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천지일보는 특종을 하나 했다. 한 홍콩 박사가 영국 토크쇼 ‘루즈 위민’에 출연해서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우한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증거를 ‘조만간’ 공개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저분은 비슷한 얘기를 과거에도 해왔으나 주장만 있고 유전자적 근거는 댄 적이 없다. 반면 페친 김태형 박사에 따르면 그동안 코로나19 게놈 기원을 밝힌 눈문은 10편 이상 발표되었다고 한다.
이번에도 저 홍콩 박사는 단순히 주장 외에 근거를 대진 못했다. 더 웃긴 건 주장한 곳이 영국의 토크쇼 ‘루즈 위민(loose women)’이고 이를 보도한 매체가 그 악명으로 유명한 루퍼스 머독의 타블로이드 매체인 ‘뉴욕 포스트’다. 그리고 뉴욕포스트를 특종 인용한 우리나라 매체는 신천지 신문인 ‘천지일보’고 이를 받아 쓴 곳이 스포츠서울이다.
이렇게 끝나면 좋으련만 중앙일보가 무려 ‘네이버 픽’에 선정해서 기사를 썼다. 이에 질세라 조선일보도 ‘네이버 픽’에 선정해 기사를 썼다. 그 이후에 뉴스1, 한경, 머니투데이, 아시아투데이가 썼지만 딱 여기까지다. 그냥 이정도 황색 언론(+ 중국혐오 언론)만 쓰고 끝났으면 좋으련만… 연합뉴스가 덜컥! 물어버렸다.
혹시 언론계 현실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기사 내기 아리송한 사건이 있다. 제법 파급력이 커 보이지만 신뢰하기 어려워서 정론지가 쓰기엔 좀 모호한 뉴스들… 이럴 때 정론지라면 서로 눈치를 본다. “이거 써야 해 말아야 해?” 이럴 때 ‘연합뉴스’가 뙇 하고 쓴다? 이러면 눈치 볼 것 없이 봇물이 터진다. “뭐 연합이 썼는데… 우리라고 못 쓸 게 뭐가 있어?”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 연합뉴스가 기사를 올린 지 22분이 되었다. 이젠 봇물이 터져버렸다. 막을 수가 없다. 최신 뉴스로 검색을 해보니 YTN, 경향신문, 한국일보, MBC… 한두 시간만 지나면 더 올라오겠지. 외국의 권위지나 정론지 중, 영국의 토크쇼 ‘loose women’에서 한 발언을 인용해 쓰는 매체가 얼마나 될까? 뉴욕포스트 기사를 정론지에서 받아쓰는 건 용기가 필요 없을까?
연합뉴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연합뉴스 따라 하기 언론들도 어떻게 해야 할까? 연합이 언론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설명하는 진지한 글을 좀 써야 할까 싶다.
원문: 이상민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