의집 홈오피스 공간의 공유는 단순한 사무공간의 임대가 아니다. 공간을 매개로 호스트와 게스트가 교류하는 공간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을 남들에게 표현하고 교류하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이는 호스트 입장에서 굉장히 매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게스트 입장에서 남의집 홈오피스 공유는 어떨까? 나의 집에서 가까운 호스트의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기에, 주요 업무지구로 출퇴근할 때에 발생하는 비용을 줄인다. 여기에 더해 호스트의 취향과 개성이 반영된 공간에서 일하는 것은 공간이 주는 매너리즘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
많은 프리랜서들이 공간의 매너리즘에서 탈피하고자 카페도 여러 군데를 돌아가면서 일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획일화된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니라 호스트의 취향이 가미된 공간에서 일하는 것은 분명 게스트에게도 활력이 된다.
일 뿐만 아니라 ‘교류’까지 충족시켜 주는 비즈니스
남의집이 가진 서비스의 결정적인 강점은 공간을 매개로 호스트와 게스트 간의 교류를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 조직의 일원으로 일하는 사람은 인지하기 쉽지 않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일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도 외로움과 직면하게 된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직장에서 일을 할 때도 아이디어나 생산성이 직원 간의 교류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혼자 일하는 사람의 외로움은 생산성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된다. 그리고 이는 카페에서 일하는 것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경우 직원이나 다른 일행에게 말을 건다는 것 자체가 실례가 되는 행위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남의집 홈오피스는 공간을 매개로 한 교류가 어색하지 않고, 바로 이 점이 다른 업무 공간을 공유하는 비즈니스가 갖지 못한 차별화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업무공간을 매개로 한 커뮤니티 지향 서비스
물론 교류를 서비스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는 비즈니스들은 많다. 어떤 서비스들은 책을 매개로 하기도 하고 어떤 서비스들은 취미를 매개로 하기도 한다. 그만큼 현대 노동자들에게 사람들 간의 교류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남의집은 이러한 교류를 업무공간을 매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차별점을 드러내고 있다.
COVID-19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개인과 개인이 고립되어 있는 현재, 남의집 홈오피스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호스트와 게스트 양쪽에게 충분히 소구가 될 수 있는 서비스로 생각한다. 당장 누구보다도 긴 시간을 혼자서 일하는 나조차도 타인의 멋진 공간에서 일하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일과 취향에 대해 교류하고 싶은 마음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