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지도선 선원으로 일하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가 북한 해상에서 북한군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A씨를 발견하고 배에 태우지 않은 채로 대화를 한 후, 배를 돌려 돌아갔다가 다시 되돌아와 그를 총으로 쏘고 시체를 불로 태운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21일 오전 한국군에 의해 실종이 확인됐고, 22일 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을 강력 규탄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A씨는 왜 바다에 빠진 것일까.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은 그가 신발을 벗고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로 배에서 분리됐다는 정도다. 사고로 빠졌다면 신발을 벗을 이유가 없고, 자살을 하는 의도였다면 구명조끼를 벗은 상태로 입수했을 것이다. 자살과 사고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원한을 품은 누군가가 일부러 빠뜨렸을 수도 있지만 같은 배에 탔던 동료들은 A씨가 없어진 줄도 몰랐다고 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월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 역시 월북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하지만 정보 출처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월북 가능성을 거론하자 반사적인 비판이 잇따랐다. ‘월북’이라는 단어는 한국에서 독특한 맥락을 가진 단어다. 과거 군사정권에서 정치적 반대자를 불법적으로 처단할 때 당사자 혹은 그의 가족들을 친북인사로 몰아가는 방법을 즐겨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말하는 월북은 조작의 뉘앙스를 가진다. 많은 시민이 A씨 행적 관련 정부의 발표에 코웃음부터 친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국방부를 관장하는 국회 국방위원회는 24일 서욱 국방부장관을 불러 공개질의를 했다. 월북 문제를 포함해 군 대응 적절성 등에 대해 당을 가리지 않고 이런저런 질타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공개질의 후 열린 비공개보고가 끝난 뒤에는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별다른 지적이 없었다고 한다.
A씨가 월북을 했는지 안 했는지 일개 시민이 정확한 내막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관련 고급정보 접근 기회가 있었던 여야 국회의원들이 저런 반응인 걸 보면 정부의 월북 가능성 거론에도 적지 않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월북 가능성에 근거가 없었다면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반발했을 것이다.
아침부터 타임라인에 비관적인 포스팅들이 많이 보인다. 국가가 국민을 버린 것 아니냐는 울분부터 세월호와 이 사건이 뭐가 다르냐는 이들도 있다. 처음에는 무엇이 다른지 설명하려고 했는데, 그냥 분하고 화가 나서 감정을 분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타임라인을 넘기게 된다. 그럴 땐 정부 욕해도 된다. 국민 욕 받아주는 것도 행정학이 규정하고 있는 정부의 주요한 역할이니까.
다만 굳이 비관할 필요가 없는 문제의 사실관계를 애써 부정적으로 재배열한 후 감정이입 하는 것이 그 사람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건 본인의 정력도 갉아먹지만 주변 소중한 사람들도 감정의 하강나선으로 함께 끌어들인다. 코로나 때문에 다들 기본적인 스트레스 수치가 높은 상황인 것 같다. 우울할 일이 아닌 것에는 우울해하지 말자.
원문: 김동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