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투수의 희귀함과 소중함
좌완 강속구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리고 온다는 야구계의 격언이 있다.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보다 그 수가 적다. 당연하게도, 왼손으로 공을 던지는 선수 역시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는 선수보다 적다. 한국프로야구도 마찬가지인데, 개인 통산 100승 이상을 기록한 투수 중 좌완은 송진우가 유일하다. (역설적이게도, 그 단 한 명의 좌완이 개인 통산 역대 최다승인 210승의 주인공이다.)
이런 희귀함 때문인지, 야구에서 뛰어난 좌완과 좌타자의 가치는 매우 높다. 오른손잡이인데도 인위적으로 타석에서는 좌타자로 만드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본래 왼손잡이인 좌타자에 오른손잡이인데도 인위적으로 좌타자가 된 선수까지 더해지자 역설적으로 우타자가 귀해지고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오른손잡이를 인위적으로 좌타자로 만들 수는 있어도, 좌완으로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든 작업이다. 공을 던지는 것은 손가락 끝의 세밀한 감각까지 동원되기 때문에 평소에 자주 사용하지 않는 손으로 약 18m 앞의 포수 미트에 작은 공을 효과적으로 던지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KBO에 등록된 총 598명의 선수(투수+야수) 가운데 오른손으로 던지는 선수가 477명(79.8%), 왼손으로 던지는 선수가 121명(20.2%)으로, 오른손으로 던지는 선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반면에 우타자는 393명(65.7%), 좌타자는 192명(32.1%), 스위치 타자는 13명(2.2%)이었다. 우타자가 더 많은 것은 마찬가지지만, 좌투수와 비교해서 좌타자의 비율이 10% 이상 컸다. 그리고 스위치 타자의 대부분이 좌타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실상 그 비율은 더 높다.
(KBO의 공식자료는 LG 티포드 영입 전 통계이며 위의 통계는 티포드를 포함한 값이다. 또한, 어떤 이유에서인지 KT의 신인 투수 한 명이 KBO의 공식자료에 누락되어 있으며 어떤 선수가 누락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즉, 현재 한국프로야구의 선수는 599명이다. 아래 내용부터는 KT의 누락된 선수를 포함한 값이다.)
토종 우완 선발투수는 어디로 갔을까?
투수는 어떨까? 현재, KBO에 등록된 투수는 총 285명으로 전체 선수의 절반에 가깝다. 이들 중 우완은 209명(73.3%), 좌완은 76명(26.7%)으로 전체 선수와 마찬가지로 우완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크다. 투수 4명 중 3명은 우완이다.
그런데도 현재 선발투수는 좌완이 대세다. 규정이닝을 충족한 28명의 선발투수 중 11명이 좌완이다. 39.3%로 전체 선수 중 좌완의 비율인 26.7%와 10% 이상 차이가 난다. 더 놀라운 것은, ERA 상위 10명 중 6명이 좌완으로 그 비율이 60%다. 만약 상위 12명을 꼽게 된다면 좌완은 8명, 66.7%로 3명 중 1명이 좌완이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더 발견할 수 있다. ERA 상위 10명 중 우완은 4명이지만, 이들 중에서 한국 선수는 이재학 1명뿐이다.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 지표라고 할 수 있는 FIP의 경우에는 류제국이 추가되어 10명 중 두 명이 한국 우완이 존재하고 좌완 역시 두 명(양현종, 유희관)으로 동일하지만, 늘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우완 선수가 좌완 선수보다 많다는 것이다.
야구 기록 중 가장 진보적 지표라고 할 수 있는 WAR를 기준으로 보면 상위 10명의 선수 중 3명이 한국 좌완이며 한국의 우완은 FIP와 마찬가지로 류제국과 이재학 2명이다. 이재학은 본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우완정통파 투수가 아니다. 즉, FIP와 WAR 등 진보적 지표를 따지면 상위 10명 중 우완정통파는 류제국 단 1명이다.
젊은 우완 투수들의 성장이 시급하다
기록을 넘어 선발투수의 면모를 보면 더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완 투수 중 20대 선수가 이재학 한 명밖에 없다. 만약 우완정통파로 범위를 좁히면 20대 선수가 단 1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에 좌완은 양현종, 유희관, 김광현, 유창식, 임준섭 등이 20대다. 30대 선수가 30세 장원준과 32세 장원삼 2명으로 20대보다 오히려 그 수가 적다.
우완정통파 선발투수 중 가장 젊은 선수가 31세의 노경은이다. 규정이닝을 충족하지 못한 선수 중 선발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한 선수로 범위를 넓히면 30세의 윤희상이 가장 젊다. 20대 초반의 이민호와 한승혁, 하영민과 20대 중반의 문성현 등은 아직 선발 로테이션을 완전히 차지했다고 볼 수는 없다.
우완정통파 중 선발투수로 기대를 받았던 선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인욱과 이용찬, 임찬규, 유원상, 김영민, 조정훈, 고원준, 김혁민 등은 머지않은 미래에 소속팀의 선발투수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를 받았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들 중 현재 각 팀의 선발투수로 뛰고 있는 선수는 없다.
정인욱과 임찬규, 고원준은 기대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하다 현재는 병역의무를 이행 중이고, 이용찬은 성공적으로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았지만, 현재는 본래 자신의 보직이었던 마무리로 뛰고 있다. 조정훈은 부상 후로 아직 복귀하지 못했고, 유원상은 한화에서 선발로 성장하지 못하다 LG로 이적 후 구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김혁민과 김영민은 현재 보직이 문제가 아니라 1군에서 자신의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이지만, 기형적인 구조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우완정통파 중 선발투수로 성장하는 선수가 없다는 것은 젊은 선수들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아닐까?
투수 수준의 하락으로 인한 타고투저는 위험하다
지금은 젊은 좌완들과 외국인 투수들이 그 자리를 채워주고는 있지만, 현재 활약하고 있는 우완정통파 선발투수들의 기량이 떨어지면 그 수가 많지 않은 좌완과 팀당 최대 2명으로 제한적인 외국인 투수가 계속 그 자리를 채워주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그 자리를 누군가는 채워야 팀과 리그가 운영될 것이고, 그 자리를 채우는 선수들의 수준은 높지 않을 공산이 크다. 선발투수 전체적인 수준의 하락이 염려되는 이유다. 그리고 올해 남발되고 있는 볼넷과 흔하게 볼 수 있는 대량득점 경기를 보면 수준의 하락은 이미 진행되고 있을 수도 있다.
투수 수준의 하락은 타자 수준의 하락으로 연결된다. 시작은 타고투저처럼 왜곡되어 보이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게 타고투저 아니라 타저투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한 번 깨진 균형은 악순환으로 이어져 리그 전체의 수준은 점차 떨어지게 된다.
우완정통파 선발투수의 멸종위기, 좌완의 득세만으로 볼 수 없다. 리그 최고의 투수들이 좌완이 아니면 외국인 선수라면 심각하게 문제로 의식하고 현장에서 그 원인과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야구를 그저 보기만 하는 한 사람의 입장을 이야기하자면, 한국프로야구의 수준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낮아졌고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재미가 없어졌다.
우완정통파의 멸종위기를 이야기했지만, 사실 수준급의 젊은 선수가 나오지 않는 것은 던지는 손이나 팔의 각도,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는다. 꾸준히 젊고 좋은 선수를 배출하고 있는 팀이 9개 팀 중 3팀 정도라면 문제의 시작은 꽤 오래전의 이야기 아니겠는가?
<모든 기록의 출처는 KBReport이며 6월 10일 경기 전 기준입니다. 6월 10일 이후 기록을 포함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말이죠.>
원문: colorfulya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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