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지난 7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0년 주민등록 인구·세대 현황 분석’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1인 가구는 총 876만 8414가구로 전체 2279만 1531가구 중 38.5%를 차지한다. 2인 가구 비율인 23.1%를 합치면 61.1%로, 4인 가구인 15.8%의 4배에 달한다.
1~2인 가구가 국민 절반 이상을 훌쩍 넘어서는 현 시점, 기존 4인 가구 중심의 법·제도는 물론 사회·문화의 전반적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메디치미디어가 운영하는 온라인 매체 ‘피렌체의 식탁’이 창간 2주년을 기념해 20년 후 한국의 가족은 어떻게 변화할지 전망해보는 컨퍼런스 ‘가족의 재구성 2040’을 마련했다.
지난 27일 서울 을지로 페럼홀에서 열린 행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현장 참석 없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이양수 피렌체의식탁 편집인은 “가족에서 개인으로, 혈연에서 관계 중심으로 변화하는 사회는 가구의 구성을 바꿔놓고 있다”며 “이번 컨퍼런스를 계기로 우리 사회 교육·문화·주거·소비·라이프스타일 등 전반을 재논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동성연인·인공지능도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1부 첫 순서로 장혜영 국회의원(정의당, 비례대표)이 ‘내가 꿈꾸는 일곱 색깔 가족’을 주제로 화두를 던졌다. 장 의원은 20대 레즈비언 유부녀의 사례를 들며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다”면서 “원하지 않아도 1인 가구로 살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동성 연인과 결혼하고 싶어도 한국에서는 법률상 혼인신고가 불가능한 탓이다.
발달장애인 여동생과 둘이 사는 30대 장 의원은 ‘결혼은 안 할 거예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이미 동생과 가족을 꾸려 살고 있는데, 결혼을 통해 4인 정상가족을 이루지 않는 것을 걱정하신다”며 “누구에게나 가족은 필요하며, 국가는 모두가 차별 없이 존엄하게 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가족제도를 둘러싼 거버넌스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거버넌스’란 통치와 관리를 위해 필요한 사회 기제로, 법·제도적으로 운영되는 거시적 논리와 가족 안에서 작동하는 내부적 논리로 작동한다. 전 교수는 “4인 가족형 정상 가족론에서 벗어나 다양성·평등성을 내세운 새로운 가족 패러다임이 변화가 절실하다”며 “19세기 모델을 반영해 만든 20세기 제도가 21세기 가족에게 요구하는 딜레마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은 ‘20년 후 가족·가정은 어떻게 바뀌나’라는 이슈를 내다봤다. 사회 트렌드를 연구·분석하는 김 소장은 ‘느슨한 유대와 극단적 개인주의’를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결혼이 필수라는 생각은 더 옅어지고, 동거나 혼외 출생자에 대한 편견도 줄고 있다. 인공지능·소프트웨어와 감정을 나누는 사람도 늘어나는 중이다. 그는 “현재는 아직 비주류라 차별받을 수 있지만, 2040년에는 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사회안전망·라이프스타일·인식전환이 필요
2부에서는 양동수 사회혁신기업 더함 대표가 ‘새로운 사회적 안전망, 가족에서 커뮤니티로’를 주제로 아파트형 협동조합 마을공동체 ‘위스테이’를 소개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 주택으로, 입주자가 설립한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단지 내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진행한다. 양 대표는 “위스테이는 느슨한 공동체, 재밌는 아파트를 추구한다”며 “가족이 더 이상 사회안전망 역할을 다 못하는 시대에 커뮤니티가 빈 곳을 채워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윤희 한샘 디자인실 상무는 ‘2040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구를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 ‘한샘’은 향후 변화할 생활 양식과 이에 맞는 공간 구축을 예측해왔다. 김 상무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를 계기로 고비용의 대도시에서 온라인으로 연결된 중소도시로 중심이 바뀌고 있다”며 “재택근무와 비대면 수업이 늘면서 집에서 즐기는 삶, 생활의 편리함과 환경, 건강을 강조하는 스마트홈 등이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콥 할그렌 주한 스웨덴 대사는 ‘스웨덴의 가족 문화’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공유했다. 스웨덴 역시 1960년대 가족 중심에서 현재는 개인 중심 사회로 변화했다. 사실혼을 뜻하는 ‘삼보’가 보편화해 가정의 절반이 결혼 없이 살고, 성소수자인 LGBT 커플이 아이를 입양해 가정을 꾸리는 데도 전혀 문제가 없다. 야콥 대사는 “가족 구성이야말로 지극히 사적인 일이므로, 어떤 형태로 가족을 꾸리든지 도덕적 낙인이나 정치적 불이익이 없는 게 핵심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메디치미디어는 ‘가족의 재구성 2040’ 컨퍼런스를 누구나 시청할 수 있도록 공식 유튜브 채널에 전체 행사 영상을 올려두었다.
글.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원문: 이로운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