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커리어 중에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겠는 부분이 있는데요. ‘인공지능’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좀 심각한 접근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1980년대 초로 돌아갈 수 있고, 그때 지금의 나이였다면, ‘컴퓨터’ 산업에 뛰어들 만했을까요? 예컨대 소프트웨어 산업이나 하드웨어 산업, 혹은 그에 투자하는 산업 말이죠.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혹은 더 나아가 인터넷 관련하여 넷스케이프, 통신장비 업체, 데이터베이스 업체 등을 떠올려볼 수 있겠네요.
이런 데서 일하다가 아마존으로, 페이스북으로, 구글로 이직하거나 투자할 기회가 생겼을지 모르죠? 혹은 국내에선 네이버로, 카카오로, 혹은 게임회사들로 이직했겠죠. 아니면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고, 당시 유행하던 무역업이나 건설업, 중후장대 산업에 종사하는 게 나았을까요?
세상에 메가트렌드들이 나올 때는, 커리어라는 본인 최대의 자산을 투입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하고 관찰자 입장에서만 보기엔 너무 아깝습니다. 인공지능은 미래에 일종의 OS 같은 역할을 할 것 같아요. 모든 산업의 신경망과 운영체제를 결정해가겠죠. 해당 산업이 몇 년 내에 몇백 배가 성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뒤로 자빠져도 돈방석에 앉는 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인공지능의 세계는 1977년에 애플 Ⅱ 컴퓨터가 처음 나온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당시엔 애플 Ⅱ가 아무리 귀여워도 세상을 바꾸기야 하겠느냐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실리콘 밸리의 몽상가들은 ‘컴퓨터가 세상 모든 것을 바꾸고, 결국엔 손목에도 안경에도 심지어 머릿속에도 컴퓨터를 넣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꿈을 꿔왔습니다. 그 후로 40년간의 맹렬한 산업혁명이 진행되었고 이제 손목에 컴퓨터가 달렸다고 놀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런 거대한 트렌드를 조수석에 앉아서 지켜보는 것은 참 아까운 일입니다.
30대라면, 앞으로 50년간 일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간 평균 연봉이 5,000만 원이라면 25억 수준의 현금흐름이, 그간 평균 연봉이 2억 정도라면 100억 수준의 현금흐름이 발생할 겁니다. 앞으로 5년만 생각하지 마시고, 50년을 생각해보면 커리어의 방향성이 매우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60대엔 내가 속해있던 친정이 어찌 되느냐에 따라 내 삶이 전부 바뀔 것입니다. 앞으로 50년간 이뤄질 메가트렌드를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멀찍이서 지켜보면서 혹시 내 일을 침범하진 않을까 고민만 하기엔 인생이 아깝지 싶습니다.
1980년도 초반엔 막연히 컴퓨터에 ‘관심’만 있어도 해당 산업에 취업하기가 쉬웠습니다.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죠. 2–3년 헤매도 업계의 오피니언 리더로 생활할 수 있던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직 산업도 상대적으로 작았죠.
인공지능 업계를 분석하는 일을 하건, 투자하는 일을 하건, 개발자들을 관리하는 일을 하건, 아직 끼어들 틈은 무한히 많습니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커리어의 장기 계획을 세우고 뛰어들면 어떨까요. 유튜브 강연을 보거나 약간의 파이선을 배워본다거나, 아니면 구글링을 통해 산업 현황을 살펴보는 정도로도 좋은 시작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대부분 업계 사람도 책 두세 권도 안 읽은 수준으로 풍문이나 읊으며 막연히 생각하는 중 같습니다. 책 대여섯 권 어치 정도 예습하는 것만으로 고민의 방향이 참 많이 바뀔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합니다.
원문: 천대표의 무형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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