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매일 만다라를 그립니다. 이것을 사람들에게 말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만다라가 뭐예요?’입니다. 그러게 말이에요. 만다라가 뭘까요? 만다라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만다라가 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만다라는 이런 모양이야~’라고 하면 그제야 ‘아~ 이거?’라고들 하죠. 이제는 그 의미를 다루어보면 좋을 것 같아, 오늘은 간단하게 만다라의 의미를 소개하겠습니다.
1. 만다라의 어원과 불교에서의 만다라
만다라(Mandala)는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로 ‘원’과 ‘중심’을 의미합니다. 어원상으로는 본질을 의미하는 만달(Mandal)과 소유를 의미하는 라(La)로 이루어진 단어입니다. 즉 만다라의 의미는 중심과 본질을 얻어 마음속에 참됨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렇듯 만다라는 수행자가 명상을 통하여 우주의 핵심과 합일하고자 하는 깨달음의 안내도와 마음 상태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이를 불교에서는 ‘윤원구족’이라 하며 의미는 아래와 같습니다.
바퀴의 살들이 중심으로 모여 둥근 수레바퀴를 이루듯이, 모든 진리가 한데 모여 모든 법률을 원만히 갖추었기에 모자람이 없다.
끊임없이 돌고 도는 ‘윤회’처럼 수레바퀴도 계속 돌아가는 물건으로써, 불교의 중요한 상징인 것은 다들 아시죠?
‘만다라’라고 하면 이러한 알록달록하고, 원과 정사각형이 중심이 된 형태의 만다라를 떠올리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티베트 불교에서 수행자들이 모래를 이용해 그려내는 만다라입니다. 이들은 몇 달에 걸쳐 만다라를 만든 후, 만다라가 완성되면 모두 지워냅니다.
위의 과정을 통해 티베트의 수행자들은 번뇌와 갈등에서 벗어나는 걸 반복하며 ‘나’에 대한 집착도 자연스레 내려놓게 됩니다. 그러니 만다라를 그리는 과정 자체가 명상이며, 만다라를 그리면 명상을 하겠노라 의식과 무의식에 집중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명상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2. 심리학에서의 만다라
재미있는 건 만다라는 종교적인 의미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본디 만다라는 불교의 종교적인 상징으로 사용되었으나 프로이트와 함께 심리학의 거장으로 알려진 스위스의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에 의해 심리치료 방법으로도 널리 사용합니다.
인간의 무의식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칼 융은 서구문화에서 최초로 만다라의 영적, 우주적 의미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만다라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매일 그의 내면을 표현하는 만다라를 그렸습니다. 만다라의 기본 형태인 원을 그리면서 원이 무의식을 표현한다는 걸 발견하고 스스로 치유가 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후 그는 자신이 그린 원형의 그림들이 인도의 전통 속에서 만다라로 불리는 조형물이라는 걸 알고 만다라에 대한 연구를 시작합니다. 만다라가 인간의 내적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발견을 한 후, 만다라를 의식적으로 그렸으며, 자신의 환자들에게 치료의 일환으로 만다라를 그리도록 했습니다.
하나 더 흥미로운 사실은, 하나의 중심을 둘러싸고 순환하는 원형이나 정사각형 형태인 만다라의 기본 형태가 불교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서든 나타나는 형태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의 전통 문양인 단청, 멕시코의 아즈텍 달력, 심지어 기독교의 바이블 휠(Bible wheel)에서도 관찰됩니다.
전혀 접점이 없는 문화임에도 세계 각지에서 공통적인 형태가 나타나는 것에 관해 융은 이렇게 해석합니다.
원은 내면을 보호하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적 경계이다. 원을 기본으로 하는 삼각, 사각, 십자가, 동물 등의 형태는 인간의 무의식을 반영한다.
만다라는 가장 단순한 형태로부터 오는 기하학적 패턴으로,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만들어집니다. 만다라의 가장 큰 매력은 언뜻 보기에는 아주 복잡한 패턴들로 이루어져 있으나 가장 단순한 패턴들을 쌓아 올림으로써 만들어지는 문양들의 합이라는 것입니다.
또 만다라를 그리려면 중앙에서 바깥으로 뻗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과정은 자연스럽게 인간의 내면과 무의식을 표출하게 합니다. 따라서 만다라를 그리며 표현된 무의식을 의식하고, 이해하고, 되새기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자아실현이 가능합니다.
마치며
저도 만다라를 매일 그리지만, 만다라를 완벽하게 그린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만다라를 그릴 때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제가 그려낸 만다라의 도안 위에서 종종 방황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지나온 흔적을 보면 질서 있고 아름다운 패턴이 되어 있습니다.
완전하지 않고 방황하던 과거의 흔적이 모여 ‘현재의 나’를 완전하게 하는 것. 어쩌면 인생의 굴레와 비슷한 이것이야말로 만다라의 진정한 의미 아닐까요? 코로나로 혼란스러운 요즘, 스트레스받지 말고 마음이 건강한 생활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만다라를 그리며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원문: 샤에바 Chaeva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