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넷플릭스의 컬처 데크(Culture Deck)를 봤을 것이다. 페이스북 COO 셰릴 샌드버그는 이 데크를 실리콘밸리에서 만들어진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극찬했다.
한글 번역본 조회수만 23만 회가 넘을 정도,
한국 기업들도 이를 많이 본따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충격적인 내용들이 나온다. 예를 들면, 어지간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두둑한 퇴직금을 주고 내보낸다든지, 휴가 일수에 대한 정책도 기록도 없다든지, 제목 그대로 자유를 누리되 그만한 책임을 같이 지는 문화…
이 넷플릭스의 조직문화를 처음 만들고 지금까지도 유지하는 이는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다. 이번에 그의 책이 나왔다. CEO가 직접 들려주는 넷플릭스 문화를, 이론적인 설명만 늘어놓는 게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넷플릭스의 문화가 동작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알려진 것보다 더 ‘독하게’ 솔직한 넷플릭스의 문화
책에는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여럿 나온다. ‘솔직한 문화’에 대한 예를 들어보자. 사람들은 솔직한 피드백을 부담스러워하고, 때로는 위협으로 느낀다. 이 책에도 직접적인 피드백이 가져올 수 있는 여러 부작용을 설명한다.
그런데 넷플릭스의 피드백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저자 에린 마이어 교수도 넷플릭스의 콘퍼런스에 기조연설을 하러 갔다가 워크숍 ‘도중에(!)’ 한 참가자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아직 워크숍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에린 마이어는 무방비 상태에서 피드백을 받고 잠시 당황했지만, 결국 그 의견이 맞았고, 나머지 워크숍을 더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넷플릭스의 피드백 원칙은 간단하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하라. 솔직한 피드백을 받으면 거부감이 들거나 불안해지는 것이 인간의 1차적인 반응이지만, 그 단계를 넘어섰을 때 얻게 되는 도움과 성장을 더 중시한다.
피드백이 공격이 아니라는 공감대 형성이 필수
칭찬과 비판에 대한 비중도 일반적인 인식과 다르다. 나는 강의할 때 칭찬과 비판이 2:1~3:1 정도 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넷플릭스는 반대다. 긍정적인 코멘트와 시정을 요구하는 코멘트는 25:75가 좋다고 말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피드백이 상대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서 말하는 솔직한 문화는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말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에린 마이어가 정리한 넷플릭스의 피드백 4A는 다음과 같다.
[피드백을 줄 때]
- AIM TO ASSIST: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 ACTIONABLE: 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피드백을 받을 때]
- APPRECIATE: 감사하라
- ACCEPT OR DISCARD: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넷플릭스도 다른 일반적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피드백하는 법, 대화법에 대한 교육이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일반적인 회사에선 그런 강의를 듣고도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할까 봐 피드백을 안 하는 경우가 많고, 넷플릭스에선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피드백을 한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는 곧바로 솔직한 피드백을 하지 않는 것을 회사에 불충한 행동으로 정의한다.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기로 한 것이니까. 이런 솔직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 요구할 때만 피드백을 주어라’, ‘칭찬은 공개적으로 하고 비판은 사적으로 하라’ 같은 당연하게 여겨졌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무엇보다 훨씬 더 어려운 쪽, ‘직원들이 상사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주게 하는 것’을 먼저 하라고 조언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넷플릭스의 방식은 바로 실전에 적용 가능하다
이 책의 가르침을 바로 실행해 보았다. 우리 회사는 금요일 오후마다 대표와 1:1 대화 시간이 있다. 원래 정해져 있던 질문 말고, 지난 주는 모든 직원에게 내가 잘하고 있는 것,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피드백을 부탁했다 (‘잘 모르겠어요’는 안 된다고 미리 이야기 했다).
처음 시도하는 것이었지만 다행히 나와 1:1로 대화하는 것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그중에 몇 가지는 완전 놓치고 있던 부분이라, 앞으로 직원들과 소통을 어떻게 할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참고로 잘하고 있는 것으로 ‘이런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도 있었다.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1:1 시간에 이 질문을 물어볼 생각이다.
이 외에도 ‘제가 회사를 그만둔다면 붙잡으실 건가요?’와 같이 직접적으로 리더에게 물어보는 피드백 등 충격적인 사례들이 많다.
넷플릭스가 말하는 9가지 원칙
솔직한 문화뿐이 아니다. ‘넷플릭스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외에는 경비 사용 기준이 전혀 없다든지, 휴가에도 전혀 제한이 없다든지, 엄청난 금액이 걸린 의사결정을 별도 승인 없이 담당자가 직접 내리는 방식 등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읽으면 고개를 갸우뚱할 내용들이 가득하다.
이 책을 통해 넷플릭스의 제도들이 실제로 어떻게 동작하는지 하나씩 엿볼 수 있다. CEO가 직접 쓴 만큼, 기존의 넷플릭스 관련 책들에 비해 더 신랄하다.
넷플릭스는 인재 유지를 위해 다양하고 과감한 보상 정책을 시행한다. 성과만 높다면 연봉 재협상에서 상한선 없는 연봉 인상이 가능하다. 반면 맞지 않는 직원은 많은 퇴직금을 주며 내보낸다. 최고의 인재만 남게 하겠다는 약속과 솔직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넷플릭스는 높은 성과를 요구하는 만큼, 큰 자율성을 준다. 휴가 규정이 없고 회사에 출근할지 말지도 알아서 결정한다. 이 부분은 좋은 인재들이 서로에게 믿음을 가지고 있기에, 즉 ‘인재 밀도’가 높기에 가능한 일이다.
책을 그대로 따라 하지 말라고 권하는 책
다만 여기 나온 사례들을 무분별하게 적용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공동 저자 에린 마이어가 <컬쳐맵>에서 제시한 프레임을 바탕으로 각 국가들이 의사소통, 평가, 통솔, 의사결정, 신뢰 형성, 의견 불일치, 일정 측면에서 어떻게 스펙트럼이 나뉘는지 보여준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 때문에 넷플릭스도 해외로 진출하며 어떤 오해를 겪었는지 일본, 브라질 등 해외 지사 직원들의 인터뷰도 같이 실려 있다.
이런 경험들 때문에 넷플릭스는 앞서 소개한 피드백의 4A에 A를 하나 추가했다.
ADAPT(각색하라)
함께 일하는 사람의 문화에 맞춰 전달 방식과 반응을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인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더라도 우선 긍정적인 이야기부터 해주고 시작하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은 그런 걸 돌려 말한다고 생각한다.
피드백 외에도 인재 밀도를 높일 때나, 휴가나 경비 규정을 줄일 때에도 현지 제도와 문화에 맞는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넷플릭스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자세히 보여주긴 하지만, 그게 우리 조직에도 맞는 정답이란 뜻은 아니다. 읽으면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이 책은 조직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이 책은 한미 동시 출간이다. 패티 맥코드의 『파워풀』을 조금이라도 빨리 읽고 싶어서 원서로 주문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그럴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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