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조직문화 코칭을 하러 가면 종종 발견하는 패턴이 있다. 관리자들은 ‘조직의 분위기가 더 유연했으면 좋겠다’고 하고, 실무자들 역시 ‘탑다운 커뮤니케이션을 벗어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모든 행동에는 그에 따르는 책임이 있기 마련. 더 유연한 업무를 위해 관리자는 자신의 권한을 과감히 실무자에게 넘길 수 있어야 하고, 실무자 역시 관리자의 책임을 스스로 질 줄 알아야 한다.
여기서 ‘직면’의 단계에 돌입한다. 그런데 많은 조직이 이 직면의 단계를 넘기 어려워한다. 안전지대(Comfort Zone)를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관리자들은 탑다운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한다. 유연한 소통을 말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 지시하는 것을 완벽하게 처리하고, 나아가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 일하는 직원이다.
그런데 정말 놀란 것은, 실무자들 역시 말로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원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탑다운 커뮤니케이션을 원한다는 것이다. 명확한 업무지시가 필요한 것이지만 사실은 업무에 대한 리스크는 관리자가 지고 자신은 시키는 일만 하고 싶다는 수동적 자세다. 처음 이 현상을 발견했을 땐 매우 놀랐으나 이제는 정말 많은 실무자가 권한과 책임이라는 것을 직면하는 데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교육할 때 강의식 주입식 교육이 좋지 않다는 것을 다 상식적으로 안다. 하지만 강사도 그냥 슬라이드 읽는 교육이 편하다. 교육생들도 뭐 시키고 그러는 것보다 그냥 수동적으로 앞에서 읽어주는 내용 잘 듣고 가는 걸 선호한다. 모두 다 이런 방식을 좋아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피해자다.
이 사례도 마찬가지다. 관리자도 탑다운을 선호하고, 실무자도 탑다운을 선호한다. 서로 업무상 필요한 최소한의 소통만 하면 겉으로는 부딪히는 일 없이 무난해 보이지만 결국은 조직 모두가 손해를 보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적 방식과 문화적 방식의 두 가지 솔루션을 제안한다.
- 조직적 방식: ‘업무 프로세스는 수직적으로, 단 커뮤니케이션은 수평적으로’라는 원칙을 내재화하면 된다. 이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스 매뉴얼, 직무분석, CSF 정렬 등의 실무 업무가 뒤따라야 한다.
- 문화적 방식: 심리적 안전지대를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직면(confront)’하는 훈련이 필요한데, 이건 코칭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수동적 관점을 주도적 관점으로 바꾸고 스스로 업무의 책임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모두가 함께 불편한 영역을 같이 개척해야 새로운 영역으로 도달할 수 있다. 익숙함을 핑계로 안주하는 것은 변화를 거부하는 끓는 물 속의 개구리와 같은 모습이다. 죽음만을 기다리는…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A ship in harbor is safe, but that is not what ships are built for.
- 존 A. 셰드
원문: 최효석의 브런치